포스코 사장 인사 미스터리 풀 열쇠?...벤쿠버이사회

'CEO추천'사외이사, 회장 이어 사장 인사도 개입 '월권'
장인화 압박해 캐나다이사회 수사 '방탄용' 정기섭 유임
비리주도·경영능력 논란 불구 '이앤씨·인터' 이사 겸임

뉴스포레 임재현 기자 승인 2024.03.15 15:01 | 최종 수정 2024.03.15 16:12 의견 0
전중선 포스코이앤씨 사장(왼쪽)과 정기섭 포스코홀딩스 사장. <사진= 포스코홀딩스 제공>

장인화 포스코홀딩스 회장 내정에 연이어 단행돼 그 속사정을 놓고 관심이 모였던 그룹 사장단 인사에 최정우 회장과 사외이사들이 장 내정자의 의사를 묵살하는 등 부당한 개입이 있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회장 경쟁자 사장 기용' 전철 밟아

지난 2월 21일 포스코그룹 사장단 인사는 앞선 8일 장인화 회장 후보 확정 이후 13일만에 단행돼 그 배경을 놓고 관심이 모였다.

일각에서는 사외이사로 구성된 CEO후보추천위원회(후추위)의 장 후보자 확정에 대한 반발 여론을 의식한 인사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회장 선임 여부를 결정지을 21일 주주총회를 앞두고 일찌감치 장인화 회장 체제를 기정사실화하겠다는 의도라는 것. 포스코홀딩스 측은 이를 의식한 듯 '최정우 회장과 장 내정자가 협의한 결과'라는 입장을 밝혔다.

15일 포스코그룹 전·현직 임원들에 따르면 이번 인사는 2018년 최정우 회장 체제 출범 당시처럼 사외이사들의 입김이 상당히 반영됐다. 최 회장을 낙점해주는 전제조건으로 최종 경합을 벌였던 장인화 내정자를 사장에 기용한다는 5년전 후추위의 입장이 이번에도 적용됐다는 것이다. 그 결과 장 내정자의 유력한 경쟁자였던 전중선 포스코홀딩스 사장이 포스코이앤씨 사장으로 재기용됐다는 설명이다.

이를 두고 포스코홀딩스에서 마치 주인 노릇하듯 행세해온 사외이사들의 월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포스코의 한 전직 임원은 "회장 후보 추천의 역할이 부여된 사외이사들이 회장 선임을 조건으로 사장 인사에까지 개입하는 현 실태는 심각하다"면서 "이 과정에서 금품수수와 사장 취임 후 이권을 포함한 편의 제공 약속 등 밀실담합의 여지도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정기섭 사내이사 재추천 배경은?

전중선 사장의 경우가 사외이사 및 최정우 회장과 사전 합의한 결과라면 정기섭 포스코홀딩스 사장의 사내이사 재추천은 어떤 사정이 있었을까.

전·현직 임원들에 따르면 장인화 내정자는 당초 정 사장을 재기용하는데 대해 부정적 입장이었다. 이러한 그의 판단에는 임직원 등 정기섭 사장에 대한 회사 안팎의 평가가 상당 부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그동안 회사 내에서는 정 사장의 감정적인 업무처리와 부하직원들에 대한 갑질 등 반발 여론이 상당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업무 처리 능력에 대해서도 상당히 구체적인 지적이 드러났다. 특히 대표적인 예는 포스코이앤씨의 사외이사 3명 중 유일한 내국인으로서 투자를 놓고 전임 한성희 사장과 벌인 갈등이 꼽히고 있다.

최근 이 회사가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해외투자에서 부진을 거듭하고 있는 배경에는 신규 투자에 대해 일일이 반대 의사를 밝힌 정 사장의 개입이 있었다는 지적이 상당하다.

한 전직 임원은 "그룹 내에서 정기섭 사장의 별명이 오죽했으면 유행가 가사처럼 '마라, 마라, 하지 마라'를 줄인 '마라'이겠는가"라며 "해외투자에 고전하고 있는 포스코이앤씨에 이어 포스코인터내셔널에도 조만간 우려가 현실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정 사장은 포스코홀딩스와 포스코이앤씨에 이어 자신이 대우그룹 시절 몸 담았던 이 회사에서도 비상무 사내이사로 내정돼 있다.

▲다시 불거지는 벤쿠버 초호화 이사회 비리

이같은 부정적 평가에도 불구하고 정기섭 사장이 유임은 물론 사내이사로 재추천된 배경에는 사법리스크에 직면한 최정우 회장과 사외이사들의 압력이 작용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뉴스포레가 단독보도한 지난해 8월초 5박7일 간 사내·외 이사들이 캐나다 벤쿠버에서 벌인 호화판 이사회를 주도한 당사자가 정기섭 사장이기 때문이다. 당시 정 사장은 재무총괄 정대형 전무와 함께 이사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포스코의 현지 법인인 포스칸에 비용을 대납케하는 등 업무상배임과 횡령을 기획·공모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이 사건은 시민단체의 검찰 고발로 당초 수서경찰서에 배당됐다가 서울경찰청 경제범죄수사대로 이관될만큼 국민적 관심이 모인 상황이다. 따라서 뒷처리를 맡을 인물이 필요한 형편에서 사장 인사를 통해 정사장을 '방탄용'으로 기용한 것이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의 고발 등 공익적 법률지원을 맡은 배용재 변호사는 "장인화 회장 후보자의 최종 선임 여부와 상관 없이 포스코그룹의 국민기업의 면모를 훼손해온 책임자들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서 "특히 불법의 주모자에게 또 다른 불법을 맡기기 위해 사내이사 중복 겸임 등 특혜를 남발하는 일은 경영을 망칠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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