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을 사퇴하고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의원.(사진=안철수 의원 페이스북)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으로 내정됐던 안철수 의원이 7일 혁신위 위원 인선과 인적 청산 요구에 비대위가 거부하자 닷새 만인 사퇴를 선언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메스가 아니라 칼로 도려내야 할 부분이 많다며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했다.

안철수 의원은 이날 당 비대위가 혁신위 구성을 의결한 지 8분 뒤에 기자회견을 열고 “합의되지 않은 날치기 혁신위원회를 거부한다”면서 “최소한의 인적 쇄신안을 비대위에서 받을 수 있는지 주말 동안 의견을 나눴지만 받지 않겠다는 답을 들었다”고 사퇴 배경을 밝혔다.

그는 “목숨이 위태로운 환자의 수술 동의서에 끝까지 서명하지 않는 안일한 사람들을 지켜보면서 참담함을 넘어 깊은 자괴감을 느꼈다. 메스가 아니라 직접 칼을 들겠다”며 “당 대표가 되어 도려낼 것은 도려내고, 잘라낼 것은 과감히 잘라내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비대위는 이날 최형두(경남 창원 마산합포) 의원, 호준석 당 대변인, 이재성 여의도연구원 부원장, 송경택 서울시의원, 김효은 전 교육부장관 정책보좌관을 혁신위원으로 임명하는 혁신위 구성을 의결했다.

하지만, 안 의원이 추천한 이재영 전 의원과 박은식 당협위원장은 비대위가 거부했고, 권영세 의원과 권성동 의원의 출당 제안에도 비대위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함으로 안 의원이 사퇴라는 초강수를 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송언석 비대위원장은 “안 위원장이 갑자기 혁신위를 하지 않고 전당대회를 나가겠다고 한 부분에 대해 안타깝고 당혹스럽다”며 “중간 과정에서 어떤 일이나 오해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처음부터 안 위원장을 모실 때 최대한 존중해서 일하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한편 안철수 의원으로부터 인적 쇄신 대상이 된 국민의힘 권영세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대선 패배 이후 당이 참 어려운 상황에서 자신의 이익 추구를 마치 공익인 양, 개혁인 양 포장하며 당을 내분으로 몰아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 모두가 진정으로 당을, 보수를 혁신해서 재건하는 노력을 해도 부족할 힘든 상황”이라며 “아무런 당내 숙의 과정이 없었음에도 자기가 주장한 것은 다 개혁이고 거기에 반대하면 수구로 몬다”고 반발했다.

권 의원은 “이런 사람들이 실제로 지도자가 된다면 우리 당은 더욱더 어려워지고 혼란스런 내분 속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이라며 “우리 당 차원을 넘어, 우리 정치 전체에서 이런 비열한 행태는 반드시 사라지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안 의원을 저격했다.

권성동 의원도 페이스북에 안철수 의원은 “작금의 위기 상황에서도 일신의 영달을 우선하는 모습에 대단히 유감”이라며 “지난 6월 30일, 안 의원은 제 사무실을 찾아와 장시간 여러 현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안 의원은 혁신위 비전을 여의도연구원 개혁과 정책 쇄신에 두겠다고 강조하며, 전당대회 출마 계획은 ‘전혀 없다’고 밝혔고 인적 쇄신에 대한 이야기 역시 전혀 없었다”고 회상했다.

권 의원은 “주말 사이 급작스럽게 벌어진 '철수 작전'의 배경은 이미 여러 경로에서 드러나고 있다”라며 “안 의원 주변에서 ‘한동훈 전 대표의 출마 가능성이 낮다’는 기대를 심어주며 안 의원의 욕심을 자극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무엇보다 혁신위원장이라는 중책을 자신의 영달을 위한 스포트라이트로 삼은 것은, 그 자체로 혁신의 대상”이라며 “그런데 이제 와서 다시 혁신을 운운하며 전당대회 출마를 거론하는 것은 그야말로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송언석 비대위원장이 김용태 전 비대위원장의 혁신안을 거부하고 야심차게 출범시킨 혁신위원회가 출발도 하기 전에 파열음을 내고 있어 비상계엄 사태로 촉발된 국민의힘이 내홍을 어떻게 헤쳐나올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