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혁신위원장에 안철수 의원이 임명됐다.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2일 국회에서 비대위원장 취임 첫 일성으로 당의 혁신을 외쳤다.
송 비대위원장은 “안 의원은 이공계 출신으로 의사, 대학교수, IT 기업 CEO를 두루 경험해 과감한 당 개혁의 최적임자”라며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당의 변화와 혁신은 선택과 존립을 위한 절박하고 유일한 길”이라며 “당의 낡은 의식과 관행, 제도와 문화를 모두 벗어던지겠다. 시대 변화에 조응하고 선도하는 혁신의 길을 힘있게 걷겠다”고 밝혔다.
혁신위원장을 맡은 안철수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코마(Coma) 상태의 국민의힘, 반드시 살려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안 의원은 “국민의힘은 지금 사망 선고 직전의 코마(의식불명) 상태에 놓여 있다”라며 “정당의 목적은 정권 획득이라는 점에서, 이번 대선 패배는 정당으로서 가장 큰 위기 상황이다”라고 진단했다.
그는 “대선 패배 후 한 달이 지났는데도 꼼짝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악성 종양이 이미 뼈와 골수까지 전이된 말기 환자여서 집도가 필요한데도, 여전히 자연치유를 믿고 있는 모습이다”고 밝혔다.
안 의원은 “건강한 야당의 존재가 자유민주주의에서 가장 필요한데도 불구하고,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해 국민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라며 “과거의 잘못을 철저히 반성하고, 냉정히 평가해서 보수정치를 오염시킨 고름과 종기를 적출하겠다”며 혁신의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국민과 다시 호흡하는 정당, 정상 정당의 처방전을 만들겠다 기회는 없다. 이번이 마지막이다”라며 “앞으로 의심과 회의, 저항과 힐난이 빗발칠 수 있지만, 평범한 국민의 시선에 맞추어 다시 건강한 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정면승부 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송언석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겸임하고 혁신위원장으로 안철수 의원을 선택해서 변화의 길을 모색하는 모양새는 갖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김용태 전 비대위원장이 내세운 개혁안을 송 비대위원장이 거부한 상태에서 과연 안철수 의원이 어떤 방향으로 혁신을 할 것인지, 혁신위원회가 내놓을 혁신안을 비대위를 비롯한 국회의원들이 수용할 수 있을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안철수 혁신위원장의 지난 행보를 보면 탄핵에 찬성했고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외쳤지만, 지난 대선에서 김문수 후보의 선거운동에 최선을 다하는 열성을 보여 당 내외에서 안철수 의원에 대한 시각이 좋은 방향으로 많이 바뀐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영남권을 중심으로 한 당내 주류세력들에 대해 메스를 대지 않는 한, 당의 혁신은 요원한 상황에서 차기 당 대표로 거론되는 안 의원이 이들과 척을 지면서까지 강력한 혁신 드라이브를 걸 수 있을지는 미지수로 비춰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