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회의 개최 중인 이재명 대통령. (사진=이재명 대통령 페이스북)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한 달이 지났지만 국제 정세에서 가장 중요한 한미동맹의 핵심인 정상회담의 불확정과 내치의 동반자인 야당과의 불협화음이 예상보다 심각한 상황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G7 정상회의에 참석해 대한민국의 존재가치를 확인시켰고, 안으로 국무총리를 임명해 국정을 안정시킬 기반을 마련했으며 대선 공약이었던 민생지원금으로 경제를 살리기 위한 추경예산이 국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총리 인준과 추경예산 통과에 야당은 없었고, G7에서는 중동 전쟁으로 미국 대통령인 트럼프가 조기 귀국해서 한미 정상회담이 불발되었고, NATO 정상회담에는 이 대통령이 불참함으로써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일정은 요원한 상태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한 지 18일 만에 야당 지도부와 면담을 가져 지난 윤석열 정권이 취임하고 2년이 지나서야 야당 대표를 만난 것을 반면교사 삼은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야당과의 협치는 보여주기식 형식적인 만남이 아니다. 필요한 사안에 대해서 적극적인 대화를 통해 이해를 구하고 설득을 통하여 시간이 걸리더라도 야당의 동의를 구하는 것이 협치의 시작이다.

이 대통령은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극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여당 단독으로 표결 처리를 강행하도록 방관했다. 또 추경에 포함된 대통령실 특수활동비에 대해서도 해명과 사과 없이 여당 단독으로 처리하는 것에도 침묵함으로써 야당 입장에서는 대통령 공관에 불려가서 사진이나 찍히는 들러리로 전락하는 것이 대통령의 협치인가 반문하고 있다.

논어에 "자공이 정치에 대해 묻자, 공자가 '백성들을 배불리 먹이고 백성을 지켜주고 백성들에게 믿음을 주는 것'이라고 밝힌다. 이에 자공이 다시 묻는다. '어쩔 수 없이 꼭 버려야 한다면 세 가지 중에 무엇을 먼저 버려야 합니까?. '병력과 무기를 버려라'. '그 다음에는 무엇을 버려야 합니까?'. '식량을 버려라. 자고로 사람들은 누구나 죽지만, 백성들이 믿지 못하면 나라가 바로 서지 못하느니라.'”(子貢問政 子曰 足食 足兵 民信之矣, 子貢曰 必不得已而去, 於斯三者何先 曰 去兵. 子貢曰 必不得已而去, 於斯二者何先? 曰 去食. 自古皆有死. 民無信不立)’라고 말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민생지원금’이라고 말하나 야당은 ‘당선축하금’이라고 비난한다. 그리고 야당 대표 시절의 언행과 대통령이 되고 난 뒤의 언행의 일관성에 의문을 표한다. 2600년 전의 가난했던 백성들도 밥보다는 신뢰를 우선시했다. 세계 10대 경제 대국인 대한민국 국민들이 돈 몇 푼에 믿음을 팔겠는가? 이 대통령과 여당은 언행의 일치로 국민들에게 믿음을 얻는게 우선임을 되새겨야 할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정권 초기라 얼마든지 야당과 허니문기간을 즐길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국회의 다수 의석이라는 힘으로 밀어붙이기만 한다면 한두 번은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정책일지라도 야당을 무시하고 민주당만의 정부로 나아간다면 국민의 반발에 부닥쳐 국정 동력이 떨어질 것이다. 국민은 일방적이고 독단적인 정치행태를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이 대통령은 야당을 국정의 협조자로 생각하지 않고 정책을 시행하는데 방해자로 생각했던 윤석열 정권을 반면교사 삼아야 할 것이다. 특히 주의할 것은 여당이 가진 다수 의석의 힘으로 대통령의 성공을 뒷받침하겠다는 미망에 빠진 맹목적 충성심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지난 3년간 윤석열 정부 당시에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이 행해왔던 일들을 되돌아보면서 지금 야당의 입장을 바라보는 역지사지의 정치를 해야 한다. 그래야 대통령은 내각을 구성하고 정책을 실현하는데 입법부의 힘과 행정부의 권력으로 모든 것을 추진하기보다 야당과 충분한 협치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쉽고 옳은 길이란 것을 인지할 수 있을 것이다. 정치는 말로 하지만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국민들이 신뢰를 걷어들인다는 평범한 진리, ‘무신불립’을 잊어서는 안된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체되어 있던 대한민국의 외교가 이 대통령 취임 13일 만에 재개되어 반년 만에 전 세계에 대한민국의 건재함을 알린 것은 칭찬할 만한 일이었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자마자 무역전쟁을 선포한 지 5개월 동안 대한민국은 진공상태나 다름없었다. 우리나라의 가장 중요한 안보의 축이자 경제동맹국의 수장인 트럼프와의 회동이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서 해야 할 첫 번째 과제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일이다.

그러한데도 대통령실 주변에서는 중국의 전승일 행사에 이 대통령이 참석할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지금 미국 정가에서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북한과의 만남을 조건으로 돈을 건넸다는 의심으로 재판이 진행되고 있고, 국무총리와 민주당 지도부가 반미를 외쳤던 인사들로 구성된 것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이 자리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나돌고 있는 상황이다.

이재명 정부는 이러한 이야기를 낭설이라고 일축하지 말고 야당 대표 때와 대한민국대통령의 행동과 발언에는 차이점이 있다는 소신을 밝혀 미국 정부와 트럼프 대통령이 가진 이재명 정부에 대한 의심을 불식시켜야 할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스스로 실용주의자라고 말하고 있다. 취임 기자회견에서 일본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과거사와 경제와 안보는 다르게 반응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미국과의 관계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한결같이 가야만 하는 것이 우리나라가 처한 지정학적 현실이다.

혹시라도 미국은 우리의 오랜 우방이니 무조건 믿어줄 것이라는 착각에 빠져서는 안 된다. 우리 경제가 성장한 만큼의 방위비를 부담해서라도 동맹의 가치를 높여야 할 것이고 굳건한 안보동맹 속에서 관세 협상에 있어서도 상호 호혜 평등의 입장에서 처리해야 할 것이다.

만의 하나라도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안미경중’의 맹목에 매몰되어서도 안 될 것이다. 우리나라가 미국과 일본 그리고 유럽을 비롯한 자유민주주의를 이끌어가는 국가들과 돈독한 관계를 지향할 때 북한과 중국 그리고 러시아를 비롯한 공산주의 체제와 균형을 이루고, 나아가서는 그들을 압도할 수 있는 것이다.

한미동맹이 굳건하게 지켜지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군사적, 경제적으로 동북아 세력의 균형자 역할을 할 능력을 보유해야만 중국도 러시아도 북한도 우리의 적이 아니라 동반자로 함께 갈 수 있다는 것이 거역할 수 없는 사실임을 이재명 정부는 다시 한번 각성하길 바란다. / 김건우 정치에디터(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