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회장 또 측근 승계?...“'외피아' 전원교체를”

벤쿠버 호화 골프관광에 김학동·김지용·정기섭 동행
경찰, 청탁금지법 혐의 고발·참고인 조사 등 수사 박차
3연임 포기 최 회장, 사외이사 통해 측근에 승계 노림수
사외이사진 신뢰 상실, 'kt 데자뷔'로 정부 개입 자초해
용산, '관치'여론몰이 의식하다 김대기 경질 '신뢰 균열'

뉴스포레 임재현 기자 승인 2024.01.09 13:17 | 최종 수정 2024.02.05 03:04 의견 0
(왼쪽부터)지난 12월 7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하는 임종백 범대위 집행위원장, 국회 국감에 증인채택된 최정우 포스코홀딩스 회장, 올 새해 시무식에 참석한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뉴스포레 사진>

차기 회장 선임에 당연직 회장후보추천위원으로서 사실상 전권을 행사해온 포스코홀딩스의 사외이사들에 대해 중립성과 도덕성이 이미 심각하게 훼손됐으므로 전원 교체 등 특단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확산되고 있다.

포스코홀딩스 CEO후보추천위원회(후추위 위원장 박희재 서울대 교수)는 지난 3일 내부 후보 자원자 1차 심사 결과, 최정우 회장을 제외한 평판 조회 대상자 8명을 선정했다.

8명에는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정탁 포스코인터내셔널 부회장·이시우 포스코 사장·김지용 포스코홀딩스 부사장·한성희 포스코이앤씨 사장·전중선 포스코홀딩스 자문역·정창화 포스코홀딩스 자문역·김준형 포스코퓨처엠 사장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외부 인사로 거론되는 황은연 전 포스코 사장,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이영훈 전 포스코건설 사장, 조청명 전 포스코플랜텍 사장 등과 함께 오는 17일 '내·외부롱리스트'에서 최종 확정된다.

▲최회장, 후계구도 개입 여지 논란

이로써 논란을 빚은 최정우 회장의 3연임은 좌절됐지만 포스코그룹에 후추위 제도가 도입된 이후 전례를 고려할 때 현 회장이 사외이사들을 통해 차기 회장 선임에 개입할 여지는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포스코의 전직 임원 K씨는 "비리 혐의로 10개월이나 검찰 수사를 받았던 정준양에 이어 최순실 국정농단사태에 연루됐던 권오준이 선임된 과정은 포스코의 흑역사"라며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전혀 예상치 못했던 최정우까지 포스코 회장 선임은 현 회장, 청와대, 사외이사 간 3인4각의 합작품이었다"고 말했다.

최정우 회장은 문재인 정부 개입설에 이어 2023년 태풍 '힌남노' 당시 골프 라운딩·창사 이래 초유의 제철소 침수 및 조업 중단 사태, 포스코홀딩스 설립 이후 포항지역과의 극심한 갈등, 스톡그랜트 논란 등 잇단 실책에도 불구하고 3연임을 관철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 같은 배경에는 kt 회장 선임 절차에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개입하자 야당이 중심이 된 '관치' 논란이 여론몰이로 확산되면서 판박이 지배구조를 가진 포스코그룹 최 회장이 수혜자가 된 상황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많았다.

김대기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서울대 경제학과 선배인 김성진 사외이사(전 이사회 초대의장·해양수산부 장관)와 함께 최 회장 3연임 추진의 중심세력이라는 관측들도 이어졌다.

▲12월 28일 기점 정부 개입

실제로 지난달 11일 최 회장이 자사주 700주 장내 매수에 이어 19일 열린 이사회에서 규정 개정으로 차기 후보 리스트에 포함되자 '3연임 의사'로 언론에 즉각 보도됐다. 하지만 28일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의 반대 의견 과 김대기 비서실장의 사의 표명이 공교롭게도 하루 새 이뤄지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불똥은 대통령실에도 떨어졌다.

그동안 윤석열 대통령이 최 회장에 대한 국민 전반의 부정적인 시각을 반영하듯 해외 순방 경제인단에서 제외하는 등 거리를 둬왔음에도 kt 회장 선임 사태 이후 여론몰이에 밀려 개입의 적기를 놓치고 신뢰에도 금이 갔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상황을 의식한듯 박희재 후추위 위원장은 "끝까지 공정하고 엄정한 선택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정·재계에서는 박 위원장 등 사외이사 7명이 이번 회장 후보를 포함한 사내이사들과 그동안 국내·외를 드나들며 가진 골프와 와인 파티 등을 통해 중립성은 물론 도덕성으로 인해 이미 자격을 상실했다는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해외 호화 골프관광 부정 혐의로 검찰 고발

지난해 8월 뉴스포레 단독보도에 이어 1월에는 조선일보를 통해 태풍 '카눈' 피해 상황에서 5박7일 간 캐나다 벤쿠버와 밴프, 빅토리아호수 등에 열린 이사회에서 사외이사 7명과 사내이사 5명이 최고급 유럽산 와인과 함께 호텔을 돌며 호화판 골프관광 등 여흥을 즐긴 사실이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포스코의 현지 법인인 포스칸이 일부 비용을 부정 지급했다는 이른바 '경비 대납' 사실도 폭로됐다.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교육위원회는 서울대 교수인 박희재 위원장과 연세대 교수인 손성규·김준기 교수 등 국·사립대 교원인 사외이사들에게 부정한 청탁을 한 혐의로 최정우 회장을 증인채택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최정우 퇴출! 포스코지주사·미래기술연구원 포항이전 범시민대책위원회'(범대위)의 임종백 공동집행위원장은 지난달 7일 해외 이사회 참가 사내·외 이사 12명 등 16명을 서울중앙지검에 청탁금지법 위반과 업무상배임 혐의 등으로 고발했다.

피고발인에는 사내이사 가운데 최 회장 외에도 이번 후보 명단의 김학동 부회장, 김지용 포스코홀딩스 미래기술연구원장과 함께 후보 여부가 확인되지 않고 있는 정기섭 포스코홀딩스 사장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사건을 이첩받은 서울수서경찰서는 지난 4일과 5일 임 위원장과 참고인을 잇달아 불러 조사를 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고발인인 임종백 범대위 공동집행위원장은 "최정우를 비롯한 사내·외 이사들은 이권 카르텔을 위해 차기 회장 선임 절차를 농단하면서 'ESG'(환경,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 경영의 가치는 안중에도 없다"면서 "포스코그룹이 마치 일반적인 기업이므로 정부가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학자와 언론도 포스코의 국민기업의 가치를 호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임 위원장은 "정부는 늦었지만 '외피아', 즉 마피아로 불리는 사외이사 전원 교체를 통해 회장 인사에 적극 개입해야 한다"면서 "이를 통해 일제 강점 35년간 흘린 조상의 혈세로 지어진 포스코의 정체성을 바로 세워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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