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홀'행사에 포스코 법카?...벤쿠버이사회 '파장'[단독]

8월 포스코홀딩스 캐나다 관광 비용 부적정 사용 의혹
포스코 현지법인 '대납' 규명되면 업무상배임 처벌대상
국립대교수 등 사외이사 배임수재·청탁금지법 위반도

뉴스포레 임재현 기자 승인 2023.11.22 13:33 | 최종 수정 2024.01.13 11:01 의견 1
포스코의 현지 법인 포스칸이 투자한 캐나다 그린힐스광산이 위치한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엘크밸리 일대. (사진= 텍리소스 홈페이지)

속보='포스코홀딩스 최정우 회장과 사외이사 캐나다 벤쿠버 골프관광 논란'(본지 10월 26일·8월 27·22일자 등 단독 보도)의 계기가 된 해외이사회에서 접대비 등 일부 경비가 부정 지출됐다는 파문이 일고 있다.

뉴스포레 취재에 대해 해외 이사회 업무에 관련된 포스코홀딩스와 포스코 현지 법인의 임원들은 구체적 답변을 회피하고 있어 관련 의혹에 대한 철저한 규명이 요구된다.

포스코그룹 관련 인사들의 제보를 종합하면 지난 8월 5일부터 11일까지 5박 7일 간 캐나다 벤쿠버 일원에서 열린 이사회에는 최정우 회장을 비롯한 사내이사 5명과 서울대 교수 박희재 이사회 의장 등 사외이사들이 참가했다.

당시 이사회는 간단한 회의와 포스코의 현지 법인인 'POSCO-Canada'(POSCAN, 포스칸)이 투자한 석탄 광산 방문 외에는 밴프와 빅토리아호수, 벤쿠버 시내 등 관광과 라운딩 2회를 포함해 대부분 골프관광 위주로 진행됐다.

포스코그룹 전·현직 인사의 전언에 따르면 참석 이사들은 캐나다 최고급 호텔에 묵으며 한병당 100만원 이상의 최고급 유럽산 와인 등을 곁들인 식사와 여흥을 즐겼다. 지난해 12월 이후 포스코의 비상경영 선포 상황에서 호화판으로 진행된 해외 이사회를 위해 상당한 액수의 비용이 지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경비 결제 과정에서 포스코홀딩스 측의 법인카드 외에 포스코 또는 현지 법인이 비용을 분담한, 이른바 '대납' 회계 부정이 있었다는 것. 이로 인해 벤쿠버 이사회가 종료된지 3개월 이상이 지난 최근까지도 카드 사용 내역에 대한 업무 결제를 처리하지 못하는 등 내부 혼선이 계속 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법인카드의 부정 사용 여부에 대한 뉴스포레의 취재에 대해 포스코가 지난 1982년 벤쿠버에 설립한 원료법인 포스칸 측은 정확한 답변을 회피했다.

포스칸 법인장 정모씨는 최근 본지와의 통화에서 "포스코홀딩스 이사회에 대한 법인카드 사용 등 구체적 업무 내용을 밝힐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고 밝혔다.

포스코그룹의 이 같은 회계 부정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어떤 내부 사정이 있었을지 그 이유를 두고도 관심이 모인다.

제보에 따르면 이번 이사회를 앞둔 준비 과정에는 포스코홀딩스 경영전략팀 임원 정모씨의 주도 아래 재무팀 임원 김모씨, 인재경영실 TTM그룹 임원 박모씨 등 핵심 부서들이 개입됐다. 따라서 이사회에서 중요 업무의 하나인 경비 지출을 위한 다른 법인의 대납은 단순한 업무 착오가 아니라 사전에 계획된 업무 부정이라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일각에서는 호화접대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이사회 의장 등 국·사립대 교수 3명이 포함된 사외이사들에게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에 대비한 조치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타 법인이 비용을 쪼개서 분담하면 사외이사들을 접대한 포스코홀딩스의 경비 내역과 총액이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해외이사회의 향응 접대 과정에서 부정한 청탁이 있었을 경우 사외이사들에게 청탁금지법은 물론 형법 상의 배임수재 혐의 적용도 가능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정우 회장 퇴진 운동 시민단체들을 위한 공익변론을 펼쳐온 배용재 변호사는 "배임수재 혐의가 성립되려면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지가 관건"이라며 "법 위반 여부를 떠나 회사의 준법 경영을 감시해야 할 사외이사들이 호화 향응 접대를 받았다면 도덕적 책임은 이미 피하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이 같은 지적대로 내년 2월 최정우 회장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올 연말께 구성되는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는 사외이사 전원이 포함돼 있어 회장 선임을 둘러싼 청탁 가능성은 이미 여러 차례 언론 보도를 통해 제기돼 왔다.

포스코홀딩스의 현직 임원인 사내이사들에 대한 책임은 더 무거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해외 이사회 참석자인 김학동(64)포스코 대표이사 부회장, 정기섭(62)포스코홀딩스 사장, 김지용(61)포스코홀딩스 미래기술연구원장, 유병옥(61)포스코홀딩스 부사장 등 4명은 모두 유력한 차기 회장 후보들이다.

이 가운데 김 부회장은 포스코나 현지 법인의 회계 부정이 확인될 경우 사전 공모에 의한 업무상배임 혐의 적용은 물론 차기 회장 후보 자격에도 결격 사유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포스코가 지난해 9월 태풍 힌남노 침수 및 조업 중단 사태로 매출이 절반 가량 격감해 비상경영을 선포한 상황에서 호화판 해외 이사회에 이어 법인카드 부정 사용까지 드러날 경우 최근 파업 사태 당시처럼 노조의 강력한 반발도 우려되고 있다.

그룹 전체의 위상을 흔들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을 위한 언론 취재에 대해 포스코홀딩스의 안일한 대처도 빈축을 사고 있다.

뉴스포레의 개별적인 전화 취재에 대해 이사회 준비 참여 임원 3명은 모두 "구체적인 사실 확인을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며 커뮤니케이션팀에 확인하기를 바란다"며 답변을 피했다.

특히 최 회장의 비서실장인 인재경영실 임원 박씨는 "인사와 노무 업무를 담당하고 있어 이사회 업무는 알지 못한다"면서 "비서실장도 아니다"라고 사실과 다른 답변을 했다.

임원들이 모두 언론 창구로 지목한 커뮤니케이션팀 임원 임모씨도 "이사회에 관한 사실은 확인할 수도, 확인해줄 수도 없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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