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동대해문화연구소의 '해월 최시형 선생과 검등골' 강연회 기념촬영 사진.
<사진 제공= 동대해연>
포항시와 사회단체 등이 동학 2대 교조 해월 최시형 선생의 본향 포항에 추진 중인 기념관 건립 사업이 경기도 여주시를 비롯한 타 지자체에 선점돼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사)동대해문화연구소(이사장 이석태)가 최근 포항시립 포은중앙도서관에서 개최한 '해월 최시형 선생과 검등골' 강연회에서 이윤영 전주동학혁명기념관장, 천도교 중앙총부 최인경 사회문화관장 등 발표자들은 이 같은 우려를 표명했다.
이 관장 등은 해월 선생의 은거지인 포항시 북구 신광면 검등골 일대가 시 지정기념물에 조차 지정되지 않은 현실에서 묘소가 소재한 여주시가 경기도의회 조례 제정을 추진하는 등 여러 지자체가 기념관 건립에 한발 앞서 대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강연회에서는 검등골이 단순히 동학 사적지가 아니라 노동과 수련을 병행한 '검등골 정신'의 성지이며, 포항이 대한민국은 물론 인류사적인 사상의 발상지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남연호 천도교중앙도서관장은 주제 발표 '최시형을 통해 발현된 검등골 정신의 현대적 계승'에서 신광(神光)과 검등, 그리고 마복(馬伏)과 마북(馬北) 등 지명은 모두 빛과 신령한 도(道)를 함축한다는 점에서 영일(迎日)과 일월(日月)의 포항의 정체성과 일치한다고 강조했다.
남 관장은 또 검등골은 동학교리와 삶이 만나는 상징적 공간으로 승화돼 1대 교조 수운 최제우 선생과 해월 선생, 조선 말기 백성에게 '우주의 신성한 배꼽'으로서 인간과 자연, 공동체의 조화로운 삶을 성찰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동대해연이 AI로 복원해 공개한 해월 선생 삼부자의 사진. 왼쪽이 장남 최동호.<사진 제공= 동대해연>
최인경 사회문화관장은 '나의 할아버지 해월'의 주제 발표를 통해 해월의 장남 최동희와 차남 최동호의 애국지사적 삶과 죽음, 딸 최윤과 아들 정순철에 이어진 굴곡된 생애를 조명했다.
최동희는 와세다대학을 유학하고 상해 망명 후 고려혁명당을 창건해 중앙위원으로 활동하다 병사했다.
최동호는 3.1만세운동 당시 체포돼 극심한 고문 끝에 서대문형무소에서 출소한 뒤 외숙부 3대 교조 손병희가 서거한 상춘원에서 병사했으니 그의 나이 27세였다.
최윤은 관군에 체포돼 수령에 의해 향리의 첩으로 맡겨졌으나 고결한 삶으로 '천도교 동학의 딸'로서 존경을 받았며 평안하게 생을 마감했다.
그의 아들 정순철은 서울에서 고교 음악교사로 활동하다 '학교종', '졸업식 노래', '짝짜꿍' 등 주옥 같은 동요를 작곡하고 한국전쟁 때 북한에 납북됐다.
이날 강연회에서는 동대해연은 검등골을 배경으로 해월 삼부자의 전신을 AI(인공지능)으로 합성해 복원한 사진을 공개해 눈길을 모았다.
발표에 앞서 열린 개회식에는 이대공 (사)애린복지재단 이사장, 포항시의회 김일만 의장과 최광열 의원 등 외빈들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