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조계종 제11교구 본사 불국사 전경. <뉴스포레 사진>
속보='APEC 앞둔 경주 불국사의 특정 건설사 일감 몰아주기'<본지 17일자 단독보도>에 이어 지난해 주지 선거 과정에서 억대의 현금이 살포됐다는 폭로가 나와 파문이 일고 있다.
최근 경주지역 불교계 유력인사가 본지에 전한 제보와 근거 자료들에 따르면, 불국사 현 주지 종천 스님 측은 지난해 7월 1일 열린 주지 선거를 전후해 산하 말사 주지 등 관계자들에게 모두 4억3천여만원의 현금을 전달했다.
▲문중기금 등 통장 3개 5억원 인출
이 자금들은 당시 주지 권한 대행이었던 현 주지가 총괄 관리하던 불국사의 '문중기금' '발전위원회(발전위)기금' '국장모임' 등 명의 계좌 3개에서 인출된 5억원이 재원이었다.
주요 근거 문서 가운데 '주지선거 수지 결산'에 따르면 5억원은 각각 발전위 3억원, 문중기금과 국장 모임 1억원씩 등의 순으로 충당됐다.
당시 주지 대행의 지시를 받은 재무스님은 6월 28일 오후 2시께 거래은행인 농협 지점에서 예금을 인출해 선거일인 7월 1일까지 4일여간에 걸쳐 불국사 사무실 옆 다실 등에서 스님들에게 돈봉투를 전달했다.
이 과정에서 현 주지는 예금이 10만원권 수표로 인출된 사실을 알고, 다시 지시하여 다음날인 29일이 휴일임에도 농협 지점장에게 연락해 1억5천여만원의 현금으로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본지가 입수한 자료 중 '산중총회 지출 명단'에 따르면, 선거권을 가진 불국사 산하 말사 주지 등 94명 중 39명에게 500만원씩 1억9천500만원, 55명에게는 300만원씩 1억6천500만원 등 모두 3억6천만원이 지출됐다.
▲지출 후 기금 통장 2개 폐쇄·파기
본지가 입수한 지난해 불국사 주지 부정선거 혐의 근거 자료 중 'A' 'B' 'C' 문서의 지출 내역이 'D 주지선거 수지 결산'에 요약돼 있다. <뉴스포레 사진>
'주지선거 수지 결산'에 따르면 가장 비중이 큰 이 돈은 '여비' 명목으로 지출됐으며, 나머지는 '선거관련 대중공양비' 5천400만원(10명 500만원씩), '00스님과 종무소' 1천370만원(31명) 등 명목까지 모두 합하면 4억2천770만원이다.
제보에 따르면, 7월 주지 당선 및 취임 이후 3개월 뒤인 10월께 3개의 기금 중 발전위와 국장모임 등 2개의 통장은 폐쇄하고, 지출 후 잔금 7천230만원은 해당 위원들에게 반환됐다.
이번에 본지에 입수된 각종 문서는 현 주지 측에서 내부 보고용으로 작성했다가 모종의 경위로 유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주의 또 다른 불교계 인사도 당시 비리 정황을 담은 서면 자료를 작성해놓은 사실도 확인됐다.
▲조계종 총무원 감사 착수
이 같은 비리를 공개한 불교계 인사는 지난 5월 서울 조계종 총무원에 고소장을 접수했으며, 조만간 경주 불국사 현지에서 감사가 예고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경찰청도 관련 비리 혐의를 포착하고 내사에 이어 본격수사를 검토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동안 경주지역 및 불교계에서 은밀하게 전해졌던 지난해 주지 선거 과정의 불법 의혹과 여성인사 H씨를 매개로 한 특정 건설사의 공사 수주 특혜 등 국내 최대 사찰 불국사를 둘러싼 각종 논란이 어떻게 매듭지어질 지가 주목된다.
불국사 주지 종천 스님은 20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제기된 주장들은 모두 허위이며, 불법 혐의가 있다면 (제보자가)검·경 고발 등 조치를 하면 될 것"이라며 일축했다.
불국사 총무국은 "당시 선거에 출마한 현 주지스님은 주지대행을 사퇴해 결제 권한이 없었다"면서 "결제권자인 총무국장의 권한으로 행해진 일"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