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이 법원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대기하던 당 지도부와 지지자들의 박수를 받고 있다. (사진=MBC캡쳐)

국민의힘은 계엄 1년이 되는 3일 사과를 놓고 지도부의 입장이 엇갈렸다. 장동혁 대표는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민주당이 원인 제공을 했다며 저격했지만, 송언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민주당의 장경태 의원 성추행 사건과 추경호 의원의 구속영장 기각이라는 호재에도 불구하고 당 지도부가 계엄과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에 미온적인 태도로 어부지리도 취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제기하며 의원들이 그룹별로 또는 개별적으로 사과하며 민심에 다가가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12·3 계엄 1년이 되는 이날 새벽 추경호 의원의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되며 민주당이 압박하는 내란정당 해산 프레임에서 일단 벗어났다.

하지만 장동혁 대표는 페이스북에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며 “탄핵까지 이어지며 국민과 당원들께 실망을 드렸다. 하나로 뭉쳐 제대로 싸우지 못한 당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과 대신 강성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장 대표는 “이제 어둠의 1년이 지나고 있다. 두터운 장막이 걷히고, 새로운 희망의 길이 열리고 있다”며 “추경호 전 원내대표 영장 기각이 바로 그 신호탄, 2024년 12월 3일부터 시작된 내란몰이가 2025년 12월 3일 막을 내렸다”며 민주당의 정치 탄압을 주장했다.

하지만 송언석 원내대표는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해제 표결에 참여하거나, 참여하지 못한 국민의힘 107명 국회의원들을 대표해 지난 1년여 시간을 반성하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엄숙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국민의힘 107명 국회의원들을 대표해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초·재선 의원을 중심으로 한 의원 25명은 공동명의로 낸 사과문에서 “비상계엄을 미리 막지 못하고 국민께 큰 고통과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당시 집권 여당의 일원으로서 거듭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며 “계엄을 위헌·위법한 것으로 판단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존중하고, 윤 전 대통령을 비롯한 비상계엄을 주도한 세력과 정치적으로 단절할 것”이라며 윤어게인 세력과의 결별을 선언했다.

비상계엄에 사과한 의원들과 메시지를 낸 의원들을 포함하면 40명 내외가 된다. 당 중진인 권영세 의원은 “야당의 입법 독재가 아무리 심각했다 하더라도 계엄 선포는 잘못된 선택이었다. 중진의원으로서 계엄을 막지 못한 점,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깊이 반성한다”고 페이스북에 올렸다.

12·3 비상계엄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한동훈 전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1년 전 오늘 대한민국은 비상계엄이라는 위기를 겪었지만 몇 시간 만에 위기를 극복했다. 비상계엄을 막은 것은 피땀으로 이룩한 자유민주주의 시스템과 삶에서 녹여내 온 대한민국 국민들이었다”며 “국민들이 그만 됐다고 할 때까지 사과드려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 전 대표는 “그날로부터 1년이 지났지만 국민들이 지켜낸 민주주의는 사실 더 나빠졌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계엄으로 나라를 망쳤다면 이재명 대통령은 딱 계엄만 빼고 나쁜 짓을 다 해서 이 나라를 망치고 있다”며 “이제 퇴행이 아니라 미래로 가자”고 민주당의 내란몰이를 비판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도 페이스북에 “윤 전 대통령이 계엄이라는 씻을 수 없는 과오를 저지른 지 1년이 되는 날”이라며 “윤 전 대통령이 정치를 거추장스럽게 여기며 일방적인 판단을 내릴 때 초기에 제어하지 못하고 오히려 빌붙으려 했던 이들이 결국 괴물을 만들었다”며 윤 전 대통령을 망상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한 윤핵관을 저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