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사진=이재명 대통령 페이스북)
대한민국은 행정부·입법부·사법부가 각기 균형과 견제를 갖춘 삼권분립을 원칙으로 하는 민주공화국이다. 국가 권력 서열을 보면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이 의전 서열 1위, 입법부의 수장인 국회의장이 2위, 사법부의 수장인 대법원장이 그 뒤를 따른다. 국민투표에 의해 선출된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이 국가를 대표한다.
이재명 정부는 탄생 6개월 동안 많은 일을 했다. 한미 정상회담을 통한 관세 협상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성공적 개최와 한중·한일 정상회담으로 동북아의 평화유지에 합의하는 등 성과를 얻었다. 하지만 국민의 뇌리에는 오직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를 지우기 위한 사법부 때리기와 검찰 옥죄기라는 판단만 남아있을 정도로 대통령의 치적이 묻히고 있다.
정청래 당 대표가 야심 차게 추진해 추석 밥상 선물로 올리겠다던 검찰청 폐지안은 국민의힘이 불참한 가운데 민주당 주도로 지난 9월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78년 만에 검찰청을 폐지시켜 입법부를 장악한 민주당의 힘을 과시했다. 검찰청을 폐지한 민주당과 집권 세력은 이재명 대통령이 관련된 단군 이래 최대 개발 비리 ‘대장동 사건’의 항소 포기를 종용해 7,800억 원이라는 엄청난 세금을 사기꾼들에게 안기며 대통령이 관련된 사건을 무마하려 한 것이 아닌가 합리적 의심을 자아냈다.
여기에 더하여 민주당 충성파들은 여론의 역풍에 중단하기는 했지만 이재명 대통령 관련된 모든 재판을 임기 중에는 중단하는 법안을 추진했다. 또 대장동 항소 포기를 비판한 검사들을 징계해야 한다는 법안을 제출하며 검찰청 폐지로 발가벗겨진 검찰을 압박하고 있다. 민주당의 검찰에 대한 보복 행위야 그동안 정치 행보를 거듭하며 정치검찰의 오명을 자처한 검찰의 자업자득이고 일부 강성파들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충성 행위로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삼권분립 중에서도 가장 숭고하게 받들어져야 할 법원에 대한 집권 세력의 과도한 개입은 선을 넘고 있다. 민주당은 선출 권력이 사법부 위에 있다는 입법부 우선의 논리를 내세워 대법원을 몰아세웠다. 민주당이 장악한 국회 법사위는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무안을 주기 위한 청문회를 추진하고 대법관 수를 증원하는 법안을 통과시켜 사법부를 친여 성향으로 만들기 위해 지속적으로 흔들고 있다. 그 이유는 자명하다. 지난 대선 기간 이재명 당시 대선 후보의 선거법 위반에 대해 대법이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을 한 것에 대한 보복임을 모를 국민은 없다.
지금 민주당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불법 비상 계엄에 대한 특검을 실시하며, 국민의힘을 내란 정당으로 몰아 정당해산을 시키겠다고 누누이 말하고 있다. 또 그 첫단추로서 계엄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였던 추경호 의원에 대해 내란 동조 혐의로 청구된 체포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한 상태다. 만약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받아진다면 국민의힘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내우외환에 휘말릴 것이다.
민주당은 ‘대장동 항소 포기’의 여론을 반전시키기 위해 국민의힘을 내란 정당으로 옥죄고, 대통령은 귀국하자마자 해외순방의 성과는 뒤로 하고 대변인을 통해 “법관과 사법부의 독립과 존중은 매우 중요한 가치다. 공직자인 검사들의 집단 퇴정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신속하고 엄정한 감찰과 수사를 진행할 것”을 지시했다.
지금까지 민주당이 주도해서 검찰청을 폐지하고 사법부을 겁박한 것도 모자라 해외순방을 마친 이재명 대통령이 자신과 관련된 이화영 전 부지사의 ‘연어파티 의혹’ 재판에 목소리를 낸, 있어서도, 있을 수도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한낱 필부도 아닌 대통령이 자신과 관련된 재판에 관여한 것은 분명 의도된 행위다. 이번 일들을 지켜보고 나서 이 대통령에게 튀르키예의 독재자 에르도안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마음이 변한 게 아닌지 묻고 싶을 정도다. 에르도안은 선거를 통해 대통령에 당선되었지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정적을 제거하는 러시아의 푸틴과 마찬가지로 정당한 절차를 가장한 독재를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여독도 풀리기도 전에 산적한 현안들을 뒤로 하고 자신이 관련된 재판에 참여 중인 검사들의 감찰을 지시하고, 사법부의 위상을 운운한 것은 검찰이 어떤 처신을 해야 하고, 법원은 어떤 판단을 해야 하는지 지침을 준 것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 만약 민주당의 주장대로 국민의힘이 내란 정당으로 해산된다면 사법부의 독립을 지켜줄 정치적인 방패막은 사라진다. 그렇게 된다면 생각하기도 싫지만 지금도 풍전등화(風前燈火)인 사법부의 독립은 요원하고 정권이 요구하는 대로 판결하는 '어용재판소'로 전락할 가능성이 불 보듯 뻔하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짧은 헌정 역사에서 두 번이나 있었던 대통령 탄핵의 최선봉에 섰던 사람이다. 민심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 알 것이다. 하지만 권력에 취하다 보면 민심은 달리 보일 수밖에 없다. 다수당의 위압으로 탄핵에 탄핵을 남발하며 비록 대통령이 되는 과정은 졸렬해 보이기까지 했지만, 그 과오를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대한민국의 미래세대를 위해 정치를 반석에 올려놓아야 할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민주주의의 기본인 삼권분립부터 명확하게 정립해야 한다. 입법부의 일은 여야가 잘 타협해서 처리하도록 힘을 실어주고, 사법부는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하도록 대통령이 앞장서서 실천해야 할 것이다.
옛말에 '오얏나무 밑에서는 갓 끈을 고치지 말고 참외밭에서는 신발 끈을 매지 마라’ 고 했다. 또 다시 한번 자신과 관련된 재판이나 사법부의 일에 관여한다면 국민은 '대통령은 합법을 가장한 위선으로 총통이 되고자 할 것'이라며 들고 일어날 것이다. '군주민수(君舟民水)'의 냉엄한 교훈도 명심하기 바란다.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뒤집을 수도 있는 것이 물이요, 민심임을 자신이 불과 몇개월 전에 직접 겪지 않았던가? /김건우 정치에디터(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