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사진=나경원 의원 페이스북)

7년에 걸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사건’에 법원이 1심 판결에 나경원 의원을 비롯한 당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의원 모두가 당선 무효형을 모면했다.

이에 여당은 ‘장고 끝에 악수, 말이 되느냐’라고 비판했고, 야당은 ‘다수당 폭거에 면죄부 주는 판결’이라며 법원의 판결을 존중하면서도 무죄의 아쉬움을 드러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장찬 부장판사)는 21일 특수공무집행방해, 국회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과 황교안 전 국무총리 등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관계자 26명의 선고 공판에서 나 의원에게는 벌금 총 2,400만 원(2건에서 2,000만 원·400만 원)을 선고했다.

이 외에도 황 전 총리에게는 벌금 총 1,900만 원(1,500만 원·400만 원)을 선고했고, 송언석 의원에게는 벌금 총 1,150만 원(1,000만 원·150만 원), 이만희·김정재·윤한홍·이철규 의원은 각각 벌금 850만 원·1,150만 원·750만 원·550만 원을,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는 각각 벌금 750만 원·150만 원을 선고했다.

이날 선고된 벌금 중 국회법 관련 위반으로 선고된 벌금형이 모두 500만 원 미만이라 국민의힘 현역 의원 6명(나경원·김정재·이만희·윤한홍·송언석·이철규)은 모두 의원직 상실을 면했지만, 일각에서는 재판부가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 등의 벌금 액수를 키워 면죄부를 준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번 재판은 지난 2019년 4월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였던 나경원 의원을 포함한 지도부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 법안과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법안 등을 패스트트랙 법안으로 지정할지를 놓고 민주당과 극한 대립을 벌이는 과정에서 국회 의안 접수와 회의 진행을 방해한 혐의로 고발된 사건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페이스북에 “법원의 나경원 봐주기 판결에 분노한다. 법원이 죄를 벌하지 않고 국민의힘이 국회 안에서 더 날뛰게 국회 폭력을 용인하고 용기를 준 꼴”이라며 “죄는 있으나 벌은 주지 않겠다. 조희대 사법부답다”고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범여권인 조국 전 조국혁신당 비상대책위원장도 “패스트트랙 1심 재판부, 국회법 제166조 위반 유죄라고 판단하면서도 500만원 이하 벌금형을 선고해 의원직 유지시켜줬다”며 “법원은 앞으로 국회의원들이 국회에서 '빠루'를 들고 폭력을 행사해도 의원직은 유지된다고 은혜를 베풀었다”고 비판에 가세했다.

야당인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다수당의 폭거에 면죄부를 주는 판결을 한 점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 그날의 항거는 입법 독재와 의회 폭거로부터 대한민국 사법체계를 지켜내기 위한 소수 야당의 처절한 저항이었다”며 “누더기가 된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실패로 확인됐고 정치 편향성과 역량 부족으로 논란만 일으키는 공수처는 예산만 먹는 하마가 됐다”고 지적했다.

나경원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 사건은 근본적으로 국회의 구성원들이 국민의 다양한 의사를 수렴하고, 대화와 타협, 설득을 통해 법안을 제정하고 정책을 결정하는 성숙한 의정 문화를 갖추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며 “법원이 무죄 판결을 내리지 않은 것이 못내 아쉽지만, 오늘 판결은 민주당의 일당독재·다수결독재에 대한 경종이었다. 의회민주주의의 최후의 저지선은 지켜낸 판결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