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경주 APEC' 공식후원사로 선정된 농업회사법인 '경주로칼푸드'의 '미소 식혜'와 '미소 수정과'.<사진 제공= 경주로칼푸드>
'신라 천년 고도(古都)' 경북 경주의 자랑이 석굴암과 첨성대로 대표되는 국가유산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는 사실인데 비해 우물로 상징되는 '물'이라는 점은 잘 알려지지는 않은 편이다.
경주는 '삼국사기' 속 김유신 장군 설화가 얽힌 경주 교동 소재 '재매정'(再買井)을 비롯해 학자들이 모두 211개로 파악한 신라 이래 우물이 아직도 남아 있는 물의 고장으로서 지난 2015년에는 '세계물포럼'이 열렸다.
이처럼 물 좋은 도시 경주에는 전국에서 유일한 지명인 '식혜골'(食醯谷)이 남산 초입의 탑동에 자리 잡고 있을 만큼 신라 천년 고도가 비장해온 전통음료의 명맥을 짐작케 한다.
지난 1일 막을 내린 '2025 경주 APEC'이 선택한 경주지역 7개 공식 후원사와 품목 가운데 경주로컬푸드(대표 장춘광)의 '미소 식혜'와 '미소 수정과'가 유일한 전통음료로 선정된 결과는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이 회사가 통합 브랜드명을 '신라방'으로 정하고 두 가지 개별 상품을 출시해 '신라'와 '미소'는 제품명에서 서로 구분돼 있지만, 이번 APEC 행사 참가자들의 입을 통해 '신라 미소 식혜'로 불리며 인기를 모았다.
지난 2018년 농업회사법인을 창업한 장춘광 대표(64)는 포항해양과학고를 졸업하고 경주시청 해양수산 담당 공직자 출신으로서 명퇴 후 '행정사'로서 인생이모작이 보장돼 있었으나 전통식품 제조업에 뛰어든 특이한 이력이다.
장 대표는 한국 전통 식혜의 성분과 효능을 묻는 질문에 "한겨울에도 땅속의 에너지를 흡수해 싹(맥아)을 틔우는 보리 특유의 성분을 이용한 '질금'(엿기름)은 천연 소화제요 숙취 해소제"라며 "식혜 제조 연구의 재미에 빠져 공직 명퇴를 결정한 데는 집안 내력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의 외할아버지는 경주 양동마을 근처 안강읍에서 엿공장을 하며 부산에 까지 물건을 공급했으며, 11남매 중 장녀였던 어머니도 손수 식혜를 만들어 포항 죽도시장에까지 단골상인을 둘 만큼 솜씨가 알려졌었다.
이처럼 외가 친족 3대에 이어져 온 엿기름과의 인연은 장춘광 대표가 과학적 식품 제조 공법을 도입하는 시도를 통해 전통과 기술이 접목하는 성과를 이루게 됐다.
경주로칼푸드는 전통적 식혜 제조 공정에서 생성된 효모와 효소가 100% 살균·사멸되는 단점에 착안해 유산균 함유 '포스트 바이오틱스' 첨가 기술을 개발해 특허를 받아냈다.
또 100% 국내산 찹쌀과 엿기름으로 제조한다는 '지역농산물 생산 증명'(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식품안전관리인증'(HACCP 인증서,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도 획득했다.
이번 경주APEC 공식후원사 선정을 계기로 생산 설비 증설과 판로 개척은 장 대표의 다음 과제가 되고 있다.
현재 '신라 미소 식혜·수정과'는 경주하나로마트, 보문관광단지 리조트, 동궁원, 포항산림조합, 경주 인근 고속도로 휴게소 3곳 등 로컬 오픈 매장에서 한정 판매되고 있다.
장춘광 경주로칼푸드 대표는 "경주APEC K-푸드존에서 영어와 스페인어로 홍보를 한 딸을 통해 'K-전통음료'에 대한 외국인들의 관심을 확인했다"면서 "APEC을 계기로 경주가 K-푸드의 핵심 메카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