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사진=이혜훈 페이스북)

이재명 대통령이 28일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국민의힘 소속의 이혜훈 전 의원을 내정하자 국민의힘은 즉각 제명 조치와 함께 배신행위라고 반발했지만, 민주당은 진영을 넘어 능력을 우선시하는 이 대통령의 탕평 인사라며 환영했다.

국민의힘은 현직 중구·성동구 을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혜훈 전 의원이 이재명 정부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내정된 소식이 전해지자 서면으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이 전 의원을 제명 조치했다고 이날 밝혔다.

국민의힘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 전 의원에 대한 제명과 당직자로서 행한 모든 당무 행위 일체를 취소하는 안건을 의결했다”며 “당협위원장 신분으로 이재명 정부의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을 남기고 국민과 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 행위를 했다”고 제명 사유를 설명했다.

당내에서는 3선 국회의원을 지냈고 현직 당협위원장인 이 후보자가 장관직을 수락한 것은 정치적 도의를 넘어 배신행위이자 일제 부역 행위와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서울시당 위원장인 배현진 의원은 페이스북에 “국민의힘의 강세 지역인 서울 서초갑에서 3선을 지낸 전직 중진의원이자 현직 당협위원장이 이재명 정부에 거리낌 없이 합류하는 것은 정치적 도의를 넘어선 명백한 배신행위”라며 “이 지명자의 행보는 자기 출세를 위해 양심과 영혼을 팔았던 일제 부역 행위와 다름 없다”고 비판했다.

한동훈 전 대표도 페이스북에 “‘우리가 윤석열이다’ 하던 사람도 눈 한 번 질끈 감고 ‘우리가 이재명이다’ 한 번만 해주면 ‘만사 오케이’인 것이 이재명 정권의 정체”라며 “‘계엄 옹호, 윤 어게인’하는 사람을 핵심 장관으로 지명하는 이재명 정권. 도대체 정체가 뭡니까”라며 윤석열 탄핵 반대를 외쳤던 후보자와 임명자 양쪽을 싸잡아 비판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배신행위라고 반발하는 것에 대해서는 과민반응이라고 평가하며, 이 대통령의 이번 인사는 여야를 넘어선 실용주의의 일환으로 능력과 전문성을 갖춘 인사를 발탁한 탕평 인사라고 자평했다.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이 대통령의 중도·실용주의 인사 스타일이 제대로 반영된 것 같다. 이 전 의원은 KDI 연구원 출신으로 경제나 이런 부분에서 자타가 인정하는 전문성을 갖춘 인사로 판단된다”며 “적재적소 인사의 원칙을 감안해 후보로 지명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고위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강득구 의원도 “통합과 실용주의 인사의 정수를 보여주는 한 장면이고 저는 이것이 이재명표 정치라고 생각한다”며 “국민의 삶 나라의 미래를 위한 정책이라면 김대중 정책, 박정희 정책 따지지 않고 실행하겠다던, 선거 시절 대통령 말씀이 결코 허언이 아니었음을 깨닫는다”고 옹호했다.

한편, 보수당 공천으로 서초에서 3선 의원을 지낸 이혜훈 장관 지명자는 22대 총선에서 국민의힘 서울 중구·성동구 을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했으며, 지명 사실이 공개된 이날까지도 지역구 당협위원장직을 유지한 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