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혁신파크' 사업 계획 부지와 맞닿은 천마지 일대 모습. <사진 제공= 포항시>

포항시와 한동대, 에코프로 등이 추진 중인 '포항글로벌기업혁신파크' 조성 사업이 과도한 아파트 건립 계획과 생태자연 훼손 등 심각한 난개발 사업의 복사판에 불과하다는 반발에 부딪혔다.

▲국토부 선정 취지와 사업계획 부합 여부 '의문'

포항시는 ‘글로벌 기업혁신파크’의 사업명으로 북구 흥해읍 남송리 11-1 일원에 72만여㎡ 규모(사업지구 648,939㎡, 지구 외 도로 75,435㎡)로 초대형 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포항시와 한동대, 에코프로, 포스코퓨처엠, 삼성증권, 대우건설 등 7개 기업·기관이 참여한 SPC(특수목적법인) 방식이다.

기업혁신파크는 이전 윤석열 정부의 국정 목표 아래 국토교통부가 추진한 사업으로 포항시가 2023년 11월 정부에 공모신청을 한 뒤 구미시에 이어 지난해 3월 전국 제2호 산업으로 선정됐다.

정부의 사업 취지에 따라 최소 개발 면적 감소, 심의 절차 간소화 등 혜택 외에도 김정재 국회의원의 '기업도시개발특별법' 개정안 발의에 따라 각종 세제 지원도 예상돼 여타 민간사업에 비해 월등히 유리한 조건이다.

하지만 지난 4일 북구 흥해읍에서 열린 '환경영향평가서 초안 공청회'에서 사업지구(약 64만㎡) 중 주거·복합용지가 37%인데 비해 실제 사업 목적을 위한 신산업용지가 31%로 계획된 사실이 드러나자 주객이 전도됐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특히 포항에 미분양 아파트로 인한 과잉 공급이 심각한 상황에서 5천867세대의 아파트 계획이 포함돼 있어 기업혁신을 내세운 부동산 개발사업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포항 북구의 한 도시개발사업 조합장은 8일 "도심 공동화와 외곽지 난개발 실태가 심각한 상황에서 포항시가 특혜 시비가 불보듯 뻔한 사업을 왜 SPC 법인에 까지 참여해 추진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타 조합의 추진 사업들은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직격탄을 맞아 지역경제 붕괴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질타했다.

▲포항환경련, '전면 백지화' 촉구

포항환경운동연합도 이날 성명을 통해 각종 문제점을 지적하고 사업의 전면 백지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포항환경련은 성명에서 이 사업을 '천마곡습지, 천마산, 천마지 일대의 대규모 숲을 훼손하고 재해위험을 증가시켜 기후 위기의 안전망을 무너뜨리는 대규모 택지 개발사업'이라고 규정했다.

또 '아파트 공급 과잉이 심각한 포항에서 이 사업으로 인해 시민의 자산가치가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는 만큼 시민들의 재산권 보호와 공정한 부동산 시장 질서의 관점에서도 전혀 필요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4일 공개된 '포항기업혁신파크' 사업의 '토지이용계획도' <자료 제공= 포항환경련>

SPC 방식에 대해서도 '개발이익은 민간이 가져가고, 환경과 재해 등 사후 피해는 시민이 떠안게 되는 구조'라며 '대학·기업·금융·건설사가 얽힌 공동 제안 방식은 공공성보다 분양 이익 극대화에 방점이 찍혀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각각 '포항시는 탄소중립과 기후정책을, 에코프로는 ESG와 지속가능성을, 한동대는 공동체의 선을 내세워 왔다'면서 '이 사업은 각 기관의 원칙과 가치를 스스로 부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환경 문제에 대해서도 '천마산 숲을 대규모로 훼손하면 빗물 유입을 걸러주는 기능이 무너지고, 토사유출과 비점오염원이 천마지로 직접 유입될 수밖에 없다'면서 '숲이 지탱해 온 물의 안전망을 붕괴시키는 개발사업은 농업용수만의 문제가 아니라 도시의 물 안전을 위협한다'고 우려했다.

포항환경운동연합 정침귀 사무국장은 "이차전지 소재 공장이 밀집한 영일만4일반산업단지는 유해 물질 노출 위험이 심각한 곳"이라며 "이제 천마산과 천마지를 훼손하는 난개발까지 강행되면 지진 피해의 직격탄을 맞은 흥해읍과 양덕동 일대는 기후위기·환경위기·경제위기라는 총체적 위기에 처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날 포항환경련이 발표한 성명의 전문이다.

'혁신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난개발 사업, 포항 글로벌 기업혁신파크 전면 백지화하라!

최근 포항시는 ‘글로벌 기업혁신파크’라는 이름으로 포항시 북구 흥해읍 남송리 11-1 일원에 72만여㎡ 규모(사업지구 648,939㎡, 지구 외 도로 75,435㎡)로 또다시 초대형 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업은 혁신을 가장한 아파트 건설 난개발 사업이며 기후, 생태, 안전, 시민의 재산권 측변에서 그 내용과 방향 모두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첫째, 천마산 일대 도시 숲이 사라진다.

지난 12월 4일 개최된 환경영향평가서 초안 공청회에서 사업 주체는 개발의 필요성에 대한 원론적 설명만 반복했을 뿐, 환경 피해에 대한 구체적 실태와 저감 방안은 제시되지 않았다. 특히 천마곡습지, 천마산, 천마지 일대의 대규모 숲 훼손은 재해위험이 증가하는 것은 물론이고 폭염을 완화하고 미세먼지 저감 기능을 무너뜨리는 것이며 기후 위기의 안전망이 무너지는 것이다. 이 사업의 실체는 ‘혁신도시’가 아니라 대규모 택지 개발 사업이다. 즉 사업지 43% 이상의 경사 지형을 깎아내는 토목공사를 해야 한다. 지형 변화 지수로 산정된 4.78은 원래의 자연 지형이 거의 사라지고 산을 없애버리는 개발이며 이렇게 천마산 일대 자연을 훼손하는 것은 양덕동 유일한 도시 숲의 생태축을 파괴하는 행위이다.

둘째, 주객이 전도된 5,900세대 아파트 공급 위주의 난개발을 중단하라!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은 전체 사업지구(약 64만㎡) 중 주거·복합용지 37%, 신산업용지 31%, 기반시설용지 31%로 토지이용계획(안)을 제시했다. 기업혁신을 위해 주거·복합용지의 비중을 가장 크게 잡은 것이다. 포항은 이미 수천 세대의 미분양 아파트가 누적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혁신을 내세워 5,876세대의 공동주택이 추가 공급된다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난개발계획일 뿐이다. 이로 인해 시민의 자산가치가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으며 그것은 단순한 개발 논쟁이나 일부 조합의 손실이 아니라, 지역 전체의 구조적 위기로 연결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업은 시민들의 재산권 보호와 공정한 부동산 시장 질서의 관점에서도 전혀 필요하지 않다.

셋째, 이 사업은 투명성 없이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다.

주민설명회와 공청회는 형식적 절차에 그쳤고, 사업 타당성, 환경영향, 재원 조달, 토지 보상, 산업 유치 계획에 대한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정보가 제시되지 않았다. 시민의 알 권리와 참여권이 철저히 배제된 사업은 정당성을 잃는다. 설명회와 공청회에 참석한 주민은 약 30여명의 극소수였으며 이 사업의 실체를 아는 시민은 과연 얼마나 될 것인가? 발제는 일방적이고 토론·검증은 사실상 부재했다는 비판 속에서 주민설명회와 공청회는 최소의 절차적 요건만 갖춘 요식행위였다.

넷째, 특수목적법인을 내세운 무책임한 개발을 ‘혁신’이라 부를 수 없다.

이 사업은 포항시와 한동대, 에코프로, 포스코퓨처엠, 삼성증권, 대우건설 등 7개 기업·기관이 참여한 SPC(특수목적법인)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는 개발이익은 민간이 가져가고, 환경과 재해 등 사후 피해는 시민이 떠안게 되는 구조이다. 특히 대학·기업·금융·건설사가 얽힌 공동 제안 방식은 공공성보다 분양 이익 극대화에 방점이 찍혀 있다. 사업이 실패하거나 피해가 발생하면 SPC는 해산하고 책임질 주체는 사라진다. 무엇이 혁신인가? 공공성을 상실한 책임회피형 구조 속에서 시민이 누려야 할 환경과 안전은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포항시는 탄소중립과 기후정책을 강조하고 에코프로는 ESG와 지속가능성을 말하며, 한동대는 공동체의 선을 내세워 왔다. 그러나 이 사업은 각 기관의 원칙과 가치를 스스로 부정하고 있다.

다섯째, 천마지 수계 악화로 물 관리 기반이 무너진다.

천마산 숲을 대규모로 훼손하면 빗물 유입을 걸러주는 기능이 무너지고, 토사유출과 비점오염원이 천마지로 직접 유입될 수밖에 없다. 이는 저수 기능 감소와 수질 등급 하락으로 이어져 농업용수 문제를 넘어 도시 홍수·가뭄 대응력까지 동시에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폭우 시 급격한 유입으로 범람과 침수 위험이 증가하고, 건기에는 수량 부족으로 생태계와 용수 이용이 타격을 받는다. 숲이 지탱해 온 물의 안전망을 붕괴시키는 개발사업은 결국 시민의 삶을 위협한다. 이는 농업용수만의 문제가 아니라 도시의 물 안전을 위협한다.

이차전지 소재 공장이 밀집한 영일만4일반산업단지, 이곳에서 배출되는 유해 물질 노출 문제까지 고려하면 천마산과 천마지를 훼손하는 개발은 흥해읍과 양덕동 일대를 기후위기·환경위기·경제위기라는 총체적 위기로 내모는 결정이다. 포항시는 누구의 이익을 위해 숲 파괴에 이토록 적극적인가? 혁신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난개발을 멈춰라. 포항 글로벌 기업혁신파크, 전면 백지화하라!

2025년 12월 8일

포항환경운동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