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항공사의 기내 비상문. <사진= 네이버 블로그>
속보='비상문 조작 시비 귀국행 항공기 탑승거절된 대기업 부장'(본지 12일자 단독 보도)이 국민신문고 민원 등을 통해 항공사의 책임 규명에 나선 가운데 항공안전법을 보완해 앞으로 빈발할 갈등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번 일의 당사자인 황모(60, 서울시)씨는 지난 14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직장 동료 4명과 함께 입국한 이틀 뒤인 16일 국가인권위원회 '국민신문고'에 자신이 당한 '탑승 거절'의 부당함을 알리고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당초 황씨는 38년간 재직한 대기업 음료회사에서 내년 1월 정년퇴직 예정인 직장동료 4명과 함께 열흘 간의 호주 여행 길에 나섰다. 그는 인천공항 이륙 7시간 뒤 항공기 내에서 비상문을 건드렸다는 이유로 귀국편 탑승을 거절당했었다.
황씨는 당시 귀국 직전에야 여행사를 통해 항공사의 결정을 통보받은 뒤 다급해진 나머지 직장 상사였던 선배를 통해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와 국토교통위원회, 언론사 등에 도움을 요청했었다.
이후 "대한항공 측은 정보보안실의 한 부장이 전화를 걸어와 '관계기관 도움 요청으로 오히려 불리해질 수 있으며, 고의 조작 인정 자술서를 제출하면 (탑승거절을)해제할 수 있다'며 회유하길래 녹음으로 근거를 남겼다"고 황씨는 말했다.
황씨는 30일 뉴스포레의 취재에 "이륙 전과 기내 탑승 후 7시간 동안 전혀 술을 마시지 않은 상태에서 화장실 앞 대기 도중 기내 진동에 불가항력으로 비상문을 접촉했는데 어떤 소명도 통하지 않았다"면서 "심지어 귀국한 다음날 언론사 일제 보도로 항공안전법 위반자로 낙인 찍혔다"고 호소했다.
실제로 15일 국내 주요 언론 매체 40여곳에는 '대한항공이 앞으로 비상문 강제 개방 시도 등 항공안전법 위반 행위에 대해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하며 국회의 관련 법 개정을 통한 규제 강화 움직임'을 골자로 하는 기사가 보도됐으며 황씨의 사례도 포함돼 있었다.
황씨는 "최근 대기업 부장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인기를 얻었는데 40여년을 나름대로 성실하게 일한 직장인으로서 막상 대기업 항공사의 횡포를 직접 당하고 보니 일개 시민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 실감했다"면서 "이상기후로 인한 난기류 등 돌발 요소가 많은 기내에서 항공사 일방의 제재 결정은 많은 갈등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도 승객에 의한 비상문 강제 개방 사건 등으로 사회적 여론이 고조되면서 관련 처벌이 강화되고 있는 추세지만 항공사의 권한 남용을 방지할 수 있는 보완책 마련도 시급하다고 조언한다.
변승환 대전대학교 교수는 "항공사는 공공성이 강한 서비스 제공자라는 특성 상 강화된 권한에 맞는 내부 통제 및 탑승객과의 갈등 조정 시스템을 완비해야 한다"면서 "국토교통부도 무안공항 참사를 계기로 심각한 허점이 드러난 항공교통정책을 보완하는 차원에서도 이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대기업 철강사 사장직을 퇴임한 A씨(65)는 "'라면 상무' 사건 이후 고객 갑질이 사회적 이슈가 돼 항공사와 승무원들의 피해 방지책이 강화된 반면 고객의 역차별 가능성도 상존한다"면서 "아시아나와 합병 후 독과점 항공사의 위상과 우려에 대해 사회가 귀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라면 상무' 사건은 지난 2013년 미국 L.A.로 향하던 대한항공 기내에서 포스코의 한 계열사 상무가 승무원이 제공한 컵라면에 불만을 표하는 과정에서 폭력을 행사했다고 알려지자 8일만에 사표를 제출한 일이다.
대한항공은 최근 막바지에 이른 합병이 완료되면 국내 유일의 FSC(대형항공사, Full Service Carrier)로서 위상이 강화되지만 아시아나 고객의 항공 마일리지 산입을 두고 공정거래위원회 및 국회와 갈등을 벌이고 있다.
이 와중에 최근 관련 소관인 국회 정무위원회에 속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의 가족이 제주 칼호텔에서 고가의 숙박 특혜를 받은 사실 등이 드러나 30일 오전 결국 불명예 사퇴했다.
황씨는 "대한항공이 창업주 손녀의 '땅콩회항' 사건과 피해 당사자인 박창진 전 사무장(민주당 부대변인)에 대한 6년간의 소송 갑질 등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고도 과연 변모될 위상을 감당할 수 있을지 신뢰하기 어렵다"면서 "인권위 진정에 이어 민·형사 소송 등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그간의 피해와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