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국사 대웅전 앞 청운교와 백운교 앞마당에서 불교미술관으로 이어지는 탐방로가 최근 황토시멘트로 포장된 모습. <뉴스포레 사진>
최근 APEC을 앞둔 세계문화유산 불국사에서 각종 건설공사가 이어진 가운데 특정 건설사에 대한 수의계약 특혜에다 관계기관과의 협의조차 생략한 시멘트 포장공사 등 논란이 일고 있다.
불교계의 제보에 따른 뉴스포레 취재 결과, 불국사 측은 최근 자체 예산을 투입해 대웅전 앞 자하문 앞에서 불교미술관 사이 경사로를 기존 마사토 위에 황토색 시멘트로 포장공사를 했다.
구체적으로 석굴암 방향의 일주문에서 종무소 스님 및 직원 숙소 진입로, 선방 진입로 등 여러 곳에서 진행돼 한 현장에만 4억5천만원 등 모두 10억여원 안팎의 예산이 투입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가운데 일주문 옆 현장은 '공사안내'를 통해 지난 9월 26일까지로 게시한 공사 기한이 10월 들어서도 지켜지지 못하고, 불교미술관 인근 경사로는 미끄럼방지 줄긋기 시공이 한눈에 보기에도 허술해 빈축을 사고 있다.
지난 15일 만난 한 관람객(64·수원시)은 "APEC을 앞두고 공기가 촉박했는지 알 수 없지만 세계문화유산인 불국사가 허술한 포장공사로 인해 절집 미학의 요체인 장엄미가 매우 아쉽다"면서 "관계기관과 공사 협의를 거쳤는지도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본지 취재 결과, 불국사는 국가유산청(옛 문화재청)과 경주시 등 관계기관과 공사와 관련해 아무런 협의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16일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경주시에 확인한 결과, 불국사 측의 이번 공사들은 국가유산에 대한 중대한 구조 변경에 해당하지 않아 현상변경 허가 대상은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하지만 (불국사가)경주시와 사전협의를 하지 않은 것은 법규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경주시 측도 "현장 실사를 한 결과 현상변경 대상에 해당하지는 않는다"면서 "하지만 앞으로 시공 품질 등을 고려해 반드시 지자체와 사전협의를 하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불교미술관 옆 경사로가 황토시멘트로 부실하게 포장된 현장. <뉴스포레 사진>
이번 일을 계기로 시공을 맡은 경주 소재 D건설이 유독 불국사 자체 발주 공사를 독점하다시피하며 그동안 특혜를 받아왔다는 시비도 다시 고개를 든다.
취재 결과, 최근 불국사에서 진행돼온 10여건의 공사는 대부분 알려져 온 바와 달리 APEC 등 국제행사와 직접적 관련이 없을 뿐 아니라 자체 예산 공사의 전례 상 건수에서도 도드라졌다.
구체적으로 징크 패널로 인테리어 시공한 '정혜로', 강원의 방 2개를 터서 연결해 리모델링한 주지실, 편백나무와 바닥 난방을 시공한 종무소, 리모델링한 불교미술관, 불국유치원과 석림원 리모델링, 공양간 누수공사 등이 대표적이다.
알려진 공사비는 각각 1억8천만원(주지실), 4억여원(종무소), 10억여원(석림원) 등 총 수십억원의 자체 예산이 투입돼 올해 불국사는 경상비 부담에 압박을 받고 있다는 안팎의 전언이 있을 정도이다.
국비가 지원된 사업도 논란은 마찬가지다. 화장실 개보수 사업의 경우, 1년전 2천만원씩 1억원을 투입해 모두 5곳을 고쳤지만 최근 국비 12억원으로 다시 리모델링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불국사 일주문 옆 황토시멘트 포장 현장의 안내판과 달리 지난 5일에도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모습. <뉴스포레 사진>
이처럼 공사가 무더기로 발주된 상황에서 시공사 선정 및 계약 과정을 놓고 석연 찮은 특혜설도 다시 불거지고 있다.
불국사 안팎에는 그동안 경주의 건설사인 D사의 대표가 지역의 한 여성 인사를 매개로 결탁해 공사를 독점하다시피 하며, 각종 특혜와 이권을 누려왔다는 논란이 제기돼 왔다.
불국사 측은 본지 취재에 대해 법적 규제로 인한 그간의 고충을 강조하면서도 각종 의혹에는 선을 그었다.
17일 종무실장은 "기존의 마사토 포장으로 인해 관람객의 미끄럼 사고로 인한 응급 후송, 배수로 막힘, 먼지 피해 등 여러 어려움을 겪다가 포장공사를 했다"며 "현상변경허가는 절차도 까다롭고, 굳이 하더라도 불허될 수 있어서 미리 협의 않은 사정을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또 "경사로 황토시멘트 시공 품질 등 이번에 지적된 문제들은 업무에 반영해 앞으로 개선하겠다"면서 "D건설에 그동안 수의계약 발주 물량이 많았지만 특혜설은 사실 무근이며, 앞으로 타 업체에도 시공 참여 기회를 확대하겠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