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동대해문화연구소 회원과 시민들이 태안 동학농민혁명 기념관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포레 사진>

지난 26일 포항의 대표적인 학술단체인 (사)동대해문화연구소가 주관하는 '2025년 최시형(동학) 유적지 답사' 첫 행사가 충청남도 태안과 서산 일대에서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

당초 19일로 예정되었던 이번 행사는 전국적인 집중호우로 인해 한 주 연기되어 열렸다.

2025년 한 해 동안 충청권에 남아 있는 해월 최시형 선생의 발자취와 동학 유적지를 집중적으로 조명할 계획인 동대해문화연구소는 그 첫걸음으로 이날 충남 태안의 동학농민혁명기념관, 백화산 동학농민혁명 기념탑, 태안읍성과 경이정을 둘러보고, 서산 해미읍성을 답사하며 130여 년 전 역사의 현장을 되짚었다.

▲한 가문의 희생과 헌신이 싹 틔운 '태안 동학농민혁명기념관'

답사단은 먼저 태안 동학농민혁명기념관을 찾아 고종남 전 태안문화원장의 깊이 있는 해설과 함께 내포 지역 최후의 항전지이자 북접의 중심지였던 태안의 동학농민혁명사를 생생하게 접했다.

특히, 기념관 건립의 결정적 계기가 된 문장로(文長櫓) 접주의 증손자인 문영식 명예관장의 유물 기증 이야기는 깊은 감동을 주었다. 문 명예관장은 1, 2차에 걸쳐 총 900여 점에 이르는 방대한 유물을 기증했으며, 이는 한 가문이 보존해 온 동학 관련 유물로는 유례를 찾기 힘든 규모다.

기증 유물에는 ▲문장로 접주 임명장 ▲3.1운동 독립선언서 ▲순국자 명단 ▲갑오혁명 순도자 명단(甲午革命 殉道者 名單) ▲조석헌 역사(趙錫憲 歷史) 등 사료적 가치가 매우 높은 자료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어 역사의 무게를 더했다.

'문장로접주' 임명장 <뉴스포레 사진>

▲비극의 역사 현장, 백화산 '교장바위'에 서다

기념관 뒤편 백화산 자락에 위치한 태안 동학농민혁명기념탑은 답사단의 발걸음을 더욱 숙연하게 만들었다. 이곳은 1894년 동학농민군이 일본군과 관군에 맞서 최후까지 항전했던 비극의 장소다. 전투에서 패배하고 붙잡힌 수많은 농민군이 이곳으로 끌려와 무참히 처형당했다.

기념탑 뒤편의 거대한 '교장바위'는 그 참혹했던 역사를 생생히 증언한다. 농민군을 목 졸라 죽이거나(絞殺), 몽둥이로 때려죽였다(杖殺)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바위 앞에 선 답사단원들은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며 묵념의 시간을 가졌다.

천주교 박해와 동학농민군의 한이 서린 '서산 해미읍성'

답사 일정은 서산 해미읍성으로 이어졌다. 조선 시대 대표적인 읍성인 해미읍성은 18세기 말부터 19세기까지 이어진 천주교 박해의 현장으로 먼저 알려져 있다. 1,000명이 넘는 천주교 신자들이 순교한 이곳은 1894년 갑오년, 동학농민군의 피눈물이 더해진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1894년 11월, 홍주성 전투에서 패배한 내포 지역 동학농민군들은 박인호, 박희인, 장세화 등 지도부를 중심으로 이곳 해미성에 집결하여 재기를 노렸다. 그러나 이두황이 이끄는 막강한 경군(京軍)의 기습 공격을 받게 된다.

11월 7일 새벽, 관군은 아침 식사를 준비하던 농민군을 급습했고, 두 시간의 혈전 끝에 농민군은 40여 명이 전사하고 100여 명이 부상하는 등 큰 피해를 입었다. 이후 구산성과 저성으로 후퇴하여 항전했으나 결국 관군의 공격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고 패배했다.

당시 농민군은 불랑기, 대포, 조총 등 수많은 무기를 빼앗기고 29명이 포로로 잡히는 비운을 맞았다.

▲포항에 세워질 '해월 최시형 기념관'을 향한 발걸음

(사)동대해문화연구소의 이번 답사는 단순히 과거의 흔적을 돌아보는 것을 넘어, 동학 2대 교주인 해월 최시형 선생의 정신을 그의 고향인 포항에 뿌리내리기 위한 구체적인 노력의 일환이다.

연구소와 포항시는 해월 최시형 선생의 출생지인 신광면 마북리 일대에 기념관 건립을 최종 목표로 설정하고, 관련 사업을 꾸준히 추진해 왔다.

동대해문화연구소 관계자는 "이번 답사와 같은 학술 연구와 현장 답사의 성과를 집대성하여, 해월 최시형 선생의 정신을 기리고 시민들을 위한 역사 교육의 장으로 기능할 기념관을 포항에 건립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며, "선생의 고향인 포항에 그 위상에 걸맞은 기념 공간이 마련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