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종묘 앞 개발 청사진. (사진=오세훈 페이스북)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종묘 앞 세운상가의 개발을 놓고 11일 김민석 총리를 비롯한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들이 개발 청사진을 제시한 오세훈 서울시장과 공방을 벌이며 내년 지방선거를 두고 기 싸움에 돌입했다.

서울시가 지난달 30일 오세훈 서울시장의 ‘녹지생태도심 재창조 전략’의 일부로 세운4구역을 포함한 세운 재개발에 종로 변 98.7m, 청계천 변 141.9m 높이의 고층 빌딩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내년부터 추진해서 2030년 완공하겠다는 계획을 고시했다. ‘녹지생태도심 재창조 전략’은 민간 사업자가 개방형 녹지를 확충하는 만큼 건축규제를 완화해 도시개발과 환경보전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개발 방안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서울시의 개발 계획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와 국가유산청은 종묘의 경우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에서 요구하는 ‘시각적 완전성(Visual Integrity)’은 주변 경관과 시야가 종묘의 역사적·문화적 가치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를 근거로 개발이 진행되면 세계문화유산 지정이 철회될 가능성이 높다며 반대하고 있다.

특히 김민석 국무총리가 지난 10일 종묘를 둘러본 뒤 “지금 서울시에서 얘기하는 대로 종묘 바로 코앞에 고층 건물이 들어선다면 이게 종묘에서 보는 눈을 가리고 숨을 막히게 한다”며 “문화와 케이 관광이 부흥하는 시점에 와있기 때문에 문화와 경제, 미래 모두를 망칠 수 있는 결정을 지금 하면 안 된다”고 부정적 견해를 피력했다.

그는 “기존 계획보다 두 배 높게 짓겠다는 서울시의 발상은 세계유산특별법이 정한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며 “정부가 아주 깊은 책임감을 갖고 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오 시장은 1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김 총리가 나서면서부터 순수성이 훼손되기 시작하는 거다”며 “지금 총리께서 신경 쓰셔야 될 일은 10·15 대책으로 비롯된 부동산값”이라고 반박했다.

오 시장은 “세운상가를 허물고 녹지를 만들면 최대 수혜자가 종묘”라며 “정부라면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 개발과 문화재 보호의 논리가 양립하는 것이면 오히려 서울시를 도와주는 게 중앙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렇게 정치적인 이슈로 만들어 버리니”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민주당 소속 문화예술특별위원회 위원인 전현희 손명수 서영교 박주민 김영배 박홍근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의 앞마당을 훼손하는 일”이라며 비판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박주민 의원은 “유네스코는 이미 종묘를 세계 유산으로 등재할 당시에 고층 건물 허가 금지라는 것을 조건으로 명시했다”며 이 에 대한 고려와 검토가 필요하다. 서울은 시장 혼자만의 것이 아니다. 독단적이고 일방적 훼손 행태를 당장 멈추라”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야당의 후보로 굳혀가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에 대해 여권의 후보들이 종묘로 몸풀기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