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4주년 '1871영해동학혁명 추모제 학술대회'. (사진 제공= 기념사업회)

제154주년 '1871영해동학혁명 추모제 학술대회'가 지난 20~21일 영덕군 영해면에서 영덕군의 후원 아래 개최됐다.

▲학술대회에 학계 전문가 대거 참여

학술대회는 '1871년 영해동학혁명의 재해석과 향후 발전방향'을 주제로 영덕군 영해면 무형문화재전수관에서 20일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열렸다.

나행주 건국대 교수가 좌장을, 신상구 위덕대 교수가 기조 강연을 각각 맡아 4개 주제 발표와 토론으로 진행됐다.

신상구 교수는 '동학과 1871년 영해동학혁명'을 주제로 동학의 평등사상과 공동체 정신이 조선 후기 사회 변혁의 분기점이 됐으며, 영해동학혁명이 한국적 근대화의 출발점이라고 설명했다.

'고종실록'의 동학 관련 기사 분석을 통해 영해동학혁명이 조선 사회에 미친 파급효과를 실증적으로 규명하기도 했다.

▲'K-컬처'와 동학정신의 유사성 조명

신혜란 인천대 독립운동사연구소 연구원은 '영해동학혁명, 그 이후 K-컬처 DNA의 연원을 찾아서'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영해동학혁명의 민주·자주·평등 정신이 현재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한류의 근간이라고 규명했다.

BTS의 '사랑하세요(Love Yourself)'의 메시지와 동학 '인내천(人乃天)' 사상의 연결고리를 제시해 관심을 끌기도 했다.

장우순 국학진흥원 연구원은 "'교남공적''영해부적변문축'을 통해 본 영해동학혁명"에서 새로 번역·공개된 핵심 사료를 바탕으로 영해동학혁명의 실상을 재구성했다.

당시 관군의 작전일지와 피의자 심문기록을 담은 이 사료들은 기존 연구에서 밝혀지지 않았던 혁명의 조직 구조와 참여자 실명, 혁명 목적 등을 제시했다.

허채봉 부산동학기념사업회 대표는 '1871 영해동학혁명 참여자 연구'를 통해 최시형, 이필제, 강수 등 혁명 지도부와 600여 명 규모의 동학군 조직, 96명의 순교자 명단을 분석했다.

경북·강원·충청·전라·경기·경남 등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참여자들의 지역 분포를 분석해 영해동학혁명이 전국적 규모의 조직적 봉기였음을 규명했다.

김영진 경희대 교수는 '신미년(1871) 영해 관아의 공간적 기능'에서 미셸 푸코의 '헤테로토피아 이론'을 적용해 관아가 권력과 통제의 공간으로 기능했음을 분석했다.

또 '신미아변시일기'를 통해 본 당시 지배층의 시각과 피지배층의 경험을 대비시켜 공간사적 관점에서 영해동학혁명을 재해석하는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었다.

각 주제 발표 후 이어진 토론에서는 영해동학혁명의 성격과 의미를 둘러싼 다양한 관점이 제시되었다. 일부 토론자는 '혁명'이라는 명칭의 적절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대부분 참석자들의 의견은 영해동학혁명이 민중 중심의 정치·사회적 변혁이자 근대적 평등사상을 실천한 최초의 성공적 민주화 운동이라는 데 모아졌다. 특히 동학정신의 현대적 계승 방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동학 민주주의'라는 새로운 개념이 제시되기도 했다.

안승문 동학실천시민연대 대표는 "동학정신은 19세기에 끝나지 않고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으며, 서구 민주주의의 한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가치"라고 강조했다.

▲문화콘텐츠 개발과 기념사업 방향도 제시

학술대회에서는 영해동학혁명의 역사적 가치를 현대적으로 계승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도 논의되었다.

참석자들은 단순한 기념관 건립 등 하드웨어 중심 사업에서 벗어나 스토리텔링, 문화콘텐츠 개발 등 소프트웨어 분야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추모제는 21일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진행돼 154년 전 민주주의와 평등을 위해 목숨을 바친 선열들의 숭고한 뜻을 기렸다.

권대천 기념사업회 위원장은 "영해동학혁명은 우리나라 최초의 성공한 민주혁명"이라며 "선열들의 정신을 계승해 진정한 민주주의 실현에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