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마북리 '검등골' 해월 선생 집터 주변에는 경계 용도의 축대와 화장실로 보이는 항아리도 묻혀 있다. <사진= 주성균 기자>
(사)동대해문화연구소(이사장 이석태, 동대해연)가 포항 출신의 동학 2대 교조인 해월 최시형 선생이 거주하던 북구 신광면 마북리 '검등골' 유허지에 대한 포항시의 문화재 지정 청원운동에 들어갔다.
26일 동대해연에 따르면 이번 청원은 △포항시 향토문화유산 보호조례 △포항시 동학사상 계승·발전을 위한 지원 조례 등을 근거로 하며, 지난 23일 포항시에 지정 기념물 지정 청원서가 접수됐다.
해월 선생은 1827년 3월 경주시 황오동 외가에서 태어나 어머니에 이어 15살에 아버지 마저 여의자 그 고향인 포항시 북구 신광면 기일리에 여동생과 함께 이주해 한지를 만들며 생계를 이어갔다.
이후 19살에 흥해읍 매산리의 밀양 손씨와 결혼한 뒤 33살이던 1861년 더 깊은 산골인 인근 마북리 '검등골'에 들어가 화전을 일구며 생활했다. 해월 선생은 그해 경주 용담정에서 동학의 창시자인 수운 최제우의 가르침 아래 입도한 뒤 80여리 거리의 검등골을 오가며 수행 생활에 들어갔다.
동대해연은 검등골 해월 유허지가 이 같은 역사적 가치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체계적인 관리·보존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왔다고 지적했다.
특히 진입로 입구에 저수지인 '상 마북지'가 조성된 이후에는 상수원 환경보호를 이유로 출입조차 자유롭지 못해 전국의 답사객들이 발길을 돌리고 있으며, 현재는 유허지 일대에 서너 채 집터와 축대, 감나무, 논밭의 흔적 등이 남아 있다.
동대해연은 이번 청원 운동을 오는 2027년 해월 선생 탄신 200주년을 앞두고 천도교 중앙총부, 전국 113개 동학 관련 단체, 문화체육관광부 등이 추진 중인 기념사업과 연계할 방침이다.
동대해문화연구소 이석태 이사장은 "포항은 POSCO와 에코프로로 상징되는 세계 속의 산업도시 위상을 넘어, 이제는 문화도시로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할 시점"이라며 "지역의 유명 인물을 통한 '캐릭터 마케팅'의 차원에서도 타 지자체가 기회를 선점하지 않도록 이번 청원이 조속히 성사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편 포항시는 이강덕 시장이 지난 18일 포항시의회 최광열(연일읍·대송면·상대동) 의원의 시정질문에 대해 "해월 선생 기념관 건립은 바람직하다"고 답변한 데 이어 이번 청원에 대해서도 수용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