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사람 해월 최시형선생 기념사업회’ 발족식 개최

20일 포항시 청소년문화의집 다목적홀
해월선생 기념관 건립·사상 재조명 사업

뉴스포레 주성균 기자 승인 2024.12.23 15:57 의견 0
‘포항사람 해월 최시형 선생 기념사업회’ 발족식이 지난 20일 포항시 청소년문화의집에서 개최됐다. <뉴스포레 사진>

포항지역의 대표 문화단체인 (사)동대해문화연구소가 지난 20일 '포항사람 해월 최시형 선생 기념사업회' 발족식을 개최했다.

포항시 청소년문화의집 3층 다목적홀에서 열린 이날 행사에는 최광열·전주형 포항시의원, 박승대 포항문화원장, 김혜경 일원문화원장, 강미성 천도교 연윤회 도훈, 정영일 영일중학교장, 이해우·김래성 교수, 임종백 국민기업 포스코 바로 세우기 위원장과 일반 시민 80여 명이 참석했다.

(사)동대해문화연구소 이석태 이사장은 인사말에서 "지난 2019년 '해월 최시형 선생과 포항'이라는 주제로 한 학술세미나를 시작으로 만 5년의 세월이 흐른 오늘 ‘해월 최시형 선생 기념사업회’ 발족식을 가지게 되어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이석태 이사장은 또 "호남 등 여타 시·군들은 동학사상 선양 사업들이 활발한데 반해 그 정점인 해월 선생의 고향 포항에 생가 복원조차 안 되어 있는 현실이 안타까웠다"면서 "오늘 발족식을 기화로 포항시민들이 힘을 모아 기념관 건립과 신광 일대 성역화 등 사업의 중심이 돼 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포항시 동학사상 계승·발전을 위한 지원 조례안'을 대표 발의한 포항시의회 최광열 의원은 축사에서 "우리 시대의 위대한 스승 해월 최시형 선생의 기념사업회 발족에 부응해 사업이 성공할 수 있도록 제도적·행정적 뒷받침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동학 2대 교조인 해월 선생은 외가인 경주에서 나고 자라나 15세 때 부친의 고향 포항에 돌아와 동학에 입도한 뒤 36년간 사형수로 숨어다니며 전국에 동학의 가르침을 펼쳐 1871 영해동학혁명, 1894 동학혁명을 이끌었다.

'사인여천'과 '삼경사상'을 통해 오늘날의 생명·환경·여성·어린이 인권운동과 평등사상에 철학적 뿌리를 제공한 위대한 사상가로 재평가 돼 왔다. 그의 가르침을 받은 의암 손병희 선생은 3.1만세운동을, 백범 김구 선생은 상해 임시정부를 각각 이끌어 대한민국 건국의 단초를 제공했다.

다음은 창립발기선언문의 전문이다.

한반도의 동쪽 시작 영일만에 깃든 포항은 예로부터 풍요로운 천혜의 터전이었다. 형산강과 기계벌, 흥해벌 일대에 국내 최대 규모로 손꼽히는 고인돌과 암각화 등 선사시대 유적은 이곳이 사람에게 오랜 복된 터임을 생생하게 알려주고 있다. 문화와 문명이 일찍이 싹을 틔운 영일만이 연오랑세오녀 설화의 땅이요, 국토에서 가장 먼저 해를 맞이하는 빛의 도시가 됨은 자연과 신이 정한 섭리나 다름없다.

역사시대에도 포항은 천년 왕국, 삼국통일 신라 서라벌의 배후도시로서 융성의 중심이 됐으며, 백성들의 성실한 노동이 생산한 어염과 농상으로 전국의 물산이 드나드는 통로가 됐다. 흥해와 연일 들판의 쌀로 채워진 조선의 포항 창진은 가뭄에 신음하는 함경도에 구휼미를 공급하고 전라와 강원에까지 손길을 미쳤다.

포항은 또 노략질을 일삼는 왜구에 맞서 국토의 변방이 아닌 국난 극복의 중심이요 주역이기도 했다. 해풍과 외침에 단련된 영일만 사람들의 기개는 현대에 들어서도 한국전쟁 대반격의 시작이 된 형산강 전투와 학도병들의 산화로 대한민국의 국난 극복사에 깊이 아로새겨져 있다.

산업화 시대에는 한반도 땅에 수천 년 동안 대물림된 백성의 오랜 가난을 끊기 위해 ‘산업의 쌀’을 공급하는 포항제철 철강 신화의 주역이 됐다. 그리고 이제 세계 최고 수준의 과학자를 배출하는 포항공대와 방사광가속기를 중심으로 첨단 과학도시로 비약하는 포항은 이차전지와 바이오, 수소 등 3대 국가 전략 특구로 지정되면서 한국을 넘어 세계적 도시로서 위상이 거듭나고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 전체와 마찬가지로 포항이 누려온 영광과 번영은 지난 과거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부족했으니, 미래에 대한 모색조차 허공에 발을 디딘 듯 불안한 현실이다. 2017년 첨단과학 인프라와 인재로 무장한 포항을 뒤흔든 지열발전소 유발 지진 사태는 과학 문명의 혜택을 맹신해 온 무지와 오만함에 대한 경고나 다름없었다. 뿐만 아니라 과학 기술혁명과 생산 소비라는 현대사회의 낡은 가치관에서 벗어나 이제는 도시와 인간, 사회의 새로운 발전 패러다임을 모색해야 할 때임을 자각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포항사람 최시형이 100여 년 전 몸소 실천하고 가신 해월 사상의 요체인 ‘사인여천’(事人如天, 사람을 하늘처럼 대하라)을 바탕으로 한 ‘삼경사상’(三敬思想, 사람과 자연을 아끼고 만물을 공경)은 포항과 한국이 전 세계와 함께 공유해야 할 새로운 가치로 주목되고 있다. 특히 지구온난화로 인한 재앙이 인류 공동의 관심사가 되고 빈곤 국가 국민들이 그 최대 희생양이 된 현실에서 일찍이 자연과의 공존을 앞서 본 해월 선생의 혜안은 체계적인 기념사업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마땅하다.

이에 오늘 우리는 해월 최시형 선생 기념사업의 발기를 선언함으로써 해월 사상을 재조명·체계화하며 국내는 물론 세계와 그 가치를 공유하는데 뜻을 함께하는 이들에게 문호를 개방하며 많은 동참을 기대한다.

2024년 12월 20일

해월 최시형 선생 기념사업 발기인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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