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동구청의 '오상욱거리' 도로명 변경 홍보 사진

대전시 동구청이 최근 파리올림픽 펜싱 2관왕 오상욱 선수를 기념해 모교인 대전대학교 서문 일대를 ‘오상욱거리’로 지정했지만 정작 대학생 등 주변 주민들은 심각한 차량 소음과 폭주에 시달리고 있어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동구청은 지난 6월 26일 용운 주공2단지~용운 마젤란21아파트 900여m 구간의 도로명을 앞으로 5년간 기존 ‘대학로’에서 ‘오상욱거리’로 변경하는 ‘명예도로 선포식’을 개최했다.

법정 도로명이 아닌 이 같은 명예도로명 지정은 대전대 학사와 석사로서 아시아 펜싱선수 최초로 개인전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성과를 기념해 동구청의 지역관광과 경제활성화 취지가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근 뉴스포레 취재 결과, 동구청의 이 같은 사업 취지와 달리 정작 이 일대 대학생과 주민들은 교통안전 시설이 허술해 밤낮 없이 고속 질주하는 배달 오토바이 등 차량들의 소음 공해는 물론 사고 위험에까지 노출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전대 서문 앞 원룸에 거주하는 대학생 L양(24)은 “오토바이와 과속 차량들의 소음으로 인해 여름인데도 밤에 창문을 열고 잘 수가 없어 귀마개를 하고도 잠을 설치기 일쑤”라며 “주변의 우송정보대와 달리 오상욱거리 구간은 과속단속 카메라가 한 대도 없어 원룸에 거주하는 대학생들이 교통안전과 주거환경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본지가 이 일대를 둘러본 결과, 인근 우송삼거리~오상욱거리 입구 870m 구간에는 ‘30km 제한’ 단속카메라가 2대 설치된 반면, 대전대 서문 앞 구간 900m에는 단속카메라와 과속방지턱이 전혀 설치돼 있지 않았다.

14일 오후 '오상욱거리' 구간의 대전대 서문 앞 횡단도로 지점을 택시와 오토바이가 질주하고 있는 모습. <뉴스포레 사진>

이처럼 두 대학교 주변 교통안전시설 설치 실태가 큰 차이를 보이는데는 우송정보대 근처에 대전동광초등학교가 위치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송대 근처와 달리 대전대의 ‘오상욱거리’ 전 구간은 거의 직선에 가까워 과속 차량에 의한 주민피해가 불을 보듯 뻔한 만큼 지자체와 경찰 등 관계기관이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 불가피하다.

대전광역시 동구청 교통정책과장은 14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과속단속 카메라 설치는 경찰 업무이지만 즉각 현장에 나가 실태부터 파악하겠다”면서 “경찰도 관련 예산 부족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파악돼 있지만 학생과 주민 피해가 심각한만큼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