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화 포스코홀딩스 회장(왼쪽)과 정희민 포스코이앤씨 전 사장.(사진=mbc화면 촬영)
포스코이앤씨가 최근 잇단 근로자 사망 사고로 5일 정희민 사장이 전격 교체됐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휴가 중에도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다시 내놓으면서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의 경질을 위한 방아쇠(트리거)가 되고 있다는 관측이다.
▲숨가빴던 정희민→송치영 사장 교체
지난달 28일 경남 함양~창녕 고속국도 현장에서 올해 4번째 근로자 사망사고가 발생한데 이어 4일 경기도 광명시 현장에서 미얀마 출신 근로자의 감전사고가 발생하자 5일 오전부터 포스코이앤씨 회사 안팎에서는 정 사장 사임설이 나돌기 시작했다.
회사 측은 언론의 취재가 이어지자 ‘인사 관련 결정은 없었다’고 즉각 부인하고 나섰으나 오후가 되자 정 사장의 후임으로 그룹 전체 안전 전문가인 송치영 포스코홀딩스 부사장(그룹안전특별진단TF팀장)이 기용될 것이라는 구체적 전언도 나왔다.
결국 6시가 좀 지난 시각 회사는 입장문을 통해 정희민 사장의 사임을 공식 발표하기에 이르렀으며, 7시 무렵 송 사장을 직무 대행으로 임명했다.
뉴스포레가 입수한 ‘임원 인사 발령 명령’에 따르면 송 신임 사장과 이동호 안전담당 사장 보좌역(전 포스코 포항제철소 부소장)의 임기는 ’26년 정기 인사 시까지다.
이는 임원에 대해서는 면직 없이 계약 만료인데 정 전 사장은 계약기간이 연말까지이므로 본사 근무로 발령을 내고, 송 사장은 일단 정 사장의 잔여 임기를 채워야 하므로 직무 대행 체제로 가게 된 것이다.
1964년생으로 부산 부경대 기계공학과 출신인 송치영 사장은 2019년 상무 승진 후 안전환경부소장 2년 근무에 이어 2021년 포스코이앤씨로 이동해 3년 동안 안전보건센터장을 거치며 전무로 승진했다.
뉴스포레가 5일 입수한 포스코이앤씨의 '임원 인사 발령 공고'
전형적인 포스코 스타일로서 대체적으로 원만한 성격으로 평가되는데 대면 보고에 특히 탁월하며, 술자리는 즐기지 않고 매일 10여km 조깅을 할 만큼 운동을 즐기는 것으로 회사 안팎에 알려졌다.
▲휴가 대통령 격노에 담긴 최종 메시지는?
지난 28일 사망사고 직후 이재명 대통령이 김영훈 신임 고용노동부 장관을 질책할 만큼 용산발 후폭풍이 거세자 포스코홀딩스는 송치영 사장에 이어 장인화 회장이 직접 나서 대국민 사과를 하는 등 전사적인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마치 불운이 예고된 듯 4일 발생한 감전 사고에 정희민 사장 사퇴 카드까지 빼들었지만 대통령실은 더 강력한 반발로 후폭풍은 더욱 거세졌다.
6일 오전 강유정 대변인은 ‘이재명 대통령이 포스코이앤씨의 건설업 면허 취소와 정부 발주공사 참여 배제 등 가능한 방안을 찾을 것을 지시했다’는 발표를 했다.
예상을 뛰어넘는 용산 대통령실의 격노에 가까운 반발이 일파만파로 확대되자 건설업 면허 취소를 기정사실로 전제하며 포스코이앤씨 정리설까지 나돌기 시작했다.
실제로 정원주 중흥그룹 부회장(대우건설 회장)은 이날 한 언론매체의 취재에 대해 “‘지금은 (포스코이앤씨를)인수할 상황이 아니다’며 부인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하지만 건설업계에는 이미 중흥건설과 PE(미래에셋)의 매각·인수 시나리오가 공공연하게 퍼져온 만큼 어떻게 귀결될 지에 촉각이 여전하다.
포스코그룹 안팎에서는 포스코이앤씨의 연쇄 중대재해사망사고가 새 정부의 출범과 맞물리면서 걷잡을 수 없는 확산 일로에 이르자 ‘권력의 칼끝이 이미 최종 목표를 정했다’는 관측 등 다양한 메시지로 분석하고 있다.
포스코 임원 출신 인사는 6일 뉴스포레와의 통화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실용정부의 기치를 내걸고도 임기 초반부터 포스코가 회장이 직접 나서 그룹 차원의 개선 의지를 보이는데도 더 강력한 대응 의지를 노골화하는데는 정치적 의도가 분명히 깔려 있다”면서 “윤석열 정부에서 출범한 장인화 회장 체제에 대한 불신을 넘어 그 선임 과정에 권력형 비리가 개입됐다는 확신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와 탄핵 및 구속에 이어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한 뒤 여의도 정가에서는 지난 2023년말~2024년초 장 회장의 선임 과정에서 당초 알려진 김대기·이관섭 전 비서실장 외에도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의 개입설 등 알려지지 않았던 내막들이 꼬리를 물어왔다.
이에 더해 지난해초 취임 후 줄곧 건강 이상설에 이어 부진한 실적 등 뚜렷한 성과를 못 내고 있는 장인화 회장이 윤석열 정부와의 밀착설에 이어 포스코이앤씨 연쇄 사망사고의 악재까지 겹치면서 벌써부터 차기 회장 후보군을 두고 구체적 실명까지 거명되고 있다.
한편에서는 이재명 정부가 포스코이앤씨를 내세워 포스코그룹에 대해 유독 가혹한 잣대를 적용한다는 볼멘 목소리도 있다.
특히 이랜드건설의 경우 올해 서울 중랑구 묵동 청년주택건설 현장에서 4~7월 3개월만에 2명이 연쇄 사망하고, 4월과 5월 강서구 마곡동과 대구 봉명동 공사현장에서 1명씩, 올해 모두 4명이 사망한 사고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별다른 쟁점으로 부각되지 않는 점과도 대조적이다.
6일 ‘국민기업포스코바로세우기위원회’ 임종백 위원장은 “포스코가 조상의 혈세로 세워진 국민기업임에도 ‘주인 없는 회사’로 여러 회장의 선임 과정이 권력의 개입으로 오명이 거듭됐다”면서 “이번 일이 그룹 본원 경쟁력 상실의 한 단면으로서 포스코가 바로 서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지만 또 다시 권력의 과도한 개입으로 정체성이 훼손되는 것은 경계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