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조국 전 대표를 비롯한 정치인 사면을 결정하는 국무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사진=JTV캡쳐)

이재명 대통령이 광복절을 앞두고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 혐의로 2년의 실형을 선고 받고 8개월째 수감 중인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와 위안부 할머니 후원금 횡령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윤미향 전 의원을 비롯한 정치인들을 사면했다. 이에 여당은 검찰 개혁의 일환으로 정치검찰의 희생양을 사면한 것은 당연하다고 환영한 반면, 야당은 지난 대선에 협력해준 청구서에 보답한 야합이라고 비난하고 있어 대통령의 사면권에 대한 여야의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대한민국 대통령의 사면권은 1948년 제헌헌법에 명시돼 이승만 대통령이 1949년 5월 5일 독립운동 전과자와 일부 정치범을 포함한 대규모 사면으로 건국 초기 사회 통합과 정치적 안정을 명분으로 실시한 것이 효시다.

헌법에 명시된 사면은 두 가지로 일반사면은 범죄의 종류와 형을 전부 소멸시키는 방식으로 국회의 동의가 필요해서 논란의 소지가 없다. 반면, 특별사면은 특정인에 대한 형 집행 면제·경감·복권 등을 국회 동의 없이 대통령의 재량으로 행사할 수 있어 정부 수립 이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자기편 챙기기라는 '내로남불'이 반복적으로 이뤄져 정치적·경제적 권력층의 특혜로 악용되면서 대표적인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광복절 특별사면이 결정된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 (사진=조국 페이스북)

이번에 특별히 문제가 된 인물은 조국 전 의원과 윤미향 의원이 대표적이다. 조 전 의원의 사면은 앞으로 법치주의와 사법 정의 훼손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에 대한 사면은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를 위해 조국혁신당이 후보를 내지 않은 것에 대한 정치적 보은 차원이다. 이는 조국 지지층에게는 정치검찰의 억울한 피해자로, 조국 반대층에게는 권력형 비리의 상징으로 각인시킴으로써 사면권이 사회 통합보다 오히려 갈등과 분열을 심화시킬 것이다.

대다수 범죄자들은 이보다 훨씬 더 가벼운 범죄로 형을 받고 형기를 만료한 뒤에도 복권 받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형기의 반도 채우지 않은 범죄자를 사면·복권함으로써 불공정성 논란, 법치주의 수호와 정치적 중립성 유지, 그리고 사회 신뢰 회복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은 자명한 이치다. 상황이 이런데도 대통령이 중범죄자들을 거침 없이 사면할 수 있는 것은 지금 ‘전당대회’가 아닌 ‘전한길대회’를 치르고 있는 야당의 존재가치가 사라진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본다.

이번 사면은 민주당이 검찰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검찰청을 공소청과 기소청으로 분리하는 법안을 이번 추석 전에 밀어붙이기 위해 조국과 윤미향이 대표적인 정치검찰의 희생양이었다고 부각시키며 불을 지폈다. 하지만 이번 사면과 검찰 개혁안은 단기적으로는 지지층의 결집을 가져오는 정치적 이익은 가져올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국가 시스템과 법적 신뢰를 무너뜨리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를 모를 일 없는 대통령이 조 전 의원을 사면하는 것은 5년 단임제의 레임덕을 방지하기 위한 통치 술수라고 본다. 조 전 대표가 내년 지방선거 또는 보궐선거에 출마함으로써 지난 총선에서 멸문했던 친 문재인 세력이 부활하는 계기를 만들어 줄 것이다. 이는 민주당 내의 신진세력으로 부상하는 정청래 대표 측과 지금은 친위부대지만 언제 등을 돌릴지 모를 친명 세력을 서로 경쟁시켜 이 대통령의 통치력을 높이는 작용을 할 것이다. 나아가서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조국혁신당과 민주당이 호남에서는 진보의 선명성을 두고 경쟁을 하는 한편 서울을 비롯한 나머지 지역에서는 국민의힘을 협공해서 전국을 석권한 뒤 합당까지 내다보는 의도로 보여진다.

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의 본심은 정치적인 포석이라기 보다는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사면 대상에 포함된 정치인 중 조국 전 대표 부부와 윤미향 전 의원, 조희연 전 교육감은 시종일관 '정치검찰에 의한 강압수사'라고 항변하며 자신들의 범죄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이들이 외친 정치검찰의 탄압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하며, 자신이 받고 있는 범죄 혐의도 '정치검찰의 탄압이었기 때문에 무죄'라고 강변하는 게 아닌지 합리적 의심이 든다.

이재명 대통령은 두 번의 대통령 선거를 치르면서 자신을 지지하는 세력의 한계를 느꼈을 것이다. 보수 인사들을 영입하며 외연을 확장하고자 노력했지만 유의미한 효과는 가져오지 못했다. 이를 경험한 대통령이 대한민국 대다수의 지도자가 아닌 과반도 되지 않는 지지층의 결집을 노리기 위해 이번 사면을 단행했다면 이는 취임 100일도 되지 않아 벌써부터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아니라 내 편만의 대통령임을 선언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통합과 진영 논리보다는 능력 위주의 실용주의 인사를 하겠다고 내세웠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측근 중심 인사’, ‘보은 인사’. ‘막말 묻지마 인사’로 '혹시나'하는 기대는 '역시나'의 실망으로 바뀌었다. 거기에 더하여 이제 ‘파렴치범’, ‘법꾸라지’, '내로남불'의 범죄자까지 사면하면서 내 편만 바라보며 국민들을 갈라치고 있다.

순자는 ‘임금은 배이고, 백성은 물이다.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고, 뒤집을 수도 있다(君者, 舟也. 庶人者, 水也. 水則載舟, 水則覆舟)’고 말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자신이 무슨 연고로 대통령이 되었는지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미 탄핵을 통해 두 번이나 배를 뒤집었고 그 뒤집힌 배의 새로운 선장이 이 대통령이다. 이 대통령도 전임자와 같이 불통과 갈라치기로 간다면 두 번씩이나 뒤집은 경험이 있는 국민들은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김건우 정치에디터(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