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지 제1부속실장. (사진=TVCHOSUN캡쳐)
국정감사 출석을 두고 여야 간의 공방이 치열했던 대통령실 김현지 총무비서관이 29일 제1부속실장으로 자리를 옮기자, 야당은 국회 출석을 회피하기 위한 꼼수라고 비난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김현지 총무비서관을 제1부속실장으로 임명하고 김남준 제1부속실장을 대변인으로 추가하는 인선을 단행하며 “대변인을 추가해 대국민 소통을 늘리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대통령실은 기존 홍보소통수석 산하 디지털소통비서관을 비서실장 직속으로 바꾸고, 정책홍보비서관실과 국정홍보비서관실을 통합하며, 정무수석 산하에 정무기획비서관을 신설해 국회 및 정당과의 소통과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조직 개편을 단행한다고 밝혔다.
이날 인사는 국민의힘이 김 총무비서관의 국회 국정감사 출석을 요구하고 민주당은 거부한 가운데 벌어진 인사라 야당은 김 비서관을 지키기 위한 대통령실의 술책이라고 반발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김 비서관은 ‘보직에 상관 없이 국회에서 결정하는 대로 따르겠다’는 입장”이라며, 여야 합의가 이뤄지면 출석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하지만, 대통령실의 인사·예산을 담당하는 총무비서관은 매년 국감에 출석해 왔지만, 제1부속실장은 대통령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좌하는 참모라는 점 등을 들어 그동안 국회에 출석한 전례가 없다.
대통령실이 국감을 앞두고 인사이동을 한 것을 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이날 “그림자 대통령이 전 국민 앞에 드러나는 것이 두려운 것이냐”라며 “용산에는 이재명 대통령, 국회에는 정청래 대통령, 충정로에는 김어준 대통령, 그런데 일각에선 용산 대통령은 이재명이 아니라 김현지라는 이야기가 있다”며 김현지 비서관을 감싸는 대통령실을 비난했다.
장 대표는 “김현지 총무비서관이 모든 중요한 의사결정을 한다는 말이 있었다”며 “김현지 그 사람만 국회에 나오면 안 되는 이유가 뭐냐, 얼굴을 공개하면 안되는 것이냐, 아니면 그 사람이 입을 열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느냐”고 비판했다.
그는 “저는 이 기발하고 독특한 발상을 이해할 수 없다”며 “저는 늘 특검을 피하고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 피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고, 피한다면 지금 많은 국민들이 제기한 의혹이 진실일 것”이라고 부연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도 페이스북에 “정부·여당이 조희대 대법원장은 어떻게든 국회에 세우려 하면서 김현지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의 국감 출석은 피하기 위해 보직까지 바꾸려는 이중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이것은 국회의 권능을 정면으로 무시하는 처사로 꼼수”라고 저격했다.
이 대표는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은 1992년 이후 30년간 단 한 번도 국정감사에서 빠진 적 없었는데 이번엔 김현지라는 이름을 달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특별 대우를 받고 있다”며 “김현지 비서관은 ‘만사현통’이라 불릴 만큼 실세로 그런 사람이 국회의 감시를 받지 않겠다고 보직을 옮기는 꼼수를 부린다면, 이것은 국회의 권능을 정면으로 무시하는 처사”라고 날을 세웠다.
이 대표는 “만약 이재명 정부가 이런 꼼수를 계속 쓴다면 그 순간은 바로 국민에게 또 다른 V0의 출현을 알리는 서막일 것이다”며 “국회는 그 어떤 보직 변경도, 그 어떤 편법도 헌법적 의무인 국정감사 출석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며 김 비서관의 국감 출석을 압박했다.
한편, 김현지 총무비서관은 이재명 대통령이 노동인권 변호사로 활동하던 2000년대 초반부터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 이 대통령의 성남시장 당선 이후, 인수위원회 간사를 시작으로 2018년 경기도지사 시절에는 경기도청 비서실 비서관, 국회의원 재직 시에는 보좌관 등 요직을 맡으며 오랜 신뢰 관계를 이어왔다.
이 관계를 바탕으로 인수위 없이 출범한 이재명 정부 초반의 인사를 담당한 것으로 알려져 ‘만사현통’(모든 것은 김현지를 통한다)이라는 별명까지 얻을 정도로 이 대통령 핵심 측근으로 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