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최고위원회를 개최하고 있다. (사진=장동혁 대표 페이스북)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11일 한동훈 전 대표의 당 게시판('당게') 당무감사로 인한 계파 갈등 재연 조짐이 일자 대한민국의 위기라며 당내 분란이 아니라 당력을 모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그동안 국힘 내부에서 계엄 찬반을 놓고 지리멸렬하게 이어온 계파 갈등이 마무리 짓고 내년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당이 뭉치는 계기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장동혁 대표는 페이스북에 “당무감사위원회는 독립된 당 기구다. 그리고 저는 독립성을 존중한다”며 “다만, 당무감사가 진행 중인 사안과 관련하여, 사실관계를 두고 공개적으로 공방을 하는 것은 또 다른 당내 갈등의 원인이 될 수 있고, 결과의 공정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 대표는 “지금은 당력을 하나로 모아야 할 때다. 국민의힘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위기다. 이재명 정권과 더불어민주당이 밀어붙이는 8대 악법을 막아내기에도 우리의 힘이 부족하다”며 “당내 갈등이나 분란 자체가 당원과 국민을 실망시키는 것이므로 국민과 함께 이재명 정권의 폭주를 막는 일에 힘을 모아달라”며 단합을 호소했다.

이는 장 대표가 지난 당 대표 선거 공약으로 내세웠던 ‘당게’ 사태에 대해 한발 물러서 봉합하고 내년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당의 단합을 요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사건의 발단은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위원장 이호석)가 지난해 9~11월 한동훈 당시 대표 가족 명의 계정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를 비판하는 글이 게시됐다는 의혹인 '당원 게시판 논란'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불거졌다.

이호선 위원장은 9일 “당원 명부 확인 결과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 이름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이 같은 서울 강남구 병 선거구 소속”이라며 “이들의 휴대전화 번호 끝 네 자리가 같은 점도 확인했다”고 긴급 공지를 통해 밝혔다.

이에, 친한계는 “인격유린”이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친윤계는 한 전 대표의 사과를 요구하며 충돌해 통일교 게이트로 승기를 잡을 호재에도 내부 분열만 일삼는다는 안팎의 질책을 받았다.

양향자 최고위원은 10일 YTN라디오에 출연해 “익명의 당원 게시판을 가지고 표적으로 정치 보복을 하는 인식을 주는 일은 안 된다”며 “누구를 죽이기 위한 수단으로 이걸(당무감사를) 사용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독재다. 이거야말로 대여 투쟁을 할 수 없게 하는 우리 안의 더 큰 문제”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박정훈 의원은 CBS라디오에서 “제정신이 아니다. 통일교 문제로 우리가 완전 주도권을 잡고 있는데 (갑자기)당 당무감사위원장이, 그것도 개인 명의로 냈다”며 “말이 되는 내용인가. 자녀의 실명까지 다 냈다. 그런 인권 유린이 세상에 어디 있나. 당 법상 당원 명부는 열람할 수 없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친윤계인 장예찬 전 청년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이런 기막힌 우연의 일치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날 확률이 있을까”라며 “지금이라도 한 전 대표는 가족의 여론 조작에 대해 사과하고 반성하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신동욱 최고위원은 이날 채널A 유튜브 ‘정치 시그널’에서 “이 문제가 당 내분 불씨로 계속 남아 있는 상황이기에 대다수 당원은 빨리 털고 가자는 의견”이라며 “적어도 당 대표쯤 되는 분이 가족으로 의심되는 분을 동원해서 대통령을 공격했다면 이건 떳떳하지 못한 게 아닌가. 그에 대한 대답은 한동훈 대표가 반드시 해야 한다”고 해명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