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포스코홀딩스 사내·외 이사들의 캐나다 벤쿠버 호화 이사회 파문'(본지 '24년 10월 26일자·'23년 8월 27·22일자 등 단독 보도)을 기획·주도한 혐의로 고발된 정기섭 전 사장이 포스코교육재단 이사장으로 포항에서 2일 업무를 개시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전 사장은 지난해 초까지 최정우 전 회장의 3연임 시도 과정에서 핵심 역할인 전략기획총괄 사장으로서 그룹 창사 이래 최악의 사건사고를 촉발한 한 당사자로 지목돼 온 만큼 포항지역과의 갈등은 물론 교육기관 수장으로서 결격 논란도 일고 있다.
▲이사회 거치고도 취임식 '생략'
본지 취재 결과, 정 전 사장은 지난해 12월 그룹인사에서 포스코교육재단 이사장으로 임명된 뒤 2일부터 업무에 들어갔다. 별도의 취임식은 열리지 않았으며, 13일 오후 현재까지 재단 홈페이지에는 전임 한모(62)이사장의 인사말과 사진이 그대로 게시돼 있다.
최근 재단의 홍보 담당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신임 이사장의 업무는 개시됐으나 아직 승인을 거치지 않아 취임식을 하지 않았다"면서 "개최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확인 결과, 신임 이사장의 취임은 이미 모든 절차를 거쳐 개최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포스코교육재단 이사회가 이사장 임명을 의결했기 때문이다. 경북도교육청에 따르면 사립학교 이사장 임명은 재단 이사회 의결만 거친 뒤 도교육청에는 보고만 하면 된다.
결국 정기섭 전 사장의 이사장 취임식은 개최되지 않을 공산이 크다.
이처럼 정 전 사장의 이사장 취임이 은밀하게 이뤄진 모양새가 된 배경은 그가 2023년 이후 최정우 전 회장과 함께 갖은 파행으로 그룹 안팎에서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온 점과 무관하지 않다.
▲회장 후보 '추천권' 사외이사 동반 호화 해외 이사회 '주도'
지난해 3월 포스코홀딩스 주총에서 장인화 회장 체제가 확정되기는 했으나 앞선 2023년 연말까지도 최정우 전 회장의 3연임 성사 여부는 그 자신의 집요한 의지가 더해져 한치 앞을 가늠하기 힘들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주인 없는 회사' 포스코의 차기 회장 추천은 'CEO후보추천위원회'(후추위) 당연직 위원인 사외이사들에게 전권이 주어진만큼 후보군에 속한 사내이사들은 사실상 공식 접촉 채널을 선점하고 있었다.
뉴스포레 단독 보도로 드러난 '최정우 회장 등 사내·외 이사 벤쿠버 호화 이사회'(8월 22일자) 파문의 제보자는 첫 취재 단계에서 행사의 기획·총괄역으로 당시 정기섭 사장과 재무총괄 정대형 전무(현 포스코퓨처엠 경영기획본부장)를 지목했다.
후속 보도를 통해 참석자들은 8월 6일부터 12일까지 5박7일 이사회 기간 동안 1인당 하루 평균 175만원 수준의 5성급 호텔과 최고급 프랑스 와인 '샤토 마고' 등 한끼 2000만원대 식사를 포함해 식대만 1억원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비행 50분 거리에 임차료가 1억7000여만원인 전세 헬기를 사용했다고도 보도됐다.
비용은 사규 상 전액 포스코홀딩스 부담이지만 자회사인 포스코와 현지 법인 포스칸(POSCO-Canada)이 나눠 총 비용 6억8000만원 중 포스코홀딩스가 3억5000만원, 포스칸이 3억1000만원, 포스코가 2000만원을 집행했다는 내역도 제시됐다.
▲'교육보국' 상징 교육재단이사장 도덕성 '흠집'
파문이 확산되자 포스코지주사·미래기술연구원 포항이전 범시민대책위원회(범대위)는 공동집행위원장 명의로 2023년 12월 서울 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듬해 1월 12일 서울 수서경찰서는 당시 최 회장과 정기섭 사장, 김학동 포스코 대표이사 부회장, 김지용 포스코홀딩스 미래기술연구원장 겸 최고기술책임자(CTO), 유병옥 포스코홀딩스 부사장 등 16명을 업무상배임 혐의 등으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들 피고발인에 포함된 사외이사 겸 후추위원은 박희재 서울대 교수(위원장), 유영숙 전 환경부장관, 김성진 전 해양수산부 장관, 권태균 전 조달청장, 유진녕 전 LG화학 사장, 손성규·김준기 연세대 교수 등 7명 전원이다.
이 같은 사실이 연일 보도되면서 포스코 차기 회장 선임을 앞둔 민감한 상황에서 회장 후보로 거론되는 사내 이사들이 해외에서 이사회를 명목으로 국립대 교수 등 사외 이사들과 접대성 외유를 했다는 데 대한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등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비난이 빗발쳤다.
포스코지주사·미래기술연구원 포항이전 범시민대책위원회 강창호 위원장은 "장인화 회장이 관계 회복의 최우선인 포항에 하필 최정우의 최측근을 임명한데 대해 심각한 유감"이라며 "당사자인 정 전 사장이 늦었지만 잘못을 인정하고 포항시민에게 사과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강 회장은 또 "특히 포스코교육재단은 박태준 회장의 '교육보국'의 상징이자 국내 최고 사학재단임을 자부해왔다"면서 "정 전 사장이 이사장으로서 자격뿐만 아니라 수치스런 비리 혐의가 유죄로 확정될 경우 도덕과 인성 교육을 책임져야할 학생은 물론 학부모 등 포스코 전체에 오명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포스코교육재단 측은 "신임 이사장이 전임 회사에서 재직 중 일어난 일에 대해 재단 측이 공식 입장을 밝히기는 어려우며, 적절치도 않다"고 밝혔다.
포스코 측도 "계열 회사 인사에 대해서는 특별한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
정기섭 전 사장은 지난 6일 이후 해명을 듣기 위한 본지의 취재에 응답하지 않았다.
한편 포스코교육재단은 지난 1971년 (재)제철장학회(초대 이사장 박태준) 설립 이래 현재 포항과 광양, 인천에 모두 12개 학교(유 2, 초 4, 중 2, 고 4)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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