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황제’포스코 사외이사..."그 뒤에 홍보팀 있다"

연봉 1억800만원, 회의 한번에 100만원 지급
회의 명목 수시 골프, 차량·기사 ‘픽업’ 서비스
사외이사 주인 행세에 홍보팀 기획·언론플레이

뉴스포레 임재현 기자 승인 2024.01.28 16:55 | 최종 수정 2024.01.31 09:20 의견 0
28일 포항 남구 포스코 본사 앞에 노동조합이 '벤쿠버 7억 이사회 포스코 임원 전원 구속'을 촉구하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뉴스포레 사진>

차기 회장 선임 과정에서 최근 불거진 포스코홀딩스 사내·외 이사들의 국내·외 호화판 향응접대 파문을 계기로 사외이사들의 전횡과 이들을 비호하는 홍보팀 간의 연결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주인 노릇 하는 '황제' 사외이사

전·현직 포스코 임원들의 제보에 따른 뉴스포레 취재 결과, 박희재(서울대 기계공학과 교수)의장 등 포스코홀딩스 사외이사 7명의 한해 연봉은 1억800만원, 회의 참석 수당은 1회에 100만원이다.

사외이사들에 대한 그룹의 도를 넘은 예우는 일반 국민의 상식도 뛰어 넘는다. 최정우 회장 체제 이후 전중선 사장 재직 당시에는 이사회가 열리면 부사장들의 업무용 차량과 기사를 보내 회의 참석과 귀가에 수발을 들었다.

이후 그룹 내부에서 '전 사장이 차기 회장에 포석을 두고 과잉 의전으로 사외이사들의 환심을 사고 있다'는 등 불만이 커지자 최근에는 대리기사로 '픽업' 서비스를 대체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외이사와 포스코 임원들은 수시로 이사회를 명목으로 지난해 11월 4일 인천 송도에 위치한 회사 소유 잭니클라우스 골프클럽코리아 모임의 경우처럼 골프와 와인 파티를 즐겨온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더해 최근 캐나다와 중국, 아르헨티나 등 국내·외를 넘나든 호화판 이사회 파문이 터지자 그룹 안팎에서 '사외이사들이 주인 노릇을 하고 있다'는 자조와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포스코그룹의 한 임원은 "최고위 임원들은 횡령과 배임을 함부로 저지르면서 일반 간부와 직원들이 감사에 걸리면 이제는 소명의 기회조차 주지 않고 징계를 해버린다"면서 "최근 드러난 사외이사들의 오만의 뿌리에는 특권의식의 정점에 있는 '회장을 뽑을 권한을 쥐고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사외이사들은 지난해 8월 이후 뉴스포레의 거듭된 단독보도에 이어 지난 12일 한 일간지의 폭로를 계기로 거센 비판에 휩싸여 있지만 여전히 거짓 변명과 회피를 일삼고 있다.

CEO후보추천위원회는 특히 12일 입장문을 통해 "심심한 유감을 표명하며, 그 비판하는 취지를 겸허하게 수용하겠다"면서도 "그룹의 새 회장 선출을 위한 중요한 시기에 위원회의 신뢰도를 떨어뜨려 이득을 보려는 시도는 없는지도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후안무치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포스코홀딩스 최정우 회장(왼쪽)과 박희재 이사회 의장.

뿐만 아니라 박희재 의장은 지난 17일에는 한 경제 일간지가 보도한 전화인터뷰를 통해 '보도 내용과 데이터가 정확하지 않다. 이사진 해외출장에는 수행인원만 30명이 넘는다. 보도에 몇명만 거론되니 액수가 커보이는 것'이라는 거짓말을 하기도 했다.

지난해 8월 본지의 최초 보도 당시에도 캐나다 이사회는 팀장급 실무자를 포함해 4명 안팎의 최소 인원이 수행할만큼 극도의 보안 속에 진행됐음이 드러났다. 이후 취재 과정에서 당시 참석자 수를 줄이기 위해 이사회 임원 보고조차 생략됐으며, 현지 법인 포스칸의 인원은 법인장까지 4명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회장 선임·사외이사 전횡 '컨타워'는 홍보팀

이처럼 사외이사들이 국민적 비난 여론에도 불구하고 회장 선임 과정에서 완주하려는 자신감의 배경은 포스코홀딩스 커뮤니케이션팀이라는 것이 그룹 안팎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한 전직 임원은 "최근 사태에 대해 포스코그룹은 소유 분리 기업으로서 기획조정실이 없어, 커뮤니케이션팀이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한해 수백억원의 홍보비를 들여 회사와 임·직원의 이익과 명예가 아니라 고작 언론플레이를 통해 회장과 사외이사들의 사익을 위해 맹종하는 격"이라고 개탄했다.

한 현직 임원은 "포스코 홍보의 자부심과 전통은 고 박태준 창업회장 시절부터 정평이 나 있었다"면서 "순혈주의를 옹호하고 싶지는 않지만 외부 영입 임원들이 '포스코 DNA', 즉 포철의 정체성을 몰이해하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박태준 회장은 홍보 담당들을 중용해 창사 이래 40대의 최연소 부사장을 발탁하고 윤석만 사장은 회장 후보에 포함되기까지 했다. 또 한겨레신문 창간 당시에는 임원과 협력사를 독려해 전체 공모 국민주의 30%를 지원한 일화는 유명하다.

최정우 회장 2기 체제에서 홍보 업무는 kt와 한화 출신의 오석근 부사장이 영입됐다가 포스코홀딩스 설립 과정에서 포항지역 등 여러 갈등 끝에 경질됐다. 현재 홍보 총괄 양원준 부사장은 인사와 노무 출신으로서 홍보 업무에는 생소한 편이며, 임상혁 실장(상무)은 옛 전경련 출신이다.

홍보 임원이 외부 수혈된 요인으로는 극심한 CEO 리스크에 따른 담당자들의 피로도와 문책성 인사로 인한 잦은 교체가 주로 지적된다. 이 와중에서 그동안 포스코와 포스코홀딩스 홍보 라인은 업무 압박 끝에 간부와 직원 간 술자리 폭행·언 시비와 직장 내 괴롭힘, 하극상 등 여러 갈등을 빚어왔다.

이에 대해 포스코 임원 출신 한 원로 인사는 "조상의 혈세인 식민지 대일청구권 자금을 종잣돈으로 설립된 국민기업 포스코와 임직원을 위해 회사를 알린다는 자부심은 이미 땅에 떨어졌다"면서 "이번 회장 선임 및 호화판 해외이사회 사태를 계기로 차기 회장은 홍보팀의 사적 이해 동원 행태를 개선하고 책임자를 문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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