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포항 용산초등학교 개교, 그 아름다운 뒷이야기

“별처럼 빛나는 시간, 선물 같은 우리 학교”

임재현 승인 2024.11.25 17:43 | 최종 수정 2024.11.25 18:02 의견 0
지난 10월 열린 포항 용산초등학교 개교식에서 임종식 경북도교육감과 고원학 포항시 남구청장 등 참석 인사들이 학생들과 개교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 경북도교육청 제공>

백발 휘날리는 나이라도 초등학교 교가만은 좀처럼 잊지 못한다. 초등 동창회에 가서 교가를 부르노라면, 이내 자랐던 고향의 산 강 바닷가로 내달리고, 부모 친구들의 얼굴이 어른거려 눈시울을 붉힌다. 그 시절, 아득한 기억을 소환하는 초등학교 교가! 인생에 또 다른 힘을 주는 마법의 노래다.

모든 학교는 교가를 갖고 있고, 어린 학생들은 교가를 부르며 자라고 있다. 그렇지만 요즘 아이들은 트롯 리듬과 노랫말에 더 노출돼 동요를 잃어버리다시피 됐다는 우려의 소리가 높다. 또 예전과 달리 시골 학교는 학생이 크게 줄어 교가 부를 기회마저 줄고, 도시에서는 잦은 거주지 이전으로 어린이들이 새 교가에 적응하기 어렵다고도 한다.

포항 용산초등학교는 지난 3월 개교했다. 신설 학교인지라 교실과 교정 등을 완벽하게 단정한 뒤, 10월 3일 개교식을 열었다. 이날 경북도교육감을 비롯한 포항의 교육관계자와 학부모들, 그리고 170여 학생들이 참여해 개교까지 모든 노고를 감사하고, 축하했다. 그리고 끝 순서는 당연히 교가 제창. “별처럼 빛나는 시간, 선물 같은 우리 학교... 포항 용산초등학교”라며, 어린이들은 목청 높여 신나고 정겹게, 익숙하게 불렀다. ‘익숙하다’는 건 교가가 개학 전에 만들어져 개학하자마자 아이들이 부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기부

포항 용산초등학교는 경북에선 처음으로 교육 당국과 아파트 단지 건설 시행사가 공동 투자해 문을 열었다. 시행사는 아파트 입주 세대 아이들이 인근 초등학교 정원 초과로, 교육 당국은 저출생으로 각각 학교 신설이 어려웠는데, 이를 타개하기 위해 도교육청은 학교용지를, 시행사는 학교용지 부담금 대신 학교를 지어 기부하는 기부채납 방식으로 개교했다.

교가 또한 재능 기부 형식의 선물이었다. 노랫말은 김일광 동화작가가 지었고, 작곡은 전라남도 나주에 있는 동신대학교 김춘식 교수가 했다. 평생 초등교사로 아이들 눈빛을 보며 교단에 섰던 작사가와 10년 이상 포스텍 인문사회학부 교수로 있다가 나주로 간 작곡가가 만나 “별처럼 빛나는 시간, 선물 같은 우리 학교”라는 교가를 선물한 것이다.

김일광 작사, 김춘식 작곡 ‘포항 용산초등학교’ 교가의 악보

용산초 교사들은 교가를 처음 듣자마자 기뻐했고, 아이들은 흥겹게 신나게 부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노랫말과 멜로디는 익히 듣던 교가와 달랐다. 교가라면 일반적으로 등장하는 학교 주변 지역의 산이나 강 같은 단어들 대신 ‘친구, 꿈, 곱고 예쁘고 고운 맘’같은 말이 들어 있다. 동시나 다름없다. 곡 또한 그렇다. 친구들끼리 손 맞잡고 어깨 기대어 흥겹게 정겹게 부를 수 있는 율동미 넘친다. 노랫말과 멜로디가 교묘하게 결합한 동요나 다를 바 없으니, 아이들이 좋아할 수밖에.

두 사람은 이런 교가를 아무런 대가 없이 용산초등학교에 선물했다. 그저‘학생들이 교가를 부르며 학교생활을 즐겁게, 건강하게 자라기를’ 바랬을 뿐이다.

▲용산초등학교 주변 특징

신설 포항용산초등학교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출생률 급락, 인구 소멸, 도시 청년인구 유출 등 전국 중소도시가 겪고 있는 시대 현상임에도, 용산초가 있는 오천 지역은 인구 증가, 그것도 젊은 인구 증가로 주목받고 있다. 포항 장량지구는 7만, 오천은 5만 명을 훌쩍 넘어섰다. 포항 토박이도 오랜만에 오천 원동, 문덕, 용산 일대에 들러면 대부분 놀란다. 도심을 형성하는 대형 상가, 극장을 비롯해 고층 아파트가 즐비해, 쇠락해진 듯한 포항 중심지와 비교되기 때문이다.

오천의 인구 증가, 특히 용산 주변에는 포항3·4일반산업단지, 광명일반산단 등이 있어 젊은 층 인구 유입이 높다. 학교 근처에 1,147세대 등 대규모 아파트 단지 입주와 분양이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기존 문덕초와 문충초등학교로는 학생을 감당할 수 없게 됐고, 용산 지역 어린이의 먼 등·하교 길과 통행 위험을 들어 학부모들과 지역민들은 학교 신설을 요구했다. 교육계 또한 이를 고민해 왔다. 아파트 건설 시행사와 교육 당국은 슬기로운 방식을 채택해 학교를 설립한 것이다. 같은 시기 흥해 초곡 지구의 초서초등학교도 같은 방식으로 개교했다.

▲학생과 학교는 어떻게 성장하는가

심영진 용산초 교장은 “교훈을 ‘창의롭고 건강하게’로 정한 것은 AI시대에 살 학생들이 창의성을 발휘하고,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뜻”이라 했다. 개교식 때 한 인사가 “선생님들의 열정에 놀랐다. 선생님들이 쏟는 정성에, 아이들도 좋은 교육 환경 속에 잘 자랄 것”이라고 했다. "신설 학교, 새로 만난 학생들을 향한 교사들의 노력이 돋보인다"는 평도 있었다.

학생들의 성장에는 교사의 몫이 크다. 교사가 교육의 핵심 가치와 목표를 향해 가르칠 때 학생들은 성장한다. 또한 학부모와 함께 지역 사회의 관심이 학교를 발전케 한다. 용산초등학교에 학생들이 계속 전학 오고 있다. 지역 사회의 관심이 학교를 탄생시켰고, 학부모들이 새 학교의 교육 여건을 주목하기 때문이다. 학교는 저절로 성장하지 않는다. 특히, 출생률 급락 시대에 태어난 용산초등학교는 포항 전체로 봤을 때도 희귀하고, 주목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교육계는 물론, 학부모, 지역 사회가 큰 관심을 기울일 때 용산초등학교는 지역과 더불어 성장하고, 소중한 공간이 될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자란 학생들은 학교와 함께 교가를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최부식(시인, 전 포항MBC 편성제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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