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은 '물 주입 사후 지진' 모델" 국제학회도 인정

3월 스페인에서 유발지진 전문가들 워크샵 개최
이진한 교수 등 국내외 학자 포항지진 모델 발표
'물 주입 시 보다 수개월 뒤 발생 지진 규모 더 커'
지질자원연 등 소송피고 '자연지진'왜곡에 '쐐기'

뉴스포레 임재현 기자 승인 2024.04.23 16:39 | 최종 수정 2024.04.24 12:21 의견 0
지난 3월 스페인 팔마에서 개최된 'GEoREST' 워크샵의 홍보 기사. <사진= GEoREST 홈페이지 캡쳐>

속보=최근 대만과 미국에서 발생한 지진을 계기로 '일부 전문가의 포항지진 원인 왜곡 시도'<본지 15일자 보도>가 여전한 가운데 권위 있는 국제 학회에서 지열발전소에 의한 촉발지진임을 재확인하는 연구결과가 잇달아 발표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전 세계 유발지진 연구전문가들이 참가하는 'GEoREST'(지오레스트) 워크샵이 지난 3월 11일부터 13일까지 스페인의 팔마(Palma)에서 개최됐다.

이번 행사에는 포항지진의 원인 규명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이진한 고려대 전 부총장(지구환경과학과 명예교수)이 참석해 '유발지진 사례 연구'로서 '포항촉발지진'을 발표했다.

이 전 부총장 외에도 포항지진은 이번에 여러 학자들이 수치 모델링 발표를 할만큼 국제 학계의 높은 관심을 반영하기도 했다.

이번 워크샵의 또 다른 성과는 '물 주입 사후 지진'(Post-injection seismicity)의 대표적 모델로서 포항지진이 인정되고 그 근거에 대한 학자들의 다양한 연구 성과들이 발표된 것.

23일 이진한 명예교수에 따르면 '물 주입 사후 지진'은 이번 워크샵의 주요 주제는 물론 별도의 세션으로 다뤄질 만큼 비중이 컸다. 또 학자들의 발표를 통해 '물 주입 시 보다 물 주입 수개월 이후에 발생하는 지진의 규모가 큰 것이 통상적'이며 그 원인에 대한 여러 모델들도 제시됐다.

이진한 명예교수는 "독일 포츠담 헬름홀츠연구소의 'DESTRESS'팀이 '지진신호등체계를 잘 준수했다면 포항지진은 피할 수 있었다'는 발표를 한 점도 주목해야 한다"면서 "포항지열발전 참여 책임이 있는 기관도 인정할만큼 이미 국제학계에서 포항지진은 촉발지진임이 정설"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2017년 11월 15일 포항지진이 발생한 뒤 지열발전 사업시행자인 (주)넥스지오와 홍태경 연세대 교수 등 일부 전문가는 물 주입과 지진 발생 시점의 거리를 근거로 자연지진임을 주장해왔다.

스페인 팔마 워크샵에서 발표하는 이진한 전 부총장. <사진=SNS 화면 캡쳐>

이들은 지진 발생 시점이 각각 스위스 바젤은 물 주입 당일 규모 3.4, 프랑스 솔츠는 열흘 뒤 2.6, 엘 살바도르는 2주 뒤 3.6이 발생했다는 점을 제시했다. 이에 반해 '포항은 9월 18일 물 주입 최종 중단 뒤 2개월여 뒤 5.4가 발생한 것은 물리적 모델로도 맞지 않다'며 넥스지오가 지진 발생 하루 뒤 보도자료로써 반박하기도 했다.

세계 학계의 연구 결과에도 불구하고 포항지진의 원인 왜곡 시도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예로 민사소송의 피고에 포함된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지진연구센터장이 이달초 대만과 미국 지진 발생 이후 각종 언론 취재에 대해 '포항과 경주의 사례에서 한반도도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다'는 입장을 밝혀 포항시민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진한 명예교수는 "포항지진의 피고들이 '포항지진은 물주입을 멈춘 후 수개월후에 발생했기 때문에 자연지진'이라고 해온 주장은 매우 소모적인 논쟁에 불과했다"면서 "국제적 연구성과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제는 더 이상 발 붙힐 곳이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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