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필리버스터를 진행중인 장동혁 대표(사진=장동혁 대표 페이스북)
더불어민주당이 22일 국민의힘의 반대에도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 상정하자,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맞섰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야당 첫 주자로 필리버스터를 진행하며 민주주의의 핵심은 다수결이 아니라 대화와 타협이라며 반발했다.
이재명 정부 들어 14번째 필리버스터다. 다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은 24시간 후인 23일 오전 토론을 강제 종결시키고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내란·외환·반란 범죄 등의 형사 절차에 관한 특례법안)을 표결할 예정이다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를 진행하며 반대 의사를 명확히 했다. 장동혁 대표는 22일부터 시작하여 23일까지 부당함을 설명하며 역대 최장 시간을 기록 중이다. 헌정사상 야당 대표의 필리버스터는 처음이다.
이 법안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죄 사건 등을 전담하는 재판부를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등법원에 각각 2개 이상 설치하고, 전담재판부 구성과 관련한 사항을 모두 대법원 예규로 정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골자다.
판사 출신인 장 대표는 성낙인 서울대 명예교수의 ‘헌법학’,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 정치학자인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의 공저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 등의 책을 들고 단상에 올랐다.
장 대표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대해 “계엄을 내란으로 단정하고 그 결론을 꿰맞추기 위해 재판부를 입맛대로 골라 이 사건을 그 특정 재판부에 맡기겠다는 것”이라며 “대놓고 앞문으로 들어가려다가 슬그머니 창문으로 기어들어간다 해도 위헌이 합헌이 되지는 않는다”고 위헌이라고 반대했다.
장 대표는 “다수결은 결코 만능의 방법이 아니다. 민주주의의 핵심 원리는 다수결이 아니라 대화와 타협”이라며 “한동훈 전 대표 등의 동참이 없었으면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도, 이재명 대통령 권력 탄생도 그리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국정운영에 있어 일방적이 아니라 대화와 타협을 촉구했다.
장 대표는 “12·3 비상계엄이 헌법 87조에서 말하는 내란죄로 곧바로 연결될 것인지, 또한 국민의힘이 이에 동조해 비상계엄에 동조한 내란 정당인지 여부를” 가리는 것은 “사법부의 신중한 재판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22일 밤부터 진행된 장 대표의 필리버스터에 대해 국민의힘 의원들은 조를 짜서 이날 새벽까지 교대로 본회의장을 지키며 장 대표에게 힘을 보탰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날 새벽 장 대표가 역대 최장 필리버스터 기록을 돌파하자 소속 의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현재 본회의장에서 장 대표의 무제한 토론이 종전 기록을 경신해 18시간 넘게 진행되고 있다”고 전하며 “의원들은 경내에 도착하는 대로 본회의장으로 입장해 더불어민주당의 입법 폭거에 맞서고 있는 장 대표에게 힘을 보태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민주당 소속 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본회의장 국무위원석에서 밤새 자리를 지키며 장 대표의 필리버스터 시작 후 18시간이 지나 페이스북에 “장 대표가 혼자 계속 토론하고 있다. 저도 국무위원석에 계속 앉아 있다”라며 “누구를 탓하기에 앞서 스스로를 돌아보며 어떤 게 국민을 위한 정치인지, 의회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성찰해봤으면 하는 허망한 기대를 해 본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