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환경운동연합이 죽천항 인접 하천 하구에서 이차전지 산업단지 오염수 방류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 포항환경련)
포항환경운동연합이 포항시가 이차전지 산업단지에서 배출되는 고농도의 염폐수 오염 실태를 축소·묵인하고 있다며 담당 국장 등 책임자 문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포항환경련이 8일 발표한 성명에 따르면 포항시는 시민의 환경권과 알권리를 최우선으로 해야 함에도 영일만산단의 흰 거품 문제를 자연현상으로 치부하고, 정보공개 청구에도 핵심 내용을 누락한 요약본만 제공하는 등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8천만원 투입된 보고서를 3~4쪽 요약'
성명에 따르면 포항환경련은 지난달 28일 영일만 산단 거품 및 침전물 발생 원인조사 용역보고서(2022·2023년)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이후 지난 7일 뒤늦게 받은 공개 결정 통지에는 관련 자료가 없었다.
심지어 담당자가 보낸 안내에는 ‘이 사업을 추진한 녹색환경지원센터 홈페이지서 확인하라’고만 돼 있었다. 결국 전자메일로 받은 것은 불과 3~4쪽짜리 요약서였다.
포항환경련에 따르면 이 보고서는 4천만 원씩, 총 8천만 원이 투입된 수십 쪽 분량의 ‘영일만산단 및 블루밸리산단 염폐수 해양생태 위해성 조사’, ‘영일만 산단 폐수처리수의 연안생태계 위해성 평가’ 등 최종보고서이다.
정침귀 포항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그동안 포항시는 이 보고서를 비공개로 일관해왔는데 이번에도 요약서로 대체하는 꼼수를 부렸다"면서 "이는 시민의 알 권리를 정면으로 무시하고 훼손하는 행위다"고 지적했다.
▲"‘자연현상’으로 왜곡된 해명"
포항시 북구 흥해읍 곡강리 일대에 이차전지 산업단지가 조성된 이후 집중호우 시에는 영일만 산단 폐수 방류 지점인 죽천항 일대 하천과 바다에서는 흰 거품이 대량으로 발생해 왔다.
이에 대해 주변 주민과 환경단체의 우려가 이어지자 포항시는 흰 거품을 '지역의 잠재성 특이산성 토양에서 유래한 강한 산성수가 알칼리성인 생활하수 등과 섞이면서 발생하는 자연현상'이라고 주장해 왔다.
포항시가 북구 죽천항 주변 흰거품 발생 지역에 설치한 안내판. (사진 제공= 포항환경련)
또 방류지점 안내판에는 ‘자연현상’임을 명시하고, 거품 확산을 막기 위해 모터 분사까지 설치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포항환경련은 '이는 명백히 인위적 현상'이라며, '(자연적으로 발생하는)산성토양에서 나오는 물과 함께 이차전지 산업단지에서 배출되는 강알칼리성 폐수가 결합해 발생한 것'이라고 반박해왔다.
▲'포항시 환경국장 등 책임자 문책'
포항환경련은 이 같은 책임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강덕 포항시장이 담당 국장 등 간부들을 문책하고 관련 부서와 업무를 혁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정침귀 국장은 "환경국은 기업의 방패막이가 아니라 시민과 환경을 지키는 최전선에 서야 한다"면서 "포환경운동연합은 앞으로도 포항시 환경국의 행태를 계속 감시하고 시민의 알 권리와 지역 환경을 위해 문제 제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환경단체의 이 같은 반발과 반대운동이 이어지면서 에코프로와 포스코퓨처엠 등이 입주한 국내 최대 규모의 포항 이차전지 산업단지 인근의 환경오염 논란에 대해 포항시가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