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왼쪽)와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 (사진= JTBC캡쳐)

이재명 정권 출범 후 17일 국민의힘 원내대표 송언석 의원을 민주당의 김병기 원내대표와 대통령실의 강훈식 비서실장이 차례대로 내방해 이 정부의 성공과 추경예산 편성에 협조를 요청했다.

강훈식 비서실장은 이날 우상호 정무수석과 같이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찾아 송 원내대표와의 과거 인연을 언급하며 대화를 시작했다.

“당시 예산 협상 때 서로 양보해 '윈윈'할 수 있었고, 서로 좋은 국정 파트너였다고 생각한다”며 과거를 회상했다. 강 실장과 송 원내대표는 20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여야 간사를 맡으며 예산 심사 카운터 파트로 협상에 나선 인연이 있다.

그는 “오늘 사실 빚을 받으러 왔다”며 “당시 많이 도와드렸는데 이제 이재명 정부를 많이 도와달라고 요청드린다”고 예방 인사를 겸했다.

강 실장은 이달을 목표로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추경 편성을 비롯해 민주당이 1순위로 삼고 있는 상법개정안, 법제사법위원장 협상,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 등 시급한 현안을 매듭짓기 위해 야당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송 원내대표도 “이 대통령이 후보이던 시절 강하게 비판한 적이 많았지만 국민 심판이 끝난 지금 국민을 통합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화답했다.

그는 “이 대통령이 강 실장과 우 수석을 고르는 걸 보고 탁월한 정치적 인선이라고 생각했다”고 덕담을 했지만,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해서는 “국민이나 야당에서 생각하는 모습과는 다소 많이 거리가 있는 인사 아닌가 하는 걱정이 된다”고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도 원내대표 선출 이후 처음으로 송언석 원내대표를 찾아 정기적으로 만나 대화하자는 데 합의했다. 김 원내대표는 “원내대표 간 만남을 정례화하자는 데 합의했다”며 “일단 주 1회 정도로 시작하고, 그 외에도 자주 만나 소통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추경 재정과 상법개정안,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배분 등 현안을 두고는 이견을 확인했다.

송 원내대표는 “법사위원장 부분에 대해 좀 더 전향적으로 검토해주길 다시 한번 부탁 드린다”며 “원내 1당이 국회의장을 가지고 원내 2당이 법사위원장을 가짐으로써 입법권 내에서 상호 간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미 대통령을 배출했기에 입법권뿐 아니라 거부권까지도 가지고 있고 정부에서 거부권을 행사할 이유도 없는 상태”라며 “합리적이라고 평가받는 김 원내대표가 협치 정신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심사숙고를 부탁드린다”고 부연했다.

이에 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이 야당을 대표하는 만큼 무게와 책임이 클 것이라 생각한다”며 “저 또한 경청하고 소통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재명 정부의 첫 여야 원내대표의 회동은 입장 차만 확인한 자리였다. 국민의힘은 법사위원장 자리를, 민주당은 인사청문회와 추경예산을 두고 각자의 셈법만 드러냈다.

정치권에서는 여야의 선장이 된 양 당의 원내대표가 엄중한 경제위기 속에서 자당의 이익을 넘어 국민을 위하는 길이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해야 할 때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