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 (사진=송언석 의원실 제공)
국민의힘은 지금 당의 위기를 알면서도 집단최면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철면피로 무장해 죽음의 길로 들어가고 있다. 2500년 전 공자는 이런 말을 했다. '과이불개 시위과의'(過而不改 是謂過矣,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 것, 이것을 잘못이라 한다. 논어 위령공 편)
국민의힘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산업화 세력인 공화당에서 그 시작을 알린다. 이어 김영삼 전 대통령의 민주화 세력과 합쳐지면서 대한민국의 경제성장과 함께 '쓰레기통에서도 피지 못할 장미꽃'이라는 조롱을 들어가면서도 전대미문의 대한민국 민주화를 이룬 정당이다. 국민의힘은 김영삼 대통령을 배출하며 군사정권을 종식시키고 문민정부를 열었지만 보수세력의 분열로 김대중 대통령에게 정권교체를 안겨주게 된다.
보수정당은 노무현 대통령 등장 이후 '차떼기 정당'의 오명을 쓰면서도 지난 20년간 대한민국의 안보와 경제성장이라는 이슈를 선점하며 부침 속에서도 이명박·박근혜·윤석열 대통령을 배출하였다. 하지만, 세 명의 대통령 중 한 명은 임기는 마쳤지만 감옥을 다녀왔고, 두 명의 대통령은 임기 도중에 국정농단과 비상계엄을 통한 ‘셀프 탄핵’을 자청하는 우를 범하여 '보수정권의 탄생은 곧 탄핵'이라는 등식을 만들어 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얼마나 많은 보수의 인재들이 하늘과 감옥으로 사라졌으며, 국가의 기강은 무너질 대로 무너져 법 위에 떼법이 판치는 세상을 만들었다. 보수정권이 일구어 놓은 경제의 텃밭을 갈아 엎고 포퓰리즘이라는 퍼주기와 소득주도성장이라는 망령으로 우리 후손들이 짊어지기도 힘든 빚더미의 나라로 만들어 놓았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정권을 교체했지만, 대통령이 취임한 지 3년도 못 돼 또 다시 같은 전철을 밟아 탄핵의 길을 걷게 됐다. 이 같은 국민의힘을 보면서 보수를 사랑하고 지지하는 국민들은 윤석열도, 국민의힘 국회의원 어느 누구도 지지해서가 아니라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정권 보다는 잘할 것이라는 희망으로 투표했던 자신의 손을 보며 스스로 책망할 따름이다.
국민의힘 원내대표로 선출된 송언석 의원은 ‘과거에 매몰되지 말고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옳은 말이다. 과거는 지나갔다. 과거가 미래로 나아가는 길에 방해가 되어서는 안 된다. 사과는 잘못을 한 주체가 인정할 때 성립한다. 국민의힘의 탄핵에 대한 진솔한 사죄를 국민들이 받아들일 때 그 미래로 나아가는 발목은 잡히지 않을 것이다. 과거에 대한 명확한 정리가 없다면 미래로 나아가지 못한다. 한일관계의 답보상태가 일본이 명확하게 지난 일에 대한 반성과 사과를 머뭇거리고 있기 때문인 것 처럼.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에서도 탁월한 경제통으로 알려져 있다. 경제적인 관념에서는 과거의 투자 손실에 대한 미련을 가지게 되면 새로운 투자에는 걸림돌이 된다. 하지만 이는 경제 논리다. 정치적 논리는 경제 논리와는 판이하다. 정치는 과거지사로 인한 국민들의 아픔을 보듬기 위해 함께 할 줄 아는 공감 능력이 우선되어야 한다. 송 원내대표가 계속 과거에 대한 반성과 사과를 두려워하며 좌고우면한다면 '야당 탄압'이라며 대여투쟁에 앞장서더라도 아무 국민도 동조하지 않을 것이다. 이미 수구세력으로 전락한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친윤들과 선거부정론자들의 협박에 놀아나는 '얼굴마담'이라는 꼬리표를 끊어내지 못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송 원내대표는 ‘쇄신과 변화’를 약속했다. 쇄신의 뜻은 ‘그릇된 것이나 묵은 것을 버리고 새롭게 한다’고 사전에 돼 있다. 주역은 '대인호변 군자표변 소인혁면'(大人虎變 君子豹變 小人革面), '대인은 호랑이처럼 변하고, 군자는 표범처럼 변하지만, 소인은 단지 얼굴 표정만 바꾼다'라고 쇄신에 임하는 사람들의 자세를 논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지도자의 위치에 있는 자는 자신의 잘못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자기 개선이나 자기혁신을 한다는 말이고, 소인은 근본적으로 아무것도 바뀌지 않으면서 그저 얼굴 표정만 바꾼다는 것이다. 곧 소인은 근본은 변하지 않으면서 겉모습만 변화가 있는 것처럼 꾸며, '소인혁면' 한다는 뜻이다.
송 원내대표는 지금 호랑이 등에 올라탄 '기호지세'에 있다. 국민의힘과 보수를 살리기 위해서는 호랑이 등에서 죽을 각오로 뛰어내려야 한다. 호랑이 등에서 내리는 것이 두려워 계속 눈감고 몸을 맡기겠다는 것은 수구세력의 일환으로 역사에 남겠다는 뜻이다. '죽어도 좋다'는 심정으로 호랑이 등에서 뛰어 내린다면 대한민국을 지키고자하는 건전한 보수들이 그를 오히려 안전하게 지켜 줄 것이다.
송 원내대표는 대한민국의 경제부 차관을 역임했고 3선 의원이다. 어떤 이야기를 들어도 다 감내할 수 있는 이순을 지나, 마음대로 행동하더라도 결코 법도에 어긋나지 않을 칠순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지난 대선 국민의힘 경선에서 비록 김문수 후보가 이겼지만 '아버지가 하더라도 불법계엄에는 반대한다'고 했던 한동훈 후보가 얻었던 당내 득표 43.47%의 의미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송 원내대표에게 기대해 본다. 윤석열 부부와 국민의힘 국회의원들, 그리고 당시 국무위원들이 모두 국회 앞 마당에 나선 것처럼 국민들에게 석고대죄하는 군자표변의 장을 열어주기를. 그런 정치적 파격을 실현한다면 송언석은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넘어 자신의 정치 노정에서 새로운 길에 들어설 것이며, 국민의힘은 보수의 중심점으로 다시 우뚝 설 것이다.
/김건우 정치에디터(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