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힘 김문수 대통령 후보의 선거 현수막. (뉴스포레 사진)

맹자는 일찌기 말했다.

'사람은 반드시 스스로 업신여긴 뒤에 남이 업신여기며, 집안은 반드시 스스로 훼손한 뒤에 남이 훼손하며, 나라는 반드시 스스로 공격한 뒤에 남이 공격하는 것이다.'(夫人必自侮然後人侮之, 家必自毁而後人毁之, 國必自伐而後人伐之)

김문수 후보와 국민의힘 상황에 딱 들어맞는 말이다. 지금 김 후보는 부정선거와 윤석열이 파면당한 탄핵 프레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또 국민의힘은 당권파들의 ‘5·10 대선후보 교체 쿠데타’와 이준석과의 단일화의 조건인 ‘당권거래설’이 나돌 정도로 당내 분열이 절정을 치닫고 있다.

우리는 살면서 어리석음을 반복해서 범하는 경우가 많다. 과거와 단절을 하지 못해 미래로 나아가지 못하는 우(愚)를 범하고 만시지탄(晩時之歎)하기 때문이다. 이럴 때 옛 성인들은 ‘강을 건넜으면 타고 온 배를 버리고 길을 떠나라’고 조언한다. 이 말의 뜻은 '내가 강을 건너올 때는 그 배가 필요했지만, 강을 건너 새로운 길을 갈 때는 배가 나의 걸음을 무디게 할 짐만 될 뿐'이라는 것이다. 곧 과거가 내 미래의 발목을 잡는다면 끊어내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우선 지금 당장 김 후보는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세력과 과감하게 선을 그어야 한다. 그리 하지 않는다면 현 상황에서는 당연해 보이는 이번 선거 패배 이후 대선 불복을 외칠 세력들에게 나라를 거덜내게 할 또 다른 빌미를 제공할 소지가 크다. 만의 하나라도 대통령이 된다면 선거 부정 시비에 대해서는 철저히 밝히면 될 일이다.

그 다음, 김 후보는 윤석열 부부와의 관계를 철저히 정리해야 한다. 김 후보는 젊은 시절 민주화운동을 하면서 서슬 퍼런 공안 당국에 잡혀가 모진 고문을 당하면서도 동지들의 이름을 밝히지 않을 정도로 지조와 의리를 중시한 분이다. 이렇게 동지애가 강한 분이 2018년 서울시장 선거에 낙선한 이후 야인으로 지내던 처지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장관까지 시켜준 것에 대해 지금 의리를 지키는 것이라고도 볼 수는 있다.

하지만 지금은 김 후보가 윤석열 개인에 대한 의리가 아니라 대한민국과 그 국민을 위해 윤석열이라는 배를 버려야 할 때다. 민주화운동을 하면서, 그 지독한 고문을 당하면서도 불지 않았던 동지들의 이름과 윤석열의 그것을 같은 액자에 넣어 쳐다봐서는 안 될 것이다. 그 당시 고문을 당하면서도 불지 않았던 동지들은 대한민국의 민주화를 위해 목숨을 바치고자 했던 사람이었지만, 윤석열은 자신의 아내와 눈 맞추며 법 위에서 권력을 쥐고자 했던 몽상가에 지나지 않은 한낱 필부였을 뿐이다.

김 후보에게는 보이지 않는가. 계엄 당시 군 통수권자의 명령을 수행했던 군인들에게 모든 죄를 뒤집어 씌우고 뒤로 숨는 비겁한 윤석열을 보고도 민주화운동 동지들과 윤석열을 동일시 하고 싶단 말인가? 이 순간은 윤석열 한 사람을 지키기 위한 김문수가 아니라 80만 국민의힘 책임당원에 의해 선출된 대선후보이고, 5천만 대한민국 국민을 지켜야 할 후보 김문수라는 사실을 한시라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김 후보가 헌법재판소에서 만장일치로 탄핵된 후 자숙하고 반성해야 할 윤석열이 공개 행보를 통해 부정선거 관련 영화를 관람하기 위해 나다니는 행위를 옹호한다면 이는 곧, 탄핵에 찬성했던 70% 가까운 국민의 뜻을 부정하는 일이다. 그렇다면 결국 자신에게 부정적인 판결을 했다고 대법원장을 청문회에 불러 내고자하는 상대 후보 이재명과 다를 바 뭐가 있는가?

김 후보가 진정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대통령이 되고자 한다면 '견리사의'(見利思義)를 실천해야 한다. 어렵고 힘든 시절 함께 해줬다고 생각할 자유통일당의 전광훈 목사를 비롯한 ‘부정선거음모론자’들과 과감히 결별해야 한다. 대한민국을 '이재명 총통'의 나라로 만들 길을 터주는 것이나 다름 없는 윤석열의 '계몽령' 같은 얼치기 계엄령과 명확하게 절연하는 길만이 역사 앞에 서서 전광훈과 윤석열을 계몽하는 길임을 자각해야 한다.

김 후보는 지금 당장 아크로비스타로 가서 윤석열을 국민의힘 당사로 데려와야 한다. 그래서 그가 국민 앞에서 불법 계엄에 대해 사죄하고 '계엄 당시의 모든 책임은 윤석열 본인에게 있고 감옥에 있는 군인들은 군 통수권자의 명령을 따랐을 뿐이니, 모든 책임은 나, 윤석열에게 있다. 내 명령을 따랐던 군인들을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 달라'고 기자회견하도록 해야 할 의무는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에게 있다. 그게 바로 이번 조기 선거 유발의 책임을 지는 자세이며, 국민의힘 후보로서 정당성을 확보하는 길이다.

김 후보가 가장 먼저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에 대해 사과하게 하고, 부정선거 음모론과 선을 긋고, 친윤들이 2선으로 물러나게 한다면 지지율은 수직상승할 것이다. 그리하면 이준석 후보에게 저자세로 단일화를 요구하지 않아도 이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자진해서 김 후보에게 박수를 보낼 것이고 영리한 이준석 후보는 스스로 선택을 할 것이다.

김문수 후보는 ‘수신 제가 치국 평천하’의 가르침을 상기해야한다. 과거에 대한 연민과 작은 의리로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국민을 위해야 하는 대의(大義)를 저버려서는 안될 것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 저항했던 김문수가 그의 무덤에 꽃을 바치는 김문수가 되었듯이, 읍참마속(泣斬馬謖)의 심정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이 만들어 놓은 구덩이 속에서 탈출해야 한다. 그래서 대한민국과 그 국민을 위해 미래로 항해해야 할 김문수가 자신의 발목을 잡는 윤석열이라는 배를 태워버린다면 11일이나 남은 선거 기간은 대선을 승리하고도 남을 수밖에 없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김건우(정치에디터·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