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우 경상북도지사
헌재의 4·4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대선 시계가 바빠진 가운데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대권 관문의 첫 시험대가 될 산불 피해 복구 총사령탑으로서의 책임론을 어떻게 풀어낼 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지사는 오는 9일 오후 2시 국회 정론관에서 대선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이철우 지사가 본격 대선 행보에 나서면서 일부 언론이 마치 기다렸다는 듯 불과 10일전 이재민 3,300여명의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한 산불 피해 복구 지휘를 맡고 있는 도백의 책임을 따지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7일 대구에 본사를 둔 한 일간지는 "'참혹한 현실'이 이 도지사의 발목을 잡고 있다. (중략)막 피해 집계를 끝내고 본격적으로 복구 작업이 진행되는 시점에 '컨트롤 타워'의 수장이 자리를 비우게 되면 대권 도전의 명분이 희석될 수 밖에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여론은 12·3 계엄선포 이후 헌재의 탄핵 인용 여부를 점쳐가며 조심스럽게 대선 출마 의사를 내비쳐온 이 지사에게 산불 피해가 최대의 돌발 변수가 돼 온 상황에서 당연한 결과로 풀이된다.
앞서 이철우 지사의 대선 출마설은 동대구역 광장에서 탄핵 반대집회가 열린 지난 2월을 전후해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시작했다.
당시 이 지사는 행사에 불참한 홍준표 대구시장과 달리 직접 참석해 애국가를 부르는 것으로 연설을 대신해 화제가 됐다. 이 지사는 이후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각하 보고 싶습니다'(3월 18일)라는 글을 올려 '찬탄, 반탄' 진영 모두로 부터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 같은 이철우 지사의 정치 행보는 그의 대선 완주 여부와 상관 없이 고도의 정치적 셈법의 결과물로 분석된다.
지난 2022년 윤석열 정부 출범 이래 '이철우 총리 기용설'은 이미 여러 차례 '자천 타천'식으로 용산과 안동·예천을 중심으로 흘러나왔다. 이 와중에서 불발설도 제법 근거를 갖춘 채 나돌기도 했다.
하지만 12·3 계엄 선포는 상황을 급변시켰다. 탄핵이 인용될 경우를 가정하면 이철우 지사에게는 새로운 정치 공간이 마련되는 것이다. 동대구역 집회를 정점으로 보수 진영의 한 축으로 위상을 재정립한 이 지사에게 명태균 게이트는 홍준표 시장까지 넘볼 수 있는 기제로 작동했다.
대선 출마 당내 경선은 광역·기초단체장의 직을 사퇴할 필요가 없다. 이를 전제로 국민의 힘 대선 후보 경선의 대구경북에서 1~2위를 달성할 경우를 가정해보자. 최종 후보로 낙점되지 않더라도 당내 입지를 굳히고 미래의 정치 행보를 도모한다는 시나리오는 당연한 선택지에 가깝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악의 경북 산불은 언론에 비친 이철우 지사의 리더십을 돋보이게 한 한편에서 피해 복구의 컨트롤타워로서 도정의 공백을 자초한다는 비판까지 부르는 양날의 검이 됐다.
7일 본지 취재에 대해 이철우 지사의 한 측근은 대선 출마를 앞두고 우려와 기대가 섞인 여론을 예상해 상당한 비중을 두고 대비해왔다는 듯한 구체적인 답변을 내놨다.
이 인사는 "이 지사의 위기 대응력은 최악의 산불에서 더 명확히 입증됐다. 일례로 지난 2022년 5월 경남 밀양의 산불은 화선이 12km로 10여일만에 진화된 반면 이번 산불은 250km나 됐지만 8일만에 껐다"면서 "도지사의 대처 능력은 2023년 예천군 등 북부지역 폭우 피해 이래 경북도의 유기적 시스템으로 이미 정비된 만큼 후속 조치는 부지사를 중심으로 충분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사)포항지역사회연구소 측은 "이철우 도지사는 경북 전체에 큰 환란이 닥친 상황에서 도정 공백을 우려하는 도민들을 충분히 이해시키고 대책본부의 확대 개편 등 대안을 충분히 제시해야 한다"면서 "이를 소홀이 한 채 자신의 정치적 이해만 충족시키고 도정에 복귀할 경우 도민의 책임 추궁이라는, 정치적 생명을 좌우할 부메랑이 돼 돌아올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