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경찰청 전경
속보='경북도의회 전 부의장의 사회단체에 대한 억대 보조금사업 비리 논란'<본지 '24년 7월 3일자 단독보도>에 수사 착수한 경찰이 3개월째 뚜렷한 성과가 확인되지 않아 배경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지방의원 무리한 사업 추진 경찰 수사 '자초'
지난해 11월 20일 경북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가 하루 전 박용선 경상북도의회 의원에 대해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를 포착하고 포항의 자택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한 사실이 일제히 보도됐다.
경찰은 박 의원이 지난 2023년 자신이 회장을 맡고 있던 포항의 한 사회단체 명의로 '해양쓰레기 호미반도 둘레길 및 영일만항 환경개선사업’에 시·도비를 지원받아 집행하는 과정에 불법 혐의를 둔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 착수에 박 의원은 경찰은 물론 언론 보도에 까지 배후·음모설을 암시하며 경북도의회 등 자신의 영향권에 속한 주변 인사들을 압박하는 등 노골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박용선 도의원이 경북도비와 포항시비 등 보조금 1억8천만원과 소속(회장) 단체의 자부담 2천만원 등 모두 2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당시 사업 비리 의혹은 이미 20여 개월 동안 공·사 영역에서 알려질 만큼 알려져있었다.
특히 포항시의회 전주형 의원은 2023년 2월 사회단체의 신청서 제출로 시작된 사업의 종료 이후 12월 시의회 본회의 시정 질의에서 허위 증빙 제출 등 부실 및 비리 의혹을 제기해 파문이 일었다.
당시 전 의원의 폭로를 통해 고액의 해상 바지선 크레인 임차비 등 사업 증빙에 첨부된 자료는 소량의 해양 쓰레기 수거 사진 등 허위·부실한 근거가 대부분이었음이 알려졌다.
이후 동료 의원들까지 의혹 규명 촉구에 가세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미디어의 비난 보도 등 제지에 가로막혀 석연찮게 일단락됐다.
해가 바뀐 지난해 중순 그간의 추이를 다시 종합한 본지 등 일부 언론의 보도와 경북도경의 전격 수사 착수는 역대 사회단체 보조금으로서는 최대 규모인 사업비 지원·집행의 복마전 의혹을 풀 열쇠가 될지에 기대가 모였다.
특히 같은 기간 경북도경은 지자체 보조금 사업에 대한 부정·편취 비리 수사를 벌이고 있었던 터라 선출직 공직자의 직무를 악용한 피감기관 예산 유용 수사는 시의적절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지난 1988년 창립된 (사)포항지역사회연구소 관계자는 5일 "차기 포항시장 선거 출마가 유력시 돼온 전 경북도의회 부의장이 지역 대표적 사회단체의 내부 반발에도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한 결과가 이번 일을 불러왔다"면서 "경찰 수사는 지방의회 및 언론과의 자정 기능이 선순환된 드문 사례"라고 평가했다.
▲경찰 수사 의지 불구 성과는 '?'
지난해 11월 압수수색에 나선 경북도경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해당 사회단체로부터 관련 자료를 임의제출 형식으로 받아 분석을 이어왔다.
경찰 수사가 본격화되는 과정에서 해당 단체의 인사들이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있는 휴대전화 교체 등을 둘러싸고 내부 갈등을 빚은 정황도 속속 새어나왔다.
5일 현재 경찰과 지자체, 단체 안팎 관계자에 대한 취재를 종합한 결과, 그간의 수사촛점은 우선 박 의원에 대한 정치자금법 위반 '가벌성'(처벌 가능성)이 성립되는가의 여부이다.
박용선 도의원은 지난해 1월께 열린 총회에서 전임 회장 등이 나서서 사업의 문제점을 질타하는 과정에서 '사비로 (단체)자부담을 충당했다'고 간접 해명한 사실이 드러났다.
경찰은 비영리단체이지만 정치인인 대표가 피감기관으로 부터 사업비를 지원받고, 자신 주변의 계좌를 이용해 단체에 현금을 기부한 혐의를 정치자금법에 의해 처벌할 수 있는지에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언론 보도로 알려진 주요 혐의에도 불구하고 경찰이 2억원에 이르는 사업비의 허위 집행 의혹을 규명할 증빙 서류와 관련자 조사에 어떤 성과를 내고 있는지도 미지수다.
최근 전주형 포항시의원은 "아직까지 한번도 경찰의 참고인 진술 요청 등을 받은 적이 없다"면서 "검수 책임이 있는 포항시 공무원을 비롯해 (수중 정화활동 작업 잠수사의)산소통 대여 경비 등 터무니 없는 증빙자료가 교부금 편취의 결정적 증거인만큼 수사 편의를 넘어 철저히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4일 경상북도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 관계자는 "경찰의 수사에 대한 항간의 우려와 추측은 모두 억측에 불과하다"면서 "다소 시일이 걸리더라도 철저히 수사해 그동안 제기된 의혹을 규명하겠다"고 답변했다.
이날 박용선 경상북도의회 의원은 "1월 총회에서 연간 사업 결정과 사업비 배분이 끝나 신청서를 제출한 2월에는 자부담할 2천만원이 없었다"면서 "(자신의)일일 송금 한도가 1천만원에 불과해 회사 직원이 대신 사비로 2천만원을 송금했다"고 그간의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박의원은 또 포스코로부터 지원받은 사업비의 사적 유용 논란에 대해서는 "포스코에 호미반도 둘레길 사업 계획을 설명하고 2천만원을 지원받았다"면서 "그 돈으로 직원에게 빌린 채무를 갚았으므로 유용은 전혀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에 따라 박의원 기업의 주거래처인 포스코가 대표까지 맡고 있는 사회단체에 거액의 사업비를 지원하고, 이 자금이 다시 회사의 직원에게 전달되기까지의 각종 의혹도 규명이 요구된다.
한편 경북도의회 제12대 전반기 부의장인 박용선 도의원이 2023년 회장을 맡고 있던 사회단체는 해당 사업이 문제가 되자 그해 사업비 일부인 3천만원을 반납했다. 이어 포항시는 시ㆍ도비 1억2천만원을 투입하려던 2024년도 계속사업의 심사를 취소해 전면 백지화했다.
지난해 본지 취재 과정에서 2023년 2월 1일 포항시에 접수된 사업 신청서류에 기재된 대표자는 당시 회장인 박 의원이 아닌 상임부회장 오모씨이었다. 또 사업이 종료된 같은 해 9월께 포항시에 제출된 증빙 자료 가운데 세금계산서와 포항세무서 고유번호증에도 단체 대표는 부회장 오씨 명의였다.
오 전 회장은 2023년 11월 회장에 선임돼 12월 1일 공식 취임했다. 이 같은 공문서 편법 등록은 박용선 경북도의회 전 부의장의 피감기관 예산 지원에 대해 제기될 이해충돌방지법 회피 목적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