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전당대회, 국민은 안중에 없고 '읽씹' 빌미 이전투구

윤석열 대통령 대 한동훈, 권력싸움 제2라운드

뉴스포레 김건우 기자 승인 2024.07.08 17:54 의견 0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사진제공=대통령실)

국민의 힘 7ㆍ23 전당대회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한동훈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 후보의 김건희 여사 문자 '읽씹' 논란이 이전투구의 양상으로 흐르자 당 안팎에서 전당대회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보고 진화에 나서고 있다.

특히, 원희룡 후보와 한동훈 후보의 설전과 원외당협위원장들의 한동훈 후보 사퇴 기자회견을 위한 ‘제2연판장’ 사태와 관련해서 이러다간 전당대회가 윤석열 대통령 대 한동훈 후보 간의 권력씨움 제2라운드로 전락하는게 아니냐는 의견도 분분하다.

이에 황우여 비대위원장은 8일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일부에서 우려하는 용산과 전당대회, 당과의 부적절한 연계가 있을 것 아니냐 하는 우려는 결코 그런 일이 있을 수도 없고, 전혀 그런 점에 대해 염려는 없다"고 밝혔다.

그는 "전당대회가 과도한 비난전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는 일부 지적에 귀 기울여야 한다"며 "후보 진영에 속한 일부 구성원이나 지지자들의 당헌·당규에 어긋나는 언행은 선관위와 윤리위를 통해 즉시 엄중한 조치가 내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대통령실은 전당대회 과정에 일체 개입하거나 관여하지 않고, 앞으로도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 4일 해당 메시지를 공개한 CBS에 따르면 김 여사는 지난 1월 19일 당시 비대위원장이던 한 후보에 “최근 저의 문제로 물의를 일으켜 부담을 드려 송구하다. 몇 번이나 국민께 사과를 하려고 했지만 대통령 후보 시절 사과를 했다가 오히려 지지율이 떨어진 기억이 있어 망설였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에서 필요하다면 대국민 사과를 포함해 어떤 처분도 받아들이겠다. 사과하라면 하고 더 한 것도 요청하시면 따르겠다”는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냈다.

김 여사는 이런 취지의 메시지를 한 후보에게 1월 15일부터 1월 25일까지 다섯 차례 보냈으나 모두 답변이 없었다고 한다. 이를 두고 친윤계는 “김 여사가 사과하겠다는 의사를 충분히 전달했다”는 반면, 한 후보 측은 “사과 취지가 아니었다”며 의견이 엇갈린다.

대화 당사자인 한 후보는 6일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지금 이 시점에 이런 얘기를 만들어내는 것은 비정상적인 전당대회, 당무 개입으로 많은 분이 생각할 수 있는 위험한 일”이라고 말했다.

한 후보와 가까운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모든 일이 폐족이 될 위험에 처한 세력이 김 여사를 꼬드겨 벌인 일이라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지난번엔 대통령실, 이번엔 아예 여사가 전당대회에 개입하고 있는 것”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문자의 내용에 관해선 한 후보 측의 해명이 맞다. 이건 제가 직접 확인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자, 원희룡 후보는 7일 페이스북에 “진 교수는 문제의 문자 원문을 보셨나. 보셨다면, 누구의 폰에 있는 것을 보신 건가”라고 되물었다.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인 나경원 후보는 8일 한동훈 후보의 김건희 여사 문자 논란과 관련해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문자 내용 여부를 따지기 전에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그냥 날려버렸다"며 "정치라는 게 뭔가. 비공개 예술이다. 물밑 협상, 물밑 합의 이런 게 중요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공식 라인이 아니라서 안 했다. 그러면 두 가지 중에 하나"라며 "정치적으로 역시 아직 미숙하구나 하는 생각이고, 하나는 의도적으로 뭔가 차별화를 하려고 그랬다면 굉장히 더 나쁜 것"이라고 지적했다.

진행자가 '무슨 차별화인가'라고 묻자 "일종의 대통령과는 거리 두기를 의도적으로 한 것"이라며 "(한 언론에서) 공개된 내용에 보면 대통령께서 전화를 기다리고 계신다. 이런 문자 내용도 있었다는 것 아닌가. 조금 납득하기 어려운 모습"이라고 답했다.

한 후보 측에서 김 여사의 문자가 사과를 하겠다는 취지가 아니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 "문자의 내용하고도 상관없다"며 "어제 공개된 문자를 보면 사과를 하겠다는 내용으로 보인다"며 의구심을 나타냈다.

또 다른 국민의힘 당 대표로 출마한 윤상현 후보도 이날 라디오 '뉴스파이팅 배승희입니다'에 출연해 "선거는 대통령실이 치르는 게 아니라 당이 치르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당 비대위원장이 모든 권한을 갖고 있다"며 "이 문제를 어떻게 푸느냐에 따라서 훨씬 더 유리한 선거 환경이 조성된다면 당장이라도 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진행자의 "사과를 했다면 이번 총선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엔 "(결과가)바뀌었겠지만 지금 와서 이걸 따지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면서도 "총선 백서에 이런 내용도 들어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한동훈 대 원희룡 구도가 결국 미래 권력과 현재 권력의 싸움이 되고, 한동훈과 윤석열의 대리전 구도가 됐다"며 "누가 되든지 당의 분열과 후유증이 심각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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