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는 '티슈노동자' 아니다"...간호법 통과 촉구

간호협회, 20일 국회 긴급기자회견 및 퍼포먼스
"21대 국회 남은 10일 내 여·야 약속 이행해야"

뉴스포레 김지원 기자 승인 2024.05.20 16:46 의견 0
대한간호협회 탁영란 회장과 임원들이 20일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간호법 개정안 퍼포먼스에 이어 국회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대한간호협회 제공)

“국민 건강 지키는 간호사, 필요할 때 쓰고 버리는 티슈(휴지) 취급 말라.”

의대 증원 확대를 놓고 의사 파업 장기화로 간호사들의 격무가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간호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대한간호협회는 20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21대 국회에서 간호법의 즉각적인 통과를 여야에 촉구했다.

회견에 앞서 탁영란 회장과 임원들은 흰색 마스크를 쓴 채 '간호사'가 적혀진 곽티슈에서 휴지를 뽑아 던지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탁영란 회장은 “우리 간호사들은 스스로를 '티슈 노동자'로 부른다”면서 “이는 필요할 때 한번 쓰고 버려지는 간호사들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헌신하지만 필요할 때 쓰고 버려지는 휴지와 같다는 자조적 의미”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탁 회장은 또 “매년 새로 채용된 2만 4천여 명의 간호사 가운데 1년 이내에 1만 4천 명이 간호사를 포기하고 5년 이내에 80%가 간호 현장을 떠나간다"면서 "우리 대한민국에 어떤 직종이 이런 이탈률을 가지고 있는가. 대학에서 간호학을 전공하고 면허까지 취득한 직종의 이런 현실이 과연 사실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탁영란 회장은 "간호사들의 과중한 업무와 불확실한 미래, 불법에 내몰리는 열악한 환경 때문에 이 같은 일이 반복된다"며, "법적 보호조차 받지 못하기에, 간호 관련 법안이 없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탁 회장은 이어 "대한민국은 국민을 살리고 돌보는 일을 하는 간호사가 필요하지 않은가"라며, "숙련된 간호사가 없어도, 마치 휴지를 뽑듯이 간호사를 사용하고 부족하면 새로 뽑으면 되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앞으로 환자는 더 많아지고 노인들의 질환은 깊어진다. 우리 모두는 늙어간다"며 “우리 대한민국은 숙련된 간호사가 더욱 더 필요하다”고 탁 회장은 덧붙였다.

탁영란 회장은 특히 정치권을 향해 "여야 정치인 모두는 의사가 현장을 떠난 의료상황 앞에서 앞다투어 한 목소리로 간호법안 제정을 약속했다"며 "(정치인들은)지킬 수 있으면 지키고, 여의치 않으면 안 지켜도 되는 것을 약속이라고 부르는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탁 회장은 이어 "21대 국회를 10여 일 남긴 오늘까지 약속한 시간이 이제 10일밖에 남지 않았다"며, "오늘도 간호사들은 위기의 의료현장을 지키고 있다. 이제 정치권이 답할 차례이며 반드시 21대 국회에서 통과되어야 한다. 우리는 더 이상 티슈노동자일 수 없다"고 말했다.

다음은 긴급 기자회견문의 전문이다.

“우리 간호사들은 티슈노동자입니다.”

우리 간호사들은 스스로를 티슈 노동자로 부릅니다. 필요할 때 한번 쓰고 버려지는 간호사들.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헌신하지만, 필요할 때 쓰고 버려지는 휴지와 같다는 의미입니다.

매년 2만 4천여 명의 간호사를 새로 뽑지만, 1년 이내에 1만 4천 명이 간호사를 포기합니다. 57%입니다. 5년 이내에 80%가 간호 현장을 떠나갑니다. 우리 대한민국에 어떤 직종이 이런 이탈률을 가지고 있습니까? 대학에서 간호학을 전공하고 면허까지 취득한 직종의 이런 현실이 과연 사실인지 묻고 싶습니다.

그 이유는 간호사들의 과중한 업무와 불확실한 미래, 불법에 내몰리는 열악한 환경 때문입니다. 법적 보호조차 받지 못하기에, 간호관련 법안이 없어서 생기는 일입니다.

대한민국은 국민을 살리고 돌보는 일을 하는 간호사가 필요하지 않은 겁니까? 숙련된 간호사가 없어도, 마치 휴지를 뽑듯이 간호사를 사용하고 부족하면 새로 뽑으면 되는 겁니까?

오늘의 대한민국은 간호사를 필요로 합니다. 미래의 대한민국은 더더욱 간호사를 필요로 합니다. 환자는 더 많이지고 노인들의 질환은 깊어집니다. 우리 모두는 늙어갑니다. 우리 대한민국은 숙련된 간호사가 필요합니다.

정치권에 묻습니다.

우리는 모두 약속은 지켜져야 하는 것이고, 어쩔 수 없는 경우라 하더라도 그것을 지키기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라고 배웠습니다.

여야 정치인 모두는 의사가 현장을 떠난 의료상황 앞에서 앞다투어 간호법안 제정을 약속했습니다. 국민들 앞에서 약속했습니다. 의료개혁을 위해 간호법안 제정은 꼭 필요하고, 여야가 한목소리로 간호법안은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당신들은 지킬 수 있으면 지키고, 여의치 않으면 안지켜도 되는 것을 약속이라고 부르는 것입니까?

오늘, 21대 국회를 10여 일 남긴 오늘까지도 여야 정치인들은 움직이지 않고 있습니다. 서로 싸우느라고 회의 소집조차 안하고 있습니다. 환자를 떠난 의사들과, 자신의 정치 싸움을 위해 약속을 저버리는 정치인이 무엇이 다른지 답해야 합니다.

다른 정치 현안 때문에, 기분이 나쁘기 때문에 회의를 열지 않는 것입니까? 상대방이 요구 안하니 자존심이 상해 그대로 두는 것입니까?

정치인들은 정치쇼를 멈추십시오. 그리고 국민들 앞에 당신들이 약속한 간호법안 제정 약속을 지키십시오. 약속한 시간이 이제 10일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오늘도 간호사들은 위기의 의료현장을 지키고 있습니다. 이제 정치권이 답할 차례입니다.

정치권은 간호법안 제정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 나중에 만들겠다는 무책임한 말은 더 이상 하지 말아야 합니다. 반드시 21대 국회에서 통과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더 이상 티슈노동자일 수 없습니다.

2024. 5. 20

대한간호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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