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가 포항때문에 불안?"...지진 원인 왜곡 '여전'

지질자원연, 대만지진 언론 인터뷰에 '자연지진' 왜곡
'18년에도 유사 발표·반발에 원장이 '재발방지' 약속
전문가, "원인 왜곡으로 불안감 가중, 대책 수립 혼선"

뉴스포레 임재현 기자 승인 2024.04.15 14:23 | 최종 수정 2024.04.18 09:34 의견 0
2017년 11월 15일 규모 5.4 지진을 유발해 전세계에서 지열발전소에 의한 사상 최대 규모 피해를 일으킨 포항지열발전소가 철거되기 이전의 모습. <사진=뉴스포레>


최근 대만 화롄과 미국 뉴욕에서 대규모 자연지진이 잇달아 발생해 불안감이 커가고 있는 가운데 지열발전소에 의한 유발지진으로 판명된 포항지진의 원인 왜곡 실태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3일과 5일 대만과 미국에서 발생한 지진 사태 이후 국내 언론은 지진 전문가들의 견해를 반영해 '한반도가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다'는 기존 보도 경향을 반복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보도가 정부와 국민에게 대책 마련과 안전의식 제고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데서 나아가 지진의 실체를 왜곡하는데 있다. 자연지진과는 원인이 엄연히 다른 국내의 유발지진 사례까지 포함시켜 포항과 경주를 비롯한 피해지역은 물론 전국민의 불안감을 부추기는 것.

지난 2017년 11월 15일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지진은 정부가 구성한 국내·외 전문가 조사단이 1년 동안 공동연구를 한 결과 2019년 3월 '포항지열발전소에 의한 유발지진'으로 원인이 규명됐다.

이후 정부는 '국가 신재생에너지융합원천기술 개발사업'으로 추진한 지열발전소 가동을 중단시킨데 이어 영구 폐쇄와 철거를 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지난 3월말까지 전체 포항시민의 96%인 49만9881명이 참여한 위자료 집단소송이 정부와 컨소시엄인 포스코를 상대로 제기되는 등 유발지진 사태의 여파가 계속 되고 있다.

이처럼 지진의 원인이 명확히 규명됐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국내의 지진 보도에서는 전문기관까지 나서서 마치 자연지진인 것처럼 실체를 왜곡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장은 최근 한 일간지 기사에서 '경주 지진, 포항 지진 등을 보면 한반도 역시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다. 한반도는 유라시아판 내부에 있지만 판 경계가 자꾸 충돌하다 보면 내부 단층에까지 영향을 주며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포항11·15촉발지진범시민대책위원회 임종백 집행위원은 15일 "정부 출연 연구소 전문가의 이 같은 입장은 단순착오가 아니라 소속 기관과 관련 학계의 이권카르텔에 의한 것으로 의심된다"면서 "아직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피해자와 지진 도시의 오명에서 벗어나려는 포항시민을 무시한 처사"라고 반발했다.

11·15지진 지열발전 공동연구단과 포항의 시민사회단체들이 지난 2018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질자원연의 보고서 발간을 규탄하고 있다. <뉴스포레 사진>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사업주체인 (주)넥스지오('23년 1월 파산)를 중심으로 서울대, 포스코 등의 포항지열발전소 컨소시엄에 참여해 책임 주체로 지목됐다. 하지만 지진 발생 7개월여만인 2018년 6월 '일반인을 위한 한반도 동남권 지진' 보고서를 작성, 전국에 배포해 시민대표단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여는 등 큰 반발을 샀다.

주요 내용이 '포항에서 5.0 이상의 지진이 났으니 (한반도에서)6.0 이상도 충분히 예상된다'는 주장에다 당시 벌써 논란이 한창이던 지열발전소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파장이 커지자 지질자원연은 기원서 원장 직무대행이 "앞으로 관련 발표 시 신중을 기하고, 시민 설명회 등 불안감을 해소할 기회를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이번에 또 다시 논란의 계기가 된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조모 센터장과 홍보실 측은 각각 뉴스포레와 최근 통화에서 "포항지진의 원인은 아직도 논란이 계속 되는 중" "연구원 측의 공식 입장은 아니며, 이번 일을 계기로 더 신중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포항지진의 원인 규명에 결정적 역할을 한 이진한 고려대 지구환경과학과 명예교수는 "각종 재난은 피해자가 있는 만큼 그 원인이 자연이든 인재든, 연구조사나 보도에서 극도의 신중함이 요구된다"면서 "특히 포항지진처럼 정부의 철저한 재발방지 대책이 요구될 경우 부주의한 원인 표명이 정책에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또 "지질자원연은 포항지진 관련 소송의 피고인만큼 앞으로도 이번과 비슷한 입장 표명이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질자원연은 정부가 추진 중인 지진안전센터의 위탁운영기관에 선정된 것으로 알려져 이번 일을 계기로 포항시민의 반발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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