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레 임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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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29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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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대만의 국부, 쑨원을 중심으로 한 신해혁명은 민군이 무장 봉기로 청나라를 타도, 장장 2000년간 왕조가 이어진 중국대륙에 민주공화정을 탄생시킨 근대적 혁명운동이다. 1911년 10월 10일, 이제는 쌍십절(雙十節)의 국가 축제이자 대만의 건국기념일로 지정된 그날 밤, 혁명군이 거사 기치를 올린 우창봉기의 무대 우창은 이후 한커우, 한양과 합쳐져 현재의 우한이 됐다. 마오쩌둥의 중국공산당이 신중국의 기반을 놓은 기념지로 삼아 시민의 자부심이 높고 119년 전 혁명 열병의 도가니였던 이 도시가 이제는 봉쇄된 채 역병의 열병에 신음하면서 또 다시 세계의 눈귀가 집중돼 있다.
공교롭게도 얼마전 이란의 우크라이나 여객기 격추 사건에 이어 중국에까지 악재가 발발하면서 트럼프의 미국 입장에서는 갈등을 겪어온 이들 나라의 상황이 마치 데자뷰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는 묘한 감정이 들었다. 그리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위험성과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한 걱정에 더해지는 또다른 아쉬움이 있다.
이국종 아주대의대 교수와 윤석열 검찰총장, 두 사람을 둘러싸고 서로 다른 영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갈등과 논란이 중국발 괴변으로 인해 여론과 이슈의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버릴 수도 있다는 우려가 좀처럼 떨쳐지지가 않는다. 이는 최근 국내에서 벌어진 관련 논란들을 마치 팔짱을 끼고 경기를 관전하듯이 지켜보겠다는 뜻은 아니다. 또한 이들을 가운데에 두고 어느 한편에 서서 기회를 노리다가 결국에는 승패를 내고야 말겠다는 정치적 진영 논리의 동기는 더더욱 아니다. 적당히 세간의 입에 오르내리다가 결코 어물쩍 넘어가서는 안 될 일이기 때문이다.
이국종 교수가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 운영을 놓고 유희석 아주대 의료원장과 벌여온 갈등은 마치 중계되듯이 그 실상이 낱낱이 국민에게 전달돼야 한다. 청와대와 여당,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윤석열 총장과 벌이는 격돌도 마찬가지다. 여론이 침묵하며 눈과 입을 닫고 이슈가 더 큰 이슈에 밀릴 때 권력과 밀실은 '이때다' 하고 마음껏 칼을 휘두른다. 제왕적 대통령제 아래의 대한민국에서는 검사의 힘이 아무리 세다한들 검찰총장도 결국은 '을'에 불과하다.
병원 현장에서 '히포크라테스 선서'가 돈에 조롱당하고 의료보험수가체제가 응급의학을 내던지는 한국의 의료현실에서는 소신과 실력 있는 중증외과 전문의사도 '졸'일 뿐이다. 두 사람 모두 최고 정점에 오른 검사와 의사로서 한때, 혹은 아직 국민적 영웅이거나, 이었지만, 지금 이들에게는 여론의 힘이 필요하다. 이는 두 유명인사를 위해서가 아니라 이들을 중심으로 민낯이 드러나고 있는 한국의 권력과 의료 현실을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지금 벌이고 있는 갈등은 가감 없이 국민에게 전달되고 여론을 통해 집약돼 대의민주주의 체제를 거쳐 사회 발전의 동력이 돼야 마땅하다.
이런 이유 때문에 29일 제출한 것으로 알려진 이교수의 센터장 사직 소식은 더 큰 충격으로 다가온다. 사표가 수리된다면 그가 지은 책의 이름처럼 중증외상의료 체계를 바꿀 수 있는 '골든아워'는 돌아올 수 없는 지경이 된다. 이미 윤한덕 센터장의 과로사 이후 외롭게 기둥을 받치고 있던 이 교수마저 떠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오고야 만다.
시정잡배에게나 어울릴 법한 욕설을 소신 있는 의사에게 퍼부은 의료원장의 녹음 파일이 공개된 이후 국민적 반발 여론이 빗발쳤다. 하지만 보건복지부가 보여준 입장은 중증외상 응급체계만큼이나 허술했다. 박능후 장관은 판사가 피고와 원고의 소송을 판결이 아닌 조정으로 미봉하려는 듯 화해와 양보를 훈수 두는 것으로 그쳤다. 이국종을 버티게 한 힘은 소신과 국민의 지지 여론에 있었을텐데 '우한폐렴'이라는 방역의료의 돌발사태는 응급의료에 대한 관심과 논란을 쓰나미처럼 밀어내버렸다.
윤석열 총장도 마찬가지다. 그가 과연 권력 핵심부 수사를 통해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신설을 저지하려한 이른바 한낱 '검새'일 따름이었는지, 아니면 소신 있는 헌법주의자 검사였는지는 결국 드러나게 돼 있다. 국민적 관심이 몰린 수사에 투입된 검사를 갈아치우는 지금의 현실은 정부에서 작성된 '블랙리스트'가 마치 검찰 인사 명단에 복사된 것이나 다름 없으며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고 있다는우려를 주고 있다. 윤석열에 대한 인사가 잘못 됐다면 최종의 책임자는 국새를 찍은 문재인 대통령이다.
혁명의 도시 우한을 덮친 역병은 늦어도 봄이 오면 새싹이 돋아나듯 치유될 것이다. 진보와 보수로 국론이 분열된 우리 사회도 온갖 몸살을 앓고 있지만 격한 성장통 뒤에는 언 살이 터져 새 살이 돋아날 것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아무리 공포스럽더라도 우리가 당장 따지고 넘어가야할 현안들에 대한 관심과 참여의 끈은 놓아서는 안 된다. 우리가 보고 있는 현실은 모두 역사이다.
*이 칼럼은 2020년 1월 게재된 <폴리뉴스>와의 협의 아래 전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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