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새 포항·용산 갈라친 포스코'...기술원 성남 낙찰

15일 오전 성남시 '위례지구 부지 입찰 포스코홀딩스 선정'
오후 포항서 대통령실·지방시대위·정부 참석 간담회 개최
"포스코벤처플랫폼 사례로 지방 경제혁신·균형발전"명목
포항범대위 규탄입장 발표, 김정재의원 '뒤늦은 반대' 여론

뉴스포레 임재현 기자 승인 2023.11.16 13:58 | 최종 수정 2023.11.17 10:21 의견 0
지난해 2월 포항시, 포항시의회, 포스코, 포스코지주사포항이전범시민대책위 대표들이 서명한 합의서.(사진=포항시 제공)

경기도 성남시가 15일 위례지구 부지 입찰 기업 공모 결과, 포스코홀딩스를 선정함으로써 지난해 2월 포항과 포스코그룹과의 '미래기술연구원의 포항 중심 운영' 합의가 사실상 파기됐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오후 포스코그룹은 포항에서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 정부, 대통령비서실과 함께 '지방경제 혁신과 균형발전 방안'을 모색하는 간담회를 열어 포항시민들의 반발을 더하고 있다.

포항시민 반대운동을 주도해온 '최정우 퇴출! 포스코지주사·미래기술연구원 포항이전 범시민대책위원회'(범대위)는 16일 입장문을 통해 최정우 회장 퇴진운동을 재개하고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공개서한을 발표했다.

앞서 성남시는 오전 보도자료를 내고 '시설용지 추천 기업에 선정된 포스코홀딩스가 수정구 창곡동 5만5천811㎡(1만6천883평) 부지에 사업비 1조9천억여원을 투입해 2027년까지 수도권연구개발센터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2월 25일 이강덕 포항시장과 김학동·전중선 포스코 대표이사, 강창호 범대위원장 등이 체결한 '합의서' 3개 조항 중 '미래기술연구원의 포항 중심 운영 체계 구축' 약속에 위배되는 결과이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범대위를 비롯한 포항시민이 즉각 반발하고 나섰으며, 특히 이강덕 포항시장도 곤혹스런 입장에 놓이게 됐다. 지난 10월 24일 예정됐던 범대위 상경시위에 대해 포스코의 파업 위기 등을 이유로 연기를 요청한데다 이날 오후 이어진 행사가 시민들의 반발을 더욱 키웠기 때문이다.

12시 30분 남구 지곡동 산학연구단지 내 포스코그룹 벤처육성시설 ‘체인지업그라운드’에서는 '창조경제혁신센터와 파트너대기업 간담회'가 열렸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지방시대위원회가 공동 개최한 이 행사에는 우동기 위원장과 이영 장관 뿐만 아니라 김성섭 대통령비서실 비서관, 이정현 부위원장 등 위원회와 정부, 대통령실까지 주요 인사들이 참석해 양원준 포스코홀딩스 부사장 등의 영접을 받았다.

15일 포스코그룹 포항 체인지업그라운드에서 열린 전국 창조경제혁신센터장 간담회. (앞줄 왼쪽부터)김성섭 대통령비서실 중소벤처비서관, 김성근 포스텍 총장, 하상용 창조경제협의회장, 우동기 지방시대위원장, 이영 중소벤처부 장관, 이정현 지방시대 부위원장, 이강덕 포항시장, 포스코홀딩스 양원준 부사장·박성진 전무. (사진=포스코 제공)

행사를 성사시킨 포스코그룹은 언론보도를 통해 '포항, 광양 등 지역기반 기업을 적극 육성하고 고용 창출 및 지역 재투자 선순환 구조를 통해 균형발전에 기여하겠다'고 홍보했다.

결과적으로 15일 오전과 오후는 포스코그룹이 각각 포항시민과의 약속을 파기한 채 미래기술원의 수도권 건립을, 대통령실과 정부·지방시대위 핵심인사가 포항에 모여 기업의 균형발전 기여를 모색한다는 명목의 간담회를 성사시킨 하루가 됐다.

16일 범대본은 입장문을 내고 최정우 회장에 대한 퇴진운동 재개와 함께 정부와 대통령실, 지방시대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윤 대통령에 대한 공식서한을 공개했다.

특히 범대위는 서한에서 '김성진 포스코홀딩스 사외이사 등과 가깝다고 소문난 김대기 비서실장 등 참모들이 (대통령의 국정기조에 맞춰)최정우를 지방 살리기에 동참시켜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강창호 범대본 위원장은 “최정우가 위례지구 낙찰일에 맞춰 뿌린 포스텍 간담회 보도자료는 누가 봐도 포항시민과 대통령(정부)을 속이려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얄팍한 술책”이라며 “그 자리에 참석한 위원장이나 장관, 대통령실 관계자들이 과연 어떤 목소리를 냈는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범대위가 그동안 '미래기술원 성남 위례지구 사업 추진에 미온적 입장'이라고 반발해온 김정재 국회의원(포항 북)은 15일 '수도권 분원 설치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는 보도자료를 내 오히려 시민들의 빈축이 이어졌다.

다음은 범대위의 윤석열 대통령 공개 서한 전문이다.

【존경하는 윤석열 대통령님께】

안녕하십니까?

윤석열 정부를 성원해온 저희는 오늘 포항시민과 지방시대의 이름으로 이 공개서한을 드립니다.

대통령님께서는 국가균형발전과 지방 살리기를 매우 중요한 국정과제로 삼고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를 두었습니다.

지방소멸 방지를 넘어 지방시대를 열어나가려는 정부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는 기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은 대통령의 비전과 의지를 비웃듯이 수도권 집중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하나만 말씀드리겠습니다.

2023년 11월 15일, 최정우는 성남시 위례 지구에 2027년까지 1조9000억원을 투입할 것이라며 포스코 미래기술연구원 부지를 낙찰받았습니다. 부지 비용만 5000억원입니다.

최정우는 미래기술연구원의 주요 분야가 이차 전지 소재, 수소,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이라고 밝혔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포항을 '이차 전지 소재 특화단지'로 지정하고, 포항에 조성할 '수소연료전지 클러스터 예타'를 통과시켰습니다. 이차 전지 소재, 기존 용광로 공법을 대체할 수소환원제철 연구 등 수소에너지 연구는 당연히 포항이 최적지입니다.

'한국형 초거대 AI 융복합 클러스터’ 건설에 대해 전문가들은 적합한 지역으로 경북 포항을 꼽고 있습니다. 글로벌 기업 포스코, 연구 중심대학 포스텍, 한국 구글 연구소, 방사광가속기 등 산학연 협력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포스텍은 AI, 빅데이터를 세계 일류로 잘할 수 있고, 이차 전지 소재와 수소 연구는 포스텍 이사장인 포스코 회장의 마음 먹기에 따라 관련 대학원과 연구소를 신설할 수 있습니다.

최정우는 2022년 2월 25일 포항시민에게 "미래기술연구원 본원을 포항에 두고 포항 중심 운영체계를 구축한다"라는 서명의 약속을 했습니다.

그러나 최정우는 실용화 연구를 잘해오는 전통의 포항산업과학기술연구원(RIST)에서 연구원 160명을 빼내 미래연으로 옮기고 겨우 48억원으로 RIST 건물을 리모델링하여 미래연의 본원 주소를 두고는 성남시 위례 지구에 1조9000억원을 투입하는 미래연 분원을 조성한다고 합니다.

이러한 행태는 50만 시민을 상대로 파렴치한 사기를 친 것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기망도 이렇게 철면피한 기망은 다시 없을 것입니다.

그동안 저희는 수없이 성남시 위례 지구 부지낙찰을 반대했습니다. 거기 들어가는 땅값 5000억원이면 포항에서 부지, 건물, 각종 부대시설, 각종 연구 장비, 연구원 가족용 아파트까지 다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설명했습니다. 특히 국민기업 포스코의 전통과 정신을 회복하라고 질타도 했습니다.

포항시는 부지 10만 평을 제공하겠다는 의견도 표명했습니다. 지역 균형발전과 지방 살리기의 시대적, 국가적 절박한 과제에 역행하지 말기를 설득했습니다.

그러나 최정우는 표면상 단 하나의 이유로 성남시를 고집하고 강행했습니다. "지방에는 연구 인재가 오지 않는다", 이것이 전부입니다.

이에 대해 저희는 고(故) 박태준 회장은 아무런 인프라도 없는 포항 골짜기에 포스텍(포항공대)을 세우면서 미국과 유럽의 세계적 동포 교수들을 초빙해왔다는 사례를 말해줬습니다.

또한 저희는 세계적 강소대학(연구 중심대학)으로 성장한 포스텍에 해당 분야의 대학원을 설립하고 세계 최고 석학들을 초빙하여 미래기술연구원과 융합하면 우수 인재들은 저절로 모여들기 마련이고, 그것이 지방을 살리는 길이기도 하다는 방법론도 제시했습니다.

충북 오창과 경북 포항에 생산설비를 두고 있는 에코프로는 충북 진천에 이차 전지 소재 R&D센터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진천이 포항보다는 서울과 거리상으로 가깝지만, 자동차와 KTX라는 교통수단을 고려하면 비슷한 거리인데, 에코프로는 수도권이 아닌 곳에 연구센터를 신설합니다.

그러나 최정우는 2021년 문재인 정부 때부터 오직 성남시에 꽂혀 있습니다.

50만 포항시민과의 약속을 팽개치고, 윤석열 정부의 지방 살리기에도 보란 듯이 역행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정우는 오늘(11월 15일) 포스텍에서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와 포스코가 좋은 간담회를 가졌다는 보도자료를 뿌렸습니다. 성남 위례 지구에 미래연 부지를 공식 낙찰받은 날이 바로 오늘입니다. 관련 보도는 이러합니다.

'15일 포스코그룹과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 중소벤처기업부가 포스코 고유의 벤처 육성 생태계인 ‘포스코 벤처플랫폼’ 사례를 통해 지방경제 혁신과 지역 균형발전 방안을 모색했다. 이날 행사에는 우동기 지방시대위원장과 이정현 부위원장,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김성섭 대통령비서실 중소벤처비서관을 비롯해 전국 19개 창조경제혁신센터장과 대기업 14곳의 벤처 육성 전담 임원 등 40여 명이 참석했다.'

저희는 참으로 궁금합니다. 공교롭게도 최정우가 손바닥(15일 간담회)으로 하늘(성남 위례 지구 부지낙찰)을 가리는 격이 돼버린 이날 간담회에서 지방시대위원나 대통령비서실에 속한 분들이 비공식적으로라도 포스코 임원에게 "왜 당신들은 이렇게 훌륭한 포항을 버리고 수도권의 성남에다 대규모 미래기술연구원을 신설하겠다는 것이냐?"라는 질문을 던졌을까요? 만약 그렇게라도 하지 않았다면, 대통령님께서 그토록 강조하시는 지방시대의 실현 방법에 대한 참모들의 인식과 의지가 부족하고 정신적 자세가 해이한 것이라고 판단해도 되지 않겠습니까?

이미 대통령님께서 6차례나 해외순방 경제사절단에 최정우를 제외시켰지만, 오만방자한 최정우는 오히려 3연임 도전의사를 흘리며 "어디 맘대로 해보세요" 하듯이 버티고 있는데, 이것은 지방 살리기의 국가적 소명에 동참하고 서명해둔 약속을 지키라는 포항시민을 향해 뻔뻔스레 고개를 쳐들고 있는 모습과 흡사해 보입니다.

존경하는 대통령님.

최정우의 오만방자를 역겨워하는 저희는 몇 가지 개탄을 금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첫째, 김성진 포스코 사외이사 등과 가깝다고 소문난 김대기 비서실장을 비롯한 대통령실의 참모들은 포스코 최정우에게 지방 살리기에 동참해 달라는 권유조차 할 수 없는 것입니까? 그런 권유는 위법이 아닐 터인데, 최정우에게 안 먹히는 겁니까, 권유하지 않는 겁니까?

둘째, 최정우는 관용차 사적 사용 혐의로 수서경찰서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송치됐습니다. 무슨 법치주의인지는 몰라도, 고발인은 불러서 조사하고 최정우는 서면조사만 해서 송치를 했는데, 서울중앙지검은 기소를 하는 겁니까, 피의자 최정우를 소환해서 더 철저히 수사하고 증거도 더 보강하겠다는 것입니까?

셋째,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 때 최정우 등의 미공개 정보 이용 자사주 매입을 신속하고 엄정히 수사한다고 답변했는데, 2021년 압수수색도 했던 그 사건은 정말 수사를 하는 겁니까, 아니면 최정우가 사장급과 부사장급으로 영입한 변호사 김영종, 김강욱 등의 활약상에 막혀 전혀 진전이 없는 겁니까, 또는 무혐의로 끝내는 겁니까? 이사회 개최 14일 전에 회장이 회사 유보금 1조원으로 자사자를 매입하자는 안건에 대해 몰랐다고 하면 그는 회장이 아니라 신입사원일 겁니다. 무조건 몰랐다고 잡아떼니까 심증을 입증할 물증을 못 찾고 있다는 겁니까? 과연 당시의 이사회 준비 담당 직원이라도 한번 소환조사를 한 것입니까?

넷째, 최정우는 "포스코는 국민기업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더니 이러한 오만방자를 떨고 있는데, 그러면 포스코는 국민기업이 아니라 한시적 피고용인에 불과한 최정우의 소유라는 겁니까?

신냉전체제로 급속히 재편되는 위험한 국제정세, 코로나19 팬데믹과 지나쳤던 좌편향적 5년의 후유증을 극복하느라 노심초사로 쉬지 못하는 대통령님의 건승을 기원하며, 이 서한을 일독해주시기를 탄원드립니다.

2023년 11월 15일

최정우 퇴출! 포스코지주사 본사 ·미래기술연구원 포항이전 범시민대책위원회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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