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취임 2년차 황인식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총장

25년 공직 경험 바탕 취임 1년간 디지털 모금에 역점
"운영비 6%로 기관 투명성 높아 수혜자 배분 극대화"
"키오스크 활용 등 생활 속 기부 편의 맞춘 트렌드 개발"
"4대강, 서울로7017 등 사업장점 포용 사회선진화 절실"

뉴스포레 임재현 기자 승인 2023.11.06 16:46 | 최종 수정 2023.11.07 14:53 의견 0

25년간 서울특별시와 서초구청 국장 등 풍부한 행정 경험을 인정 받아 지난해 취임한 제9대 황인식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총장이 최근 1주년을 맞았다.

공직 재직 당시 청사 내 장애인 자활 카페 운영 등 전국 지자체가 벤치마킹한 사회복지 행정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최근 키오스크 기부 등 '트렌드 모금'으로 취임 2년차를 열고 있는 황 사무총장을 지난 3일 만나 성과와 비전을 들어봤다.

인터뷰에서 그는 모금회의 높은 기관 투명성과 외국과의 비교, 키오스크 도입 등 취임 포부로 밝힌 디지털 모금을 포함한 그간의 성과와 함께 지정학적 특수성을 고려한 한국사회의 포용성 회복 등 사회 선진화에 대한 소신과 비전을 밝히기도 했다.

황인식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총장.(뉴스포레 사진)

- 지난해 10월 4일 취임 후 13개월을 보낸 소감은.

"한마디로 좋은 분이 참 많다는 것을 많이 느낀다. 1억 이상 기부자로 구성된 '아너 소사이어티'에 소속된 분이 3천300여명인데 '기부를 하니까 사업도 잘 되고 모든 인생이 발전하더라'는 말씀이 대부분이었다. 또 취임 후 우리 한국사람들의 특징을 보니까 어려울수록 오히려 기부하려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이젠 자주 듣는 얘기일 수도 있지만 기부를 하면 우선 내 마음이 굉장히 즐거워져 모든 일을 하는데 에너지가 되고 삶에 있어서 긍정적인 생각을 자꾸 하게 돼 결국 중독이 된다는 원리였다. 기부가 공동체를 위한 본연의 기능 외에도 긍정적인 삶의 철학과 인생관으로 확대돼 개인을 위해서도 굉장한 의미가 있다는 두 가지 측면을 많이 절감하게 됐다.

- 사무총장으로서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기관 운영에 대한 평가는.

새로운 조직에 몸 담은 이후 공동회를 통해 우리나라의 민주화 성과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예산 운영이 굉장히 긴축적이며 재량의 여지는 거의 없었다. 한 예로 1년 기부금 총액이 8천억여원인데 기관 관리운영비는 6%에 불과하다. 수혜자에 대한 94%의 배분률은 굉장히 유의미한데 미국의 경우는 운영비가 20%에 이른다. 김병준 회장은 명예직이며, 저도 업무추진비가 공직생활 당시의 절반 수준이라 별 여유가 없지만 기분은 굉장히 좋았다.(웃음)

-서초구 생활복지국장, 사회복지학 박사 학위 등 모금회 운영에 적합한 전문성이 장점으로 평가받았는데 역점을 기울인 사업이나 성과는.

우선 국세청 자료 등으로 분석하면 우리나라 국민의 기부 참여율은 전체의 절반밖에 안 된다. 이는 기부금 액수의 많고 적음을 떠나 대한민국을 따뜻한 공동체로 만들 핵심키로서 국민의 쉬운 기부 참여시스템이 중요함을 보여준다. 생활 저변에서 언제든, 내가 마음이 있을 때 기부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홈페이지에 접속해 신용카드번호를 입력하는 불편함으로는 안 된다. 일례로 현재 한 대형마트와 추진 중인 키오스크 기부 시스템의 경우 물건값을 결제하면서 기부도 할 수 있는 편의성으로 인해 역점을 기울이고 있다. 용산의 국립중앙박물관 옆 야미당이라는 작은 가게에서 모금회가 시범사업을 론칭했다. 손님이 여러 가지 메뉴 중에서 기부 메뉴를 선택하면 천 원이 결제되는 시스템으로 굉장히 반응이 좋다. 결국 기부에도 트렌드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사회에서 이슈가 되는 사건이나 사고에 따라서 기부의 주요 대상이 노인이나 장애인이 될 수도, 환경이 될 수도 있다. 모금기관은 시대적 흐름에 맞는 이슈를 잘 포착해서 기부 프로그램화하는 게 굉장히 중요한 과제이다. 그래서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에 착안해 처음으로 '펫 기부'를 2개월 전에 론칭해 200여명의 정기후원자를 확보하는 등 인기를 얻고 있다.

-25년간 공직에서 쌓은 경륜이 모금회 경영으로 이어지고 있는데 특히 기억에 남는 공적은.

제가 서초구청에서 생활복지국장을 했지만 서울시에 와서는 장애인복지과장을 했다. 지방자치단체 행정직 공무원으로서 가장 중요한 업무를 생각해보니 문화와 복지라는 답이 나왔는데 복지를 선택했다. 통상 공무원사회는 순환보직제를 통한 '제너럴리스트'(다방면의 전문가)를 양성하는 구조다. 저는 한 분야에 특화된 '스페셜라이즈드 제너럴리스트'가 돼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사회복지학이었다. 그래서 외국에서도 학위를 받기도 했다. 서울시에 와서는 인사과장에게 자청해서 장애인 분야 업무를 맡았다. 당시 미국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장애인의 취업을 통한 자활사업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그래서 시장에게 최초로 건의해서 시청 본관 하늘광장에 장애인 운영 카페를 처음으로 열었는데 지금 전국 지자체가 벤치마킹해 운영되고 있다. 이후 서울시청역 카페도 문을 열었다. 그리고 과장 재직 당시 서울시장애인종합계획을 발표했는데 학계에서 '우리나라 장애인 분야의 정책 방향이 다 나와 있다'는 높은 평가를 받았다. 행정직으로서는 이례적인 추진단장을 맡아 서울역 앞 '서울로7017'사업을 완수했다. 당시 청계천 복원사업과 마찬가지로 상인은 물론 경찰 등 유관기관과 언론까지 반대가 극심했다. 직업 공무원은 어떤 시장이 오든 사업이 결정되면 추진력과 의지를 갖고 행정 역량을 통해 어떤 난관이라도 극복해 업무를 수행해내야 하는, 십자가를 진 것 같은 숙명을 갖고 있다. 당시 시민들의 반대가 가장 큰 난관이었지만 내부에서도 이상주의적인 박원순 시장으로 인해 직업 공무원으로서 엄청난 자괴감에 부딪히기도 했다. 당시 박근혜 정부 시절이라 청와대와 국토교통부, 경찰청 모두 반대했는데도 어쨌든 제가 다 뚫어냈으니 결과적으로 여야를 모두 설득하며 일을 하는데는 조금 소질이 있는 것 같다.(웃음)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유력한 서초구청장 예비후보로 활동했는데 평소 한국 정치에 대한 소신이 있다면.

모금기관에 몸 담고 있는 현실에서 입장을 밝히기가 조심스럽다. 단, 분명히 말씀 드리고 싶은 바는 상대 진영에 대해 무조건 폄훼하거나 반대부터 하는 한국의 병폐를 개선해야 한다. 4대강이든, 서울로7017이든, 정치가 바뀌었다고 바로 원상복구시켜야 하는 듯 나서는 행태는 건전한 국가 발전을 가로 막을 뿐이다. 저는 한국의 우파든, 좌파든, 내부에서 소신 있게 발언할 줄 아는 정치가 이제는 필요하다고 믿는다. 입장을 달리하는 상대에 대한 관용은 인격적 자신감이 있어야 가능하다. 나 자신이 나약하면 소신도, 포용도 할 수 없는 정치인에 머물 수밖에 없다. 진정한 정치인이라면 이 나라를 위해서 뭔가 좀 의미 있는 역할을 해내는 게 중요하다. 그러자면 남의 얘기도 경청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게 모이면 진정한 사회의 선진화가 된다. 특히 강대국에 둘러쌓이고 남북이 대치하는 지정학적 어려움에 처한 한국의 특수성 아래서는 우리 내부에서 서로 타협하고 협조하는 정치를 해야 모두가 생존할 있음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선출직 공직자의 꿈은 여전한지.

그렇다. 지방자치는 그 지역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구청장을 하고 또 의원을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당시 중앙당의 결정으로 전략공천이 된 결과에 대해 수용은 하지만 그게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서 좋은 사례라고 인정은 못 한다. 그 소신은 지금도 양보할 수 없다. 당시 당명이었으므로 대승적 차원에서 수용을 했지만 이렇게 가서는 안 된다는 입장은 여전하다.

황인식 사무총장은?

1964년 경북 경주 출신으로서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행정고시에 합격해 서초구 생활복지국장, 서울시 장애인복지과장·기획조정실 경영기획관·행정국장, 대변인, 서울시 한강사업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워싱턴대 대학원 사회복지학 석사, 연세대 대학원 사회복지학 박사 학위 등을 취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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