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 도올 김용옥 선생이 1871년 영해 동학혁명을 민족사적 진정한 혁명의 시작이며 갑오농민혁명은 궁극적으로 확대판이라고 역사적 의의를 규정했다.
도올은 지난 2일 '1871년영해동학혁명기념사업회' 주관으로 군민 등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경북 영덕군민회관에서 열린 초청강연 '1871 영해, 동학혁명은 여기서 시작되었다'에서 이 같이 재조명했다.
도올은 이 자리에서 "1871년 3월 10일 영해에서 교조신원을 기치로 영해부 관아를 습격하고 영해부사를 처단한 역사적 사건은 '독자적 혁명'이다"고 규정했다.
그 근거로서 도올은 "동학은 단순히 하나의 새로운 정치적 양태를 요구한 것이 아니라 인간 삶의 총체적 개벽을 요구한 철리를 주창했기 때문이다"며 "동학은 '조선 땅에 백가쟁명(百家爭鳴). 백화노방(百花怒放)의 새로운 문명질서를 열 것'이라며 인본위(人本位)의 인류사의 비전을 제시했다"고 강조했다.
역사적 가치와 정신사적 중요성에 대해서는 박하선(朴夏善)과 강수(姜洙, 혹은 姜士元) 두 사람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영해지방의 사회사상적 조류를 '구향(舊鄕)'과 '신향(新鄕)'으로 나눈 설명도 관심을 모았다. 도올은 이들 중 '신향' 세력이 신분차별 철폐와 인시천(人是天)을 주창하는 동학정신과 동질성을 가졌다고 분석했다.
도올에 따르면 박하선과 강수 선생이 '대선생주문집(大先生主文集)'과 '도원기서'를 남겼기 때문에 수운 최제우과 해월 최시형의 '인시천' 사상 등 동학의 흐름을 후대에 이을 수 있었다.
도올은 이들을 '동학혁명의 산파'라고 규정하며 "박하선, 강수 등 당시 거대한 '지적 거물'의 헌신적 노력이 없었다면 그 진실과 사실이 우리에게 전달될 수 없었으며 영해·영덕이야말로 실제적 동학의 산실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도올은 "동학혁명의 발상지인 영해에 박하선을 기리는 기념비를 조성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도올은 "이필제를 중심으로 펼쳐진 영해 동학혁명은 동학운동의 입장에서는 큰 좌절이었지만 민족사적, 보편사적 입장에서는 진정한 혁명의 시발이요, 의식의 회전"이라며, "이를 시발로 동학은 정치세력으로 조직화됐다"고 주장했다.
특히 "영해혁명의 주 동인은 이필제도, 해월도 아니었다. 수운의 목소리가 전파된 영해지역의 민중 전체였다"며 "갑오농민혁명도 궁극적으로는 영해혁명의 확대판"이라는 도올의 요약도 관심을 끌었다.
1871년 3월 10일 이필제를 중심으로 영해, 진보, 청송, 영양, 안동, 포항(연일, 장기, 흥해, 청하) 경주, 대구, 밀양, 울산, 상주, 평해, 울진, 영덕, 삼척, 남원, 영산, 고성, 칠원 등지에서 집결한 동학도 600여명은 영해 우정골의 형제봉 병풍바위에 집결해 천제를 지내고 당시 영해 관아를 습격해 영해부사를 처단했다.
이어 같은 해 3월 21일 안동에 설치된 국청에서 동학도들은 심문과 고문을 당하고 6월 24일 최종 형량이 결정됐다. 당시 △자진자(自盡者) 1명 △물고자(物故者; 가혹한 심문 중 사망) 12명 △효수자 29명 △ 중형·정배가 21명 등 63명을 포함해 동학도 수백 명이 참사당했다.
이날 초청강연에는 당시 '소모문'(召募文)을 작성하고 가혹한 심문 끝에 숨진 남두병의 후손과 울진지역 동학접주 전의철의 후손들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강연에 참석한 주민 김모(62, 영해면)씨는 "지금까지도 영해동학혁명은 역사학계와 지역사에 '이필제의 난' 등 '민란'으로 기록돼 왔다"면서 "영해혁명의 역사복원 운동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강연에 앞서 도올 김용옥은 함양 박씨 등 신향 세력들의 근거지 인계서원이 있던 창수면 인천리 옛 석문안마을 유허지와 인량리 함양박씨 종택의 종손으로 독립운동에 헌신했던 삼형제를 기리는 삼의사비 등을 방문했다. 또 영해면 상대산 관어대 전망대에 올라 지역의 경제적 물적 토대인 영해평야의 광대함을 직접 확인하기도 했다.
또 조지훈 선생 생가인 영양군 주실마을과 영덕군 축산면 도곡리의 신돌석 의병장 생가, 영해면 괴시리의 목은 이색선생 유적지, 관어대 등도 탐방했다.
한편 이날 강연회에는 인접 포항지역에서 해월 최시형선생의 기념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사)동대해문화연구소 관계자 등 50여 명과 경남 마산과 대구의 시민들도 참석하는 등 높은 관심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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