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방러...'러시아 핵심 군사기술 이전' 초미 관심사

'세계의 외톨이' 두 고립 지도자 만남에 세계 이목 집중
전문가 '북한 탄약 우크라이나전 판도 바꾸지는 못할 것"

뉴스포레 김건우 기자 승인 2023.09.12 16:24 의견 0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제공한 10일자 사진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러시아행 열차에 탑승하기 전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북한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위원장이 이날 오후 전용 열차로 평양을 떠났으며 군 핵심 간부들이 수행했다고 보도했다. (사진=뉴시스)

북한 언론들이 12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김정은의 중장갑 전용 열차가 러시아로 건너갔다고 보도했다. 두 지도자가 무기 거래를 성사시킬 수 있다는 미국의 경고가 나온 가운데 김정은의 러시아 방문이 이뤄진 것이다.

이날 CNN도 "'김정은이 탑승한 열차는 러시아 극동 지역 프리모르스키(연해주) 지방을 거쳐 북쪽으로 이동 중'이라고 러시아 국영 통신사 RIA가 보도했다"며, "'미 국방부 관계자는 북한 지도자가 현지 시간으로 화요일 오전 일찍 러시아에 입국한 것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대북 관계전문가들은 '러시아 극동 지역에서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의 양자 회담은 세계 무대에서 점점 더 고립되고 있는 두 지도자가 서로 간의 이해관계가 맞아 만나는 자리'라고 봤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서 18개월이 넘는 전쟁 기간으로 인해 군사력이 큰 손실을 입은 가운데 새로운 탄약과 포탄 공급이 절실히 필요하고, 핵무기 프로그램으로 인해 수년간 국제 제재를 받아온 북한은 현금과 식량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번 회담으로 인해 북한은 20년 동안 유엔 제재로 인해 특히 핵 탑재가 가능한 탄도 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접근이 금지된 종류의 무기를 손에 넣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정부는 지난주 '러시아와 북한 간의 무기 협상이 적극적으로 진전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 사용할 새로운 무기 공급업체를 찾는 러시아의 노력의 일환으로 추가 회담이 열릴 수 있다'고 밝혔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도 이날 “북·러 무기 거래 및 기술이전 협상이 진행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 국영 언론 타스(TASS)에 따르면 크렘린궁 대변인 드미트리 페스코프는 기자들에게 "현시점에서 우리는 극동지역에 대해 말하는 것이 아니다"며 "이번 회담에서 양국 관계가 우선순위며 민감한 부분을 다룰 계획으로 김 위원장의 도착을 기념하는 공식 만찬도 예정돼 있다"고 덧붙였다.

국영 TV 러시아 24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월요일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의 러시아 도착은 세계에서 가장 고립된 국가 중 하나인 지도자에게는 드문 해외 여행이며, 북한 국경이 봉쇄된 코비드19 대유행 이후 첫 해외 방문이다.

2011년 권력을 잡은 이후 김 위원장은 2018년과 2019년에만 모두 10회 해외에 나갔었다. 지난 2019년 4월 블라디보스토크를 마지막으로 방문했고, 그곳에서 지속적인 북핵 문제의 위기로 북·미 대화가 결렬되는 가운데 처음으로 푸틴 대통령을 만났었다.

김·푸틴 회담에서 어떤 제안이 나올 수 있는지에 대한 워싱턴의 경고는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지난 7월 평양을 방문해 모스크바에 포탄을 판매하도록 설득한 이후 나왔다.

지난 화요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북한이 러시아와 무기 협상을 한다면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고, 지난 월요일에는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하거나 판매하지 말 것”을 북한에 촉구하면서도 구체적인 제재방안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유엔 제재에도 불구하고 김 위원장은 지난 2년 동안 엄청난 속도로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개발해왔다. 그 기간 동안 그는 이론적으로 미국 본토에 핵탄두를 전달할 수 있는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을 포함하여 수십 개의 미사일을 실험 발사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능력에 의문을 가하면서도 김 위원장이 수십 년 동안 세계 핵 미사일 전력의 선두 주자였던 러시아의 기술을 손에 넣는다면 그의 프로그램에 힘이 될 것이며 서방 지도자들에게는 큰 우려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레이프 에릭 이즐리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의 양자 회담이 매우 중요한 발전이 될 것"이라며, “러시아는 김 위원장이 불법 위성 발사와 핵무기 운반 프로그램을 위해 원하는 군사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모스크바는 우크라이나의 최전선에서 탄약과 소형 무기(분석가들이 북한이 강력한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하는 분야)가 절실히 필요한 상태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 탄약이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의 판도를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제전략연구소(International Institute for Strategic Studies)의 국방 및 군사 분석 연구원인 조셉 뎀프시(Joseph Dempsey)는 "이 무기들은 고갈된 재고를 보충하고 분쟁을 연장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방향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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