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를 대표하는 대문호 톨스토이는 ‘행복한 가정은 모두가 서로 닮았고, 불행한 가정은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는, 일명 ‘안나 카레니나 법칙’으로 첫 문장을 연다. 행복한 가정은 항상 가족 구성원을 위하고, 어떤 사안이 생기면 서로 협력해서 해결하고 잘못된 일이 있으면 그 소재에 대해 분명한 책임을 진다. 그리고 행복을 공유하고 새로워지기 위한 투자와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특히 공자가 말하는 '기소불욕 물시어인'(己所不欲 勿施於人) 즉, ‘자기가 원하지 않는 것을 타인에게 강요하지 말라’를 실천하는 가정이다 보니 부모들은 자식을 사랑하고 자식들은 부모를 공경해서 행복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여기에는 가정을 구성하는 구성원도 중요하지만, 가장이 리더십을 잘 발휘해야 한다는 당위성은 말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모든 것에 있어 배려보다는 서로를 탓하고 존중보다는 타 가정과 비교를 우선시하고 가진 것보다는 가지지 못한 것에 집착하다 보니 그 불행한 이유가 가정마다 천차만별의 사유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안나카레리나의 법칙’이 아닐지라도, 한 국가의 리더가 어떠한 목표로 국민들에게 희망을 심어주고 그 희망을 하나로 결집해서 국가 발전의 원동력으로 사용하는가에 그 국가 국민들의 행복지수가 결정될 것이다. 대한민국에 대비해본다면 '공산국가는 안 된다'는 이승만, '보릿고개의 가난만큼은 극복하자'며 경제성장을 이끈 박정희, 민주화와 IT 혁명으로 자리매김한 김영삼과 김대중 대통령 시대를 겪으면서 우리는 세계 10대 경제 강국으로, 원조받던 나라에서 원조하는 나라로 자리매김했다.
우리나라는 주권 국가 수립 70년 만에 ‘한국에 민주주의가 실현된다는 것은 쓰레기통에서 장미꽃이 피는 것과 같다’는 독재국가 망령의 비아냥에서 벗어나 지금 선진 국가들도 부러워할 민주주의를 실행하고 있다. 이러한 대명천지에 윤석열 대통령은 동족상잔의 비극인 6.25 전쟁 이후 있어서는 안 될 5.18을 재소환하듯 비상계엄을 선포해서 우리 국민들의 가슴 한쪽을 누르고 있는 아픈 돌덩어리인, 트라우마를 건드렸다. 해서는 안 될 일이었고, 있어서도 안 될 일을 행해서 용서받을 수 없는 죄를 그것도 현직 대통령이 저질렀다는 것은 경악할 일이었다.
이 상황에서 국민들은 윤석열의 만행도 기가 막히지만, 윤석열 정부와 함께했던 여당인 국민의힘이 하는 행태에 분노를 금치 못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당시 당 대표였던 한동훈은 계엄 당일 국회에서 민주당과 협력하여 계엄을 해제하는데 일익 했고, 윤 대통령이 더 이상 국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민주당과 협력해서 탄핵을 강행했다.
그러나 대다수 국민의힘 의원과 윤석열 지지자들은 '비상계엄은 통수권자의 고유권한'이라며 옹호하며 탄핵에 찬성한 한동훈을 비롯한 일부 의원들을 배신자라며 배척하고 있다. 심지어 의원 45명은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기각될 것이라며 국민들을 호도하고, 탄핵 이후에도 용산 대통령 관저 앞에서 윤 전 대통령의 체포영장을 저지하기 위해 인간 띠를 만들 정도로 '윤석열 포비아'에 빠지기조차 했다. 하지만 그들은 종국에는 윤 전 대통령이 범죄자가 되어 감방에 가니 아무도 찾아가지 않을 만큼 치졸해지고 일부 '아스팔트 극우'들의 노리개로 전락했다.
비상계엄과 탄핵 그리고 대선을 거치는 동안 윤석열은 모든 과오를 자기 명을 따른 부하들에게 전가했고, 국민의힘은 한동훈을 '배신자 프레임'으로, 대선후보였던 김문수는 '일구이언자론'으로, 당시 당을 이끌었던 권영세를 비롯한 지도부는 '사기 경선론자'로, 현 송언석 지도부는 '언더친윤 세력'으로 서로 비난을 서슴치않고 서로의 탓만하는 불행한 당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장자의 '도척편'에 보면, 도척은 ‘도둑질에도 도가 있다’며 도둑의 5가지 덕목을 이야기한다. 도둑질을 해야 할 집에 훔칠 게 뭐가 있는지 아는 게 '성'(聖), 도둑질의 성공 여부를 종합 판단할 줄 아는 것이 '지'(智), 물건을 훔치러 들어갈 때 앞장서 들어가는 것이 '용'(勇), 물건을 훔치고 나올 때 맨 뒤에 나오는 것이 '의'(義), 훔친 물건들을 공평하게 나누는 것이 '인'(仁), 이 5가지를 제대로 행했기에 9천 명의 수졸들을 데리고 세상을 떨게 할 수 있었다고 설파한다.
지금, 윤석열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는 공맹의 성언을 뒤로하더라도, 도척의 논리라도 뒤돌아보길 바란다. 도적들의 수장인 도척도 무리를 위해서는 지도자가 희생하고 배려하며 공동체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하는데, 국민의 혈세로 정치하는 위정자들이 도적의 무리를 이끄는 수장보다 못해서야 되겠는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윤석열 탓, 한동훈 탓, 친윤 탓, 탄핵찬성파 탓, 탄핵반대파 탓으로 추태를 부리는 싸움에 매몰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정치 지도자는 머릿속의 계산기를 버리고 가슴을 열어 국민들을 설득해서 옳은 길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진정으로 보수를 사랑하는 국민들을 위한다면 불행했던 지난 윤석열 정부의 아픈 경험을 자산 삼아, 국민들에게 행복을 주는 당으로 거듭날 수 있는 전당대회가 되어야 한다.
톨스토이가 말하는 ‘안나카레리나의 법칙’처럼 대한민국의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루며 국민들의 행복을 책임졌던 그 정통보수의 맥을 이어 가려면 국민의힘이 서로의 탓만 하는 불행을 끊어내고 미래로 나아가는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 절망에 빠진 보수에게 행복을 되돌려주기 위해서는 차기 정권을 되찾아올 발판인 내년 지방선거부터 승리해야 한다. 그 일을 위해서는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당을 어떻게 혁신해야 하고 어떤 후보를 당 대표로 만들어야 할지 국민의힘 의원들과 당원들은 잘 알고 있다.
알고 있으면서도 행동하지 않는다면 몰라서 못하는 것보다 나쁘다. 옳은 생각을 실천으로 옮길 때 보수는 국민과 함께 행복의 길로 나아갈 것이다. / 김건우 정치에디터(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