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사진=MBC 화면 캡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 포지션”이라며 당의 정체성과 관련된 발언을 하자, '대선 승리를 위한 지지세력 확장'이라는 주장과 '위선'이라는 비판으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0일 비상대책회의에서 “자동차 핸들을 오른쪽으로 안 돌리겠다고 말하면서 우회전은 하겠다는 소리 아니냐”고 어불성설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당의 김두관 전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 민주당 70년 역사를 부정하는 말”이라며, “심각한 오류”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지난 18일 진보 성향의 유튜브 채널 ‘새날’에서 “우리는 진보가 아니다. 앞으로 민주당은 중도보수 포지션으로 오른쪽을 맡아야 한다”고 전격 발언했다.

그는 19일에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은 원래 성장을 중시하는 중도보수 정당”이라며 “진보 정당은 정의당이나 과거 민주노동당이 맡고 있는 것 아니냐”고 거듭 강조해서, 민주당은 진보정당이라는 등식을 부정하는 듯한 발언을 해 민주당 내에서도 충격적으로 받아들였다.

이 대표의 ‘중도보수’ 메시지가 나오자마자 비명계인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유구한 역사를 가진 우리 민주당의 정체성을 혼자 규정하는 것은 월권”이라고 비판했고,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한 번의 선언으로 민주당의 정체성을 하루아침에 바꿀 수는 없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대표의 이번 발언으로 지난 13일 김경수 전 경남지사와 국회에서 차담을 나눈데 이어 오는 21일 박용진 전 민주당 의원, 24일 김부겸 전 국무총리, 27일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28일 김동연 경기지사와의 면담이 예정돼 있어 이번 발언이 어떤 파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 대표의 중도보수 발언을 옹호하는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와 인터뷰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1997년 대선에 출마하기 전에 '우리 당은 중도우파정당'이라고 얘기한 적이 있다"며 “‘김 전 대통령은 자유시장경제를 지지하고 옹호하기 때문에 우파이고, 서민을 위한 서민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당이기 때문에 중도정당이다’고 얘기했다”고 이 대표를 지원 사격했다.

정 의원은 “민주당의 대회의실에 가면 김구 선생님과 신익희 선생, 조병옥 박사, 김 전 대통령, 노무현 전 대통령, 문재인 전 대통령 사진이 붙어 있다”며 “사실 김구 선생님이나 조병옥, 신익희 선생님들이 진보혁신운동 한 것은 아니다. 당시 진보계열은 조봉암 선생의 혁신계열이 있었는데 다 궤멸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 대표가 민주당의 정체성을 얘기한 게 아니라 본인이 생각하는 민주당의 현재 위치가 어떤 것인지, 민주당의 정책과 노선이 어떤 것인지, 그에 대한 생각을 밝힌 것으로 저는 개인적으로 이 대표와 비슷한 생각”거듭 이 대표를 옹호했다.

하지만,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이재명 대표 귀에는 정치적 동업자 민노총 목소리만 들리냐"고 비난하며 "현재 우클릭 행보를 보이며 추진 중인 정책은 'C급 짝퉁'에 불과하다"고 힐난했다.

권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주 52시간 예외를 허용하면 장시간 근무가 강제되어 근로자 권익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며, "이재명 대표가 민노총 반발로 입장을 번복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권 원내대표는 "우리 경제의 미래를 위해 주 52시간 예외를 포함한 반도체 특별법을 반드시 2월 안에 처리해야 한다"며 "오늘 여야정 국정협의체에서 이재명 대표의 초당적 협력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권 원내대표는 이 대표의 '중도보수정당' 추구 발언에 대해 “자동차 핸들을 오른쪽으로 안 돌리겠다고 말하면서 우회전은 하겠다는 소리 아니냐”며, “‘보수인가 아닌가’ 여부는 그동안 축적된 실천과 언행으로 평가받는 것이지, 말 한마디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고 전날에 이어 이날도 날을 세웠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맞붙었던 잠룡인 김두관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페이스북에 이재명 당 대표의 ‘중도 보수’ 발언을 두고 “이 대표의 발언을 듣고 깜짝 놀랐고, 고민을 거듭했다”며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 민주당 70년 역사를 부정하는 말이며, 심각한 오류”라고 비판했다.

그는 “물론 내란 세력을 심판하고 민주정권을 세우기 위해서는 중도 보수의 표도 얻어야 한다”면서도 “대통령이 되고 싶은 욕심에 자신의 근본 뿌리마저 망각해서는 안 된다”라고 꼬집었다.

김 전 의원은 “흑묘백묘 실용에는 동의하지만, 대한민국의 발전과 민주화를 위해 민주당이 걸어온 투쟁의 역사를 부정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민주당이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이 쌓아온 불평등과 불공정과의 싸움, 반독재와 반독점의 정치적 투쟁을 이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이 대표는 실언이라고 인정하고, 그동안 독재와 독점에 맞서 싸워온 민주당 지지자와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며 ”헌정 파괴로 얼룩진 보수를 계승할 것인지, 이 사회를 반 발짝씩 발전시켜 온 민주당의 정체성을 이어갈 것인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