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봄·방과후 전체위탁...예산퍼주기에 멍드는 초등교육

윤석열 대통령 공약으로 내년 '늘봄' 전면 시행 예정
경북은 임종식 교육감 방침으로 전국 최대 규모 시행
교장·업체 결탁 의혹, 강사 인권침해, 부실운영 등 심각
전체위탁 기준 강화, 개인사업자 진입 제한 등 대안 시급

뉴스포레 임재현 기자 승인 2023.12.17 16:31 | 최종 수정 2024.01.07 09:32 의견 0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방과후학교강사지부와 학부모단체 등이 지난 3월 충남교육청 앞에서 방과후학교의 공정한 운영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 민노총 공공운수노조)

윤석열 정부가 내년 전국 초등학교에 '늘봄학교'의 전면 확대 시행을 추진하고 있지만 교육현장에서는 교장과 위탁업체 간 유착 등 문제가 심각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현재 초등학교는 정규 수업 후 학생 체험과 사교육비 절감을 위해 영어, 과학, 미술, 악기, 컴퓨터 등을 교과, 예·체능, 특기적성 위주로 한 '방과후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업체 위탁으로 강사 수입 감소 등 부작용

경기도의 경우 참가 학생의 과목당 수강료는 3만원인데 문제는 강사 모집과 관리, 급여 지급 등 담당교사의 업무 부담이다. 이에 따라 1년 단위로 외부 업체에 수의계약이나 입찰 방식으로 방과후학교의 위탁 운영이 확산되고 있다. 위탁 유형은 전 과목을 한 업체가 맡는 전체위탁과 여러 업체가 과목들을 분담하는 부분위탁 등 2개로 구분된다.

하지만 위탁 운영은 특정 과목에 특화되지 않은 업체가 맡을 경우 수업의 질 저하는 물론 그동안 학교와 직접 계약하던 강사가 업체에 소속돼 수수료 등으로 급여가 줄고 업체 종속 등 부작용도 지적돼 왔다.

실제로 강사의 수입은 학교와 계약하던 기존 방식으로는 수강료 총수입 100만원을 가정할 경우 원천소득 3.3%, 학교수용비 4.0%를 뺀 92만7천원을 수령했으나, 위탁업체에 소속된 뒤에는 업체 수수료가 더해져 80여만원으로 격감한 사례도 있다.

또 강사들은 수강료가 10년째 동결되고 4대보험 등 복지 혜택도 전무해 불만을 더하고 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경기지부는 지난 11월 경기도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찰경쟁, 이윤추구 업체 위탁 중단 △위탁 여부 결정 과정에서 학교의 편파적 학부모 설문조사 철회 △강사료 인상 등을 촉구했다. 이들은 또 도교육청이 기존의 비영리업체 참여 조항을 삭제하고 영리업체의 위탁을 허용해 교육의 공공성을 무시한 민영화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경북에 이어 경기도 개인사업자 진입 허용

실제로 이 같은 문제는 보수 교육감인 경상북도교육청 등 영남권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경북교육청은 방과후학교의 가이드라인 격인 '길라잡이'를 지난 10년 동안이나 개정 없이 그대로 운영하며 참가 자격에 개입사업자도 포함시켜 놓았다. 경기교육청은 보수 성향의 임태희 교육감이 지난해 취임하면서 올해부터 자격을 완화해 노동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비영리 등 법인에 비해 역량 검증이 부족하고 회계보고 등 경영 투명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개인사업자가 방과후학교를 위탁받는 공교육 보완은 실제 현장에서 심각한 문제를 노출하고 있다.

포항은 업체와 학교장 유착 의혹도

경북 포항은 한 업체의 경우 실소유주가 사무실 옆 학원장을 이른바 '바지사장'으로 고용해 개인사업체로 운영하고 있다. 특히 경북교육청의 경우 여성기업에게는 수의계약 한도를 1천만원에서 5천만원으로 상향, 우대함으로써 이 업체는 여러 혜택을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실제 대표는 별도의 실내 스포츠업소를 운영하며 지난 수년간 초등학교 교장들을 접대하는 로비 창구로 이용해왔다는 의혹이 있다. 또 이 사업자는 학교장을 위해 차량 운전 등 마치 집사처럼 사적 심부름까지 도와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학교장과 위탁 사업자 간 유착 의혹은 최근 이 학교의 방과후학교 결과 발표와 평가에도 석연 찮은 영향을 미쳤다는 논란이 있다. 해당 학교는 코로나 팬데믹 기간을 제외하고 포항지역에서 유일하게 공개수업을 안 해 왔다는 것.

담당 강사들에 따르면 학부모들이 실제로 자녀들의 학습과정을 확인할 수 있는 공개수업은 서류 작성과 함께 가장 큰 부담이 따르는 업무일 정도로 중요한 평가 절차이다.

이 학교는 이달초 강당에서 방과후 학생들이 만든 성과물을 전시하고, 가족들을 초청한 공연으로 평가회를 대체, 이른바 '퉁 쳤다'는 얘기 나올 만큼 위탁업체에 편의를 줬다는 후문이 이어진다.

▲늘봄 전면 시행 앞서 위탁 투명성 확보가 우선

이처럼 경북 포항을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 방과후 학교의 운영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와 각종 비리 의혹이 불거지면서 정부의 늘봄교실 전면 시행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교육부는 돌봄교실 운영 시간을 늘이고 방과후 교육을 제공하는 '늘봄학교' 사업을 올해 3월부터 인천·대전(20곳씩)·경기(80곳)·전남(40곳)·경북(41곳) 5개 지역, 총 학교 200곳에서 시범 운영 중이다. 돌봄은 현재 초교 1~2학년생에게 오후 7시까지 제공되는 반면 늘봄은 8시까지 전 학년이 대상이다.

경북도교육청은 임종식 교육감이 주도해 경기도에 이어 전국에서 늘봄학교 시행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하지만 도내 인구 1위 도시인 포항에서 벌써부터 위탁업체를 둘러싼 잡음이 빚어지면서 내년 늘봄의 전국 시행을 앞두고 반면교사의 사례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포항교육지원청 산하 초등학교들이 예년에 비해 방과후학교 위탁 및 선정 절차를 서둘러 진행하는 배경에도 곱지 않은 시선이 몰린다. 전체와 부분 위탁에서 입찰과 수의 등 계약에서 특정 업체를 위한 모종의 이해관계가 작용하고 있다며 업체 및 강사들의 폭로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포항의 한 초등학교장은 15일 "정부가 출산율 감소 대책이라는 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 아무런 로드맵과 중장기적 대책도 없이 늘봄 정책을 밀어부쳐 일선 학교들이 고스란히 당하고 있다"면서 "늘봄에 참여하는 업체 선정 등 제도적 투명성이 우선 제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18일부터 포항교육청의 방과후학교 강사 공개모집이 공고되며, 이날 오전 10시 30분 경북도교육청 웅비관에서는 '교육 주요 현안에 대한 교육감과의 교직단체 간담회'가 열려 늘봄, 방과후학교 등 3개 현안이 협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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