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 산 높이만큼 골 깊다...CEO 리스크 '곳곳'

이동채 전 회장 18일 대법 판결 예정
경영진 신·구파 간 갈등 조정자 부재
급성장 회사 걸맞는 조직ㆍESG 시급

뉴스포레 임재현 기자 승인 2023.08.05 05:51 | 최종 수정 2023.09.19 11:33 의견 0
·
4일 포항시 북구 곡강리에 자리잡은 (주)에코프로의 '포항3캠퍼스'의 입구가 폭염과 점심시간을 맞아 한산한 모습. (사진=뉴스포레)

세계 최고·최대의 양극재 생산기업답게 증시에서도 연일 신고가 행진을 거듭한 에코프로그룹이 괄목성장한 기업의 위상만큼 창업주의 구속 사태 이후 뼈아픈 성장통을 겪고 있다.

▲'CEO 경영 공백' 극복이 최대 과제

에코프로그룹이 창립 이래 직면한 가장 큰 위기는 이동채 전 회장의 법정구속으로 인한 리더십의 부재라는데 이의를 달기는 어렵다.

이 전 회장은 지난해 10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으로 1심 재판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벌금 35억원이 선고된 이후 지난 5월 항소심에서 징역 2년과 벌금 35억원의 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이 전 회장은 자사 중장기 공급계약 정보가 공시되기 전에 자녀들 명의의 차명 증권계좌를 이용해 미리 주식을 매수한 뒤 되팔아 11억여원의 시세차익을 올린 혐의다. 이 전 회장 외에도 같은 혐의를 받는 본사와 계열사 전·현직 임직원 5명도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전 회장 등에 대한 법원의 최종 판단은 오는 18일 오전 10시 10분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에서 가려질 예정이다.

이동채 전 회장은 5월 법정구속되기 직전 주위의 탄원서 제출 움직임을 친척으로 알려진 담당 변호사가 만류할 정도로 범죄 혐의 소명에 자신감을 가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1심 재판부가 "기업집단 총수로서 온건한 경영활동으로 투명한 이익 실현에 앞장서야 할 사회적 책무가 있는데도 이를 저버렸다"면서도 구속은 면하게 한 반면 2심 재판부는 "징역형 집행유예는 현저히 가볍다"며 이 전회장을 법정구속시켜 충격을 줬다.

결국 18일 대법원의 판단이 이 전 회장은 물론 그룹의 위기 돌파에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기대한 결과가 나오더라도 CEO리스크가 완전히 해결됐다고 낙관하기에는 이르다.

언론 보도와 본지 취재를 종합한 결과, 이룸티엔씨는 신주인수권을 둘러싼 계열사 간 거래를 통해 지난 2016년 6월 에코프로비엠 설립 이후 비엠홀딩, 에코프로이노 등을 거쳐 4천871억원에 이르는 신주인수권과 보통주를 매입했다.

이 거래는 이룸티엔씨와 에코프로비엠 간에 현금이 오가지는 않은 외상거래 방식으로 대금 결제가 이뤄져 회계 상으로 '채무 미지급금'으로 처리됐다.

하지만 이룸티엔씨는 2021년 12월 에코프로비엠의 2대 주주가 됐으며 장내매도를 통해 100억여원의 차익도 올렸다. 전체 미지급금 가운데 2천747억원은 지난해 상환됐지만 나머지 2천124억원이 2년째 미변제 상태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전 회장의 배임 혐의가 최근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논란의 요지는 이룸티엔씨가 현금을 지불하지 않고 유력한 상장기업의 지배력 확보는 물론 현금 차익 등 실제 이익을 얻고도 빚을 갚지 않아 회사와 주주에게 직·간접적 피해를 주고 부당이익을 취했다는 것.

이에 대한 위법성 여부 판단은 엇갈리고 있다. '계열사 간 신주인수권이나 주식을 대가 없이 거래한 것은 부당이익 제공 여지가 있다. 주주 입장에서 회사의 것을 부당하게 가져간 것으로 볼 수 있다' '증권 거래에서 대금을 미지급했어도 회계 처리만 잘 했다면 회계처리기준 위반은 아닐 것' 등의 의견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구속된 이동채 전 회장의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초 급성장 신화를 일군 대기업 창업주의 기업가정신이 최근 여론의 도마에 다시 오르고 있다.

가족회사가 개입된 2천억원대 배임 논란이 시민단체의 공익고발과 검찰 수사 등 또 다른 파장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이어지고 있다.

▲대기업군 위상 걸맞는 조직 및 ESG 정비가 과제

에코프로그룹은 CEO의 구속 사태 이전에 이미 삼성SDI 출신 등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하고 있었다.

최고경영자 부재의 와중에도 주가는 국내 증시의 판도를 흔들만큼 호황이며 7월에는 주력 생산기지가 소재한 포항이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에 지정되는 호기도 맞았다.

이동채 에코프로그룹 창업주. (사진= 에코프로 제공)

하지만 최고의사결정자의 부재로 인한 경영 공백은 불가항력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이다.

특히 회사의 급성장을 계기로 점점 불거지기 시작한 경영진 내 신·구파 간의 갈등을 조정할 유일한 당사자의 부재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그동안 그룹 내부에서는 회사의 어려운 시기를 개척해온 창업공신들이 구파로 분류된 반면, 회사가 체계를 갖추면서 대기업에서 영입해온 전문경영인들이 한축을 형성하면서 서로 경쟁하는 순기능과 함께 과도한 갈등을 일으킨다는 지적이 있었다.

특히 그룹 내 구파들이 회사의 태동과 성장기를 거치며 원가 절감을 이유로 하도급 단가를 낮게 책정한 반면, 대기업 출신 경영자들은 적정 단가 발주를 통한 품질관리가 우선이라는 전략으로 전환해 양측의 경쟁에 순기능이 있다는 평가가 있었다.

반면 이른바 신·구파 간 갈등의 역기능을 우려하는 측에서는 이 전 회장의 공백기가 장기화되고 이를 틈타 이들이 헤게모니 경쟁을 벌일 경우 회사의 경영이 위태로울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대전대학교 산학협력단 변승환 교수는 "미래 한국의 경쟁력을 담당하게 될 에코프로그룹은 현재 정점을 예측하기 어려운 기회 위에 있지만 동전의 양면처럼 최고경영자의 부재는 위기의 예고편에 불과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변 교수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술과 생산 우선주의를 기본으로 하돼 회장 법정구속 사태를 계기로 확인됐듯이 홍보와 대관 등 대외협력 부문을 비롯해 경영 지원 조직의 보완이 급선무"라면서 "하지만 그 어느 것보다 사회공헌활동을 비롯한 ESG 경영이 모든 자구 노력 가운데 최우선이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뉴스포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