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당 대표로 선출된 정청래 의원. (사진=정청래 의원 페이스북)
민주당 당 대표에 정청래 의원이 선출됐다. 이번 선거는 보이지 않게 이재명 대통령의 ‘명심’인 박찬대 의원과 당원들의 지지로 앞선 정청래 의원을 두고 ‘명심’이냐, ‘당심’이냐를 두고 박빙을 점쳤지만, 정청래 의원의 압승으로 싱겁게 마무리됐다.
정청래 신임 대표는 2일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최종 61.74%를 얻어 38.26%를 득표한 박찬대 의원을 물리치고 승리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하며 “이재명이 정청래이고, 정청래가 이재명, 이재명 대통령의 운명이 곧 정청래의 운명”이라며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해 민주당 당 대표로 이 대통령과 한 몸처럼 행동하겠다”며 이 대통령과의 ‘일심동체론’을 내세웠었다.
그는 당의 주류로 자리 잡은 세력인 민주화 운동권 세력에 대해서도 “586(50대·80년대 학번·60년대생 운동권)의 운동권 문화는 청산해야 한다”며 “586은 6월 민주항쟁 세대이고 지금의 헌법을 만든 그 정신은 소중하게 간직하되, 국민께서 비판하시는 586의 운동권 문화는 청산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세대교체와 인재 등용에 대해, 장경태 의원과 모경종 의원을 콕 집어 예를 들며 “장 의원은 어느 계파에 줄 서거나 그렇게 해서 정치를 시작한 게 아니고, 자원봉사부터 시작했다”며 “모범적인 평당원이 국회의원도 되고, 장관도 되고, 대통령도 되는 정당 문화를 좀 만들고 싶다”고 제안했다. 모경종 의원에 대해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 시절 검찰에 끌려다닐 때 수행비서였다”며 “이 대통령과 밥을 먹으면서 수행비서 얘기가 나왔는데, ‘경기도 청년비서관 공모에서 160대 1 경쟁을 뚫고 들어온 저력이 있는 친구’라 하더라”고 밝혀, 계파에 줄 서지 않고 능력 있는 인재를 공개 선발하겠다는 뜻을 확언했다.
정 대표는 선거 기간 내내 “검찰개혁, 언론개혁, 사법개혁을 추석 전에 반드시 마무리하겠다”고 강조하며 “전당대회가 끝난 즉시 검찰개혁 테스크포스(TF), 언론개혁 TF, 사법개혁 TF를 가동시키겠다”고 밝혀 당원들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그는 당 대표 당선 인사에서 “‘당원 주권 정당 TF’를 가동해 당헌·당규를 정비하겠다”며 “지명직 최고위원 2명 중 1명은 평당원에서 뽑겠다. 항상 평당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주요한 당의 결정은 당원의 뜻을 물어서 당원 뜻대로 정하겠다”고 밝혀 당원의 주권을 강화하겠다고 공언했다.
정 대표는 국민의힘에 대해서는 “이 땅에서 내란 세력을 완전히 뿌리 뽑아야 한다”며 “내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당이 앞장서서 내란 척결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강경 대응을 시사했다. 그는 전당대회 기간 국회 본회의 의결을 통해 위헌정당해산 심판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헌법재판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하는 등 협치보다 내란 척결이 먼저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민주당의 이번 당 대표 선거는 대의원 15%, 권리당원 55%, 일반 국민 30%의 비율로 투표를 진행했다. 초반부터 권리당원에서 압도적인 정 의원이었지만, ‘명심’이 박찬대 의원에게 있다는 분위기에 선거 결과는 쉽게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국회의원과 당의 지도부로 구성된 대의원 선거에선 박찬대 의원이 앞섰지만, 당심과 민심은 정청래 의원의 손을 들어 주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집권한 지 두 달도 채 안 된 상황에서 집권 여당의 당원들이 대통령의 뜻을 저버리고 정청래 의원을 당 대표로 선출한 것은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누가 더 대통령에게 충성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적 선택이었다고 본다.
그 주효한 전략의 첫 번째는 민주당 내의 세대교체와 당원들의 주권 강화다. 정 의원은 ‘운동권 청산론’을 내세워 이재명 정부의 탄생에 기여한 김민석 국무총리를 비롯한 엘리트 운동권의 질서 있는 퇴진을 꾀하고, 이재명 정권이 끝나더라도 뒷받침할 수 있는 친위부대가 들어설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겠다는 뜻을 당원들이 이심전심으로 받아들였다고 본다.
두 번째는 정 의원이 법사위원장을 하면서 윤석열 당시 대통령을 탄핵하고 ‘3대특검’을 밀어부친 파워로 이재명 대통령을 괴롭혔던 ‘검찰개혁’을 이뤄낼 적임자로 보았고, 아직도 계엄과 탄핵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국민의힘을 ‘내란정당’으로 낙인찍어 해산까지 할 수 있는 당 대표는 정청래라고 본 것이다.
세 번째로 민주 당원들은 하향식이 아니라 주권 당원의 뜻으로 대통령도 만들 수 있고, 당 대표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확연히 보여준 것이다. 두 달 전에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 수박 감별을 하지 않았듯이, 이번 당 대표 선거에서도 과연 누가 더 대통령을 위해서 손에 피를 더 묻힐 사람인가를 선택한 것이다.
결국 이번 당 대표 선출 과정을 요약하면, '민주당이 무섭다, 아니 민주당을 지지하고 있는 권리당원들이 무섭다'는 점이다. 이들은 고비마다 전략적 선택으로 필요한 리더를 선택한다. 그리고 그 선택한 리더들이 권리당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다. 대통령의 뜻인 ‘명심’에 반하는 당 대표를 선출하는 것이 대통령을 위한다는 패러독스를 만들어 가는 것이 민주당의 권리당원이므로 두려운 것이다.
결국 뒤집어보면, 이들이 선택한 대통령이 가장 무서워하는 사람이 권리당원이고, 당 대표가 가장 두려워하는 사람이 권리당원이라면, 이들을 두려워하고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사람들은 바로 상명하복에서 벗어나지 못해 뭐가 잘못 되었는지 아직도 자각하지 못하고 있는 국민의힘 책임당원들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